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자원부내에 설치된 첨단산업기술위원회가 최근 우리 산업계를
들뜨게 하기에 충분한 "첨단기술산업비전21"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내년3월 정부계획으로 확정될 것이라는 이
보고서는 한국의 첨단기술산업이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15.6%씩 성장해
2005년에는 세계첨단산업시장의 5.5%를 점유하게 되어 한국은 세계
5~6위권의 기술대국이 될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같은 기간중 세계첨단산업의 연평균성장률은 8.5%가 될 것이라고 하니
우리의 예상성장률은 그 두배가까이 되는 셈이다.

이같은 보라빛 청사진이 어떠한 구체적 근거에 입각해 마련된 것인지는
알수 없지만 그 실현은 쉽지 않을것으로 보인다.

기술의 발전은 말이나 계획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한창 말썽이 되고 있는 건설기술만 해도 그렇다. 많은 국민들은
우리의 건설기술만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알고보면 우리 건설업체들의 자체 기술만으로는 번듯한 다리하나
놓을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한강다리를 비롯 63빌딩 무역센터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등 좀 크다
싶은 건물은 모조리 외국업체의 기술을 빌린 것들이다.

앞으로 건설될 주요 사회간접자본 시설은 말할 것도 없다.

국내 업체들은 첨단시공이나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아직도 그 기술
수준이 선진국의 20~30%선에 머물고 있다.

건설업계의 매출액대비 연구개발투자비율은 제조업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0.6%수준을 맴도는 형편이니 그 수준을 알만하다.

이는 비단 건설기술 뿐만이 아니다.

선진국수준에 접근해 있다는 전자 자동차등 다른 분야의 기술들도 알고
보면 과대포장된 것이 많다.

특히 산업기술은 기술수준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기술을 다루는 사람의
의식수준이다. 기술은 어떤 사람이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리 나타난다.

행주대교도 성수대교도 선진기술을 도입해 만들었는데도 무너지는 것은
기술자체의 결함보다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식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보고서의 예상대로 우리가 21세기에 기술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업계의 과감한 기술투자도,정부의 대폭적인 정책지원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다루는 사람들의 의식만이라도
모든 일을 건성으로 해치우는 이 사회의 일반적 풍조에 물들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의식의 부실화가 불러오는 해악은 건물이나 다리 몇개의 부실화에
비교할수 없을만큼 총체적이고 심대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