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의 종합상사이자 일본최대의 은행.

일본농협을 일본에서는 이렇게 부른다.

다양한 사업과 탄탄한 자금력은 왠만한 다국적기업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한국농협도 일본농협과는 성격이 좀 다르지만 국내은행들 사이에선 공포의
대상이다.

생산성이나 효율성은 제쳐두고라도 "선점한 고지는 절대로 내주지 않는
몬스터"(모지방은행임원)라는 평이 은행일각에서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
에서다.

그런 농협이 이제까지 선거잡음과 금융사고로 점철된 과거에 이별을 고하고
있다.

나름대로의 경영개혁에 나서고 있다.

농협의 개혁은 현재의 우위분야를 활용한다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

농협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는 꽤 많다.

그중의 하나는 점포수.

93년말 현재 6백68개나 된다.

은행중 점포가 가장 많다는 국민은행(4백49)을 크게 앞서 있다.

신용카드회원수도 1백33만명이나 확보해 놓고 있다.

비씨카드 회원은행중 단연 1위다.

시도및 시도교육금고 취급에서도 역시 농협이다.

93년말 현재 전체2백90개 금고중 1백86개를 차지하고 있다.

점유율이 64.1%이나 된다.

그러나 농협은 여기에 만족않고 있다.

내년에 발족될 33개 통합시의 금고중 19개의 시금고를 자기쪽으로 가져
가기 위해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개인연금 유치실적도 9월말 현재 3만2천2백계좌 5백34억원을 유치, 1위인
국민은행(3만9천6백계좌 6백억원)을 바짝 좋고 있다.

농협은 이같은 "기본기"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경영혁신운동을 전개하려
하고 있다.

올3월 한호선전회장이 비자금횡령혐의로 구속되고 원철희회장체제로 전열을
가다듬은 농협중앙회는 지금 "하나로 거듭나기운동"을 전개중이다.

이 운동은 농협이 농민.고객.임직원과 하나가 돼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출발하자는게 취지다.

인력의 전문화및 소수정예화도 적극 추진중이다.

특히 외환딜러와 상품개발, 신용분석쪽의 인력을 집중 육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를 위한 전문금융연수원도 설립될 모양이다.

전산개발투자에도 적극적이다.

금융기관의 도약여부는 전산설비와 그 운용능력에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는96년까지 광역통신망을 설치하고 전자문서시스템을 갖춘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 체제가 갖춰지면 "3년간 6백명의 인원을 감축할 여력이 생겨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김흥일농협중앙회문화홍보부장)는게 농협측 설명이다.

무인자동화점포도 올해 5개에서 내년에는 25개로, 3백65일자동화코너는
29개에서 79개로 늘릴 계획이다.

1백20개 수준인 신한은행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 수준일수도 있으나 "시작이
반"이다.

아울러 농협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단위조합은 합병을
추진할 계획.

계획대로라면 1천4백여개(93년말 현재)에 달하는 조합수가 오는 96년까지
1천3백개, 2000년엔 5백개로 줄어든다.

경영혁신을 얘기하면서 감량경영을 빼놓을수 없다.

"농협은 관료화조직의 표본"이라는 농수산위소속 국회의원들의 지적도
알고보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는 사람숫자때문이다.

그래서 농협은 올4월 명예퇴직제를 활용, 모두 3백48명을 내보내는등 조직
슬림화 자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같은 경영혁신은 단지 농협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수협과 축협도 올들어 대고객서비스 제고와 선진금융기법 도입이라는
케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각종 운동을 펼치고 있다.

"다이어트 전략"도 마찬가지다.

수협 축협의 경우 인원감축등이 경영의 포인트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농협의 경영은 어쩔수 없이 경쟁의 전선에 내몰린 상황에서
이루어진 자구행위에 불과하다.

금리자유화로 예대마진이 자꾸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효율화를 꾀하지
않고는 버틸수가 없다.

더욱이 "은행은 번 돈을 금융사업에만 재투자할 수 있지만 농수축협은
경제사업이라는 짐도 함께 지고 가야한다"(소구영농협이사).

절대강세를 유지하던 농어촌지역에서도 "앞으로는 지방은행 신용금고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등이 틈새를 파고들 것"(이덕훈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라는 충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농수축협의 경영개혁은 아직도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

한마디로 농수축협의 개혁은 개혁이라기 보다 경영개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61년 구농협과 농업은행이 현재의 농협으로 통합되기 전까지만해도
농업은행은 한국은행과 함께 국내금융계를 양분하던 금융인맥의 산실이었다.

특히 농업은행은 엘리트인재들의 선망의 대상이었고 그래서 인력자원면에서
한국은행보다 나으면 나았지 꿀릴게 전혀 없었다.

농수축협의 신용사업부문이 상한가를 치려면 공격적 경영이 필요하다.

남들이 다들 하는 걸 흉내내기보다 모든 걸 한발 앞서 선수를 치는
경영말이다.

일류대출신들이 외면하고 ROTC출신채용에서도 미달사태를 빚는 농수축협-.

이들 금융기관이 농업은행의 영화를 되찾자면 이 길밖에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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