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컴퓨터게임기및 소프트를 개발하기 위해 소니가 만든 회사이다.

93년 11월에 탄생했다.

이 회사는 멀티미디어라는 말대신 컴퓨터엔터테인먼트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멀티미디어시장은 아직 구체적인 형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당장
시장에서 팔리는 것은 컴퓨터게임소프트입니다. 시장상황을 감안, 당분간은
이분야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판매촉진기획부차장 사에키 마사츠카씨의 얘기이다.

시장의 추이를 봐서 멀티미디어전략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는 소니와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사가 반반씩
출자해 만들었다.

소니가 갖고 있는 디지털컴퓨터그래픽기술과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사의
음악소프트, 그리고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의 영상노하우를 활용, 최고의
컴퓨터엔터테인먼트회사를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자본금 4억8천만엔. 사원수는 1백20명.

소니와 소니뮤직에서 각각 차출했다.

이들은 유니폼을 입지 않는다.

미국의 소프트전문회사처럼 자유로운 분위기를 지니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CD-ROM 게임소프트는 기존 게임소프트와 질적으로
다릅니다. 흥미와 오락위주에서 벗어나 고급영화에서 느낄수 있는 감동을
지니게끔 만드는 것이 소명입니다"

소니의 기본전략은 차별화.

이미 8mm캠코더등 AV기기에서 이를 훌륭히 수행했다.

컴퓨터소프트웨어부문에서도 마찬가지전략을 편다.

소니엔터테인먼트사의 레이블은 "플레이스테이션".

11월 첫선을 보인 소프트는 모두 11개.

고화질의 32비트용 게임기도 따로 만들었다.

특히 소니뮤직의 기술자들이 대거 참여, 음향부문을 대폭 강화했다.

음향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의도이다.

물론 고화질의 현장감있는 화면도 제공한다.

흡사 화면속에 들어가버릴 것같은 극적인 장면과 스피드감에 주력한다.

마사츠카씨는 또 소니엔터테인먼트사의 경우 가전업체계열사답게 개인이
독창적으로 게임을 짜고 소프트를 꾸미도록 하는 제품도 개발중에 있다고
전한다.

특히 컴퓨터그래픽아티스트나 게임디자이너, 영상작가들이 개인PC를
통해 멀티미디어소프트를 쉽게 개발하도록 하는 저가의 소프트개발툴을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소니의 소프트생산을 돕는 하청업체는 2백40개사.

이중 1백30개사가 실제로 소프트제작에 참여한다.

95년까지 1백여종의 타이틀을 선보일 계획이다.

사격물 "ORA-194"를 비롯 액션물, 퍼즐, 시뮬레이션등 다양한 장르의
소프트를 만들 예정이다.

멀티미디어소프트 혹은 컴퓨터엔터테인먼트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비단 소니사뿐만 아니다.

마츠시다는 차세대게임기인 3DO에 맞는 소프트를 제작중이고 NEC도
94년 4월 멀티미디어추진본부를 설립, 멀티미디어사업에 대대적으로 뛰어
들고 있다.

세가 닌텐도등 기존의 업체들도 뒤질세라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일본의 가전업체들이 소프트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멀티미디어용컴퓨터등 관련기기를 만들어봤자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의 가전업체들은 선수를 쳤다.

마츠시다는 미국의 유니버셜영화사를 90년에 인수했다.

소니도 콜롬비아영화사를 샀다.

마츠시다는 지난해 영화 "쥬라기공원"의 성공으로 하드부분의 적자를
메꿨다.

소니도 영화수익이 가전 매출액보다 훨씬 많다.

영화는 미국인이 만들고 돈은 일본인이 챙기는 셈이다.

멀티미디어시대에는 소프트의 수익이 더욱 커진다.

따라서 누가 어떤 소프트를 얼마만큼 만들어내느냐에 국부의 정도도
결정날 판이다.

그러나 소프트 제작은 각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해야 한다.

게임도 엔터테인먼트도 문화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드장사와는 다르다.

"일본과 미국의 정서는 다릅니다. 다른나라 역시 마찬가지지요. 소프트
사업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오자와 와타루 NEC멀티미디어사업추진본부 기획개발부장의 얘기는 다가올
멀티미디어시대가 문화전쟁의 시대임을 다시한번 시사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