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대기업형 경제 이탈리아와 대만은 가족중심의 중소기업형 경제
그리고 일본은 대.중.소기업이 잘 균형된 경제라고도 한다.

미국은 국내경제규모가 방대하고 경쟁이 치열하므로 국내경쟁에서 승리하는
기업은 그 분야의 미국시장을 거의 차지하게 되므로 자연히 대규모로 되지
않을수 없다.

뿐만 아니라 그런 기업은 세계시장진출도 쉽게 할수 있게 되므로 규모가
세계적으로 될수 밖에 없다.

제조업의 경우가 특히 그러하다.

예를 들면 세계3대 제조업체는 최근호 "포천"지에 따르면 제너럴 모터스
포드 엑손의 순이다.

세계 5백대 제조업중 미국기업이 1백59개나 된다.

그런데 미국의 대기업의 수는 줄어들고 반대로 일본의 대기업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1981~1993년사이 "포천지 5백대기업"중 미국기업의 수는 2백14개에서 1백
59개로 줄었으나 일본의 경우는 오히려 55개에서 1백35개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한국기업은 12개에 불과하다.

이것도 삼성그룹등 그룹전체를 하나의 제조회사로 간주했을때의 통계이다.

또 미국의 ''비즈니스워크''지는 세계적인 대기업을 따질때 제조업뿐만
아니라 일본의 종합상사 같은 회사들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한다.

그 최근호에 따르면 종합상사가 포함될 경우 세계 제1의 회사는 일본의
이토추상사로 매출액은 미국 제1의 회사인 제너럴모터스사보다 1.5배이상
많다.

세계 제2위에서 5위까지의 회사도 미쓰이물산 미쓰비시상사 스미토모상사
마루베니로 모두 일본의 종합상사이다.

제너럴모터스는 6위에 불과하다.

얼마전 일본의 어느 종합상사를 방문, 사장에게 자회사를 모두 몇개나
갖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1천개가 넘는다고 했다.

주식의 25%이상을 갖고 있는 자회사의 수만도 7백개가 넘는다고 했다.

일본의 세계적인 대기업들은 자회사를 이와같이 수없이 많이 거느리고
있다.

예를들면 소니는 8백36개, 도시바는 5백32개, 마쓰시타는 3백12개 등이다.

한국의 삼성그룹 50개, 현대그룹 48개 등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이다.

어떤 한국경제전문가는 이를 문어발이 아니라 문어떼거리 또는 지네발식
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GATT체제가 문어발을 자르는 시대라면 WTO시대는 지네발을 잘
키워야 되는 시대라고도 했다.

일본의 세계적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을 이와같이 많이 거느리고 있다.

이 수많은 중소기업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는 일본 경제가 중소기업형
경제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일본의 많은 중소기업들은 이와같이 세계적인 초대기업의 엄호하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

홀로서기를 하는 영국/미국 개인주의적 중소기업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영국/미국식 기업은 대/중/소/영세기업을 막론하고 원칙적으로는 모두가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기업이다.

이에 반하여 일본 기업들은 거의 모두 갖가지 형태의 공동체를 형성하여
그 일원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서양의 대기업들이 일본의 중소기업을 쉽게 흡수합병하려고 하다가 큰 코
다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영국/미국식 기업이나 경제이론은 기업의 전문화를 강조하나 일본기업,
특히 종합상사는 종합화도 강조한다는 점이다.

사실 일본의 종합상사는 전문화가 아니라 각종 산업활동과 세계 각종
지역을 모두 종합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많은 대기업들도 최근들어 일본종합상사처럼 사업영역을
크게 확장하고 있다.

예를들어 우리에게 스카치테이프로 잘 알려진 미국의 3M사는 안내 책자
에서 6만개나 되는 제품을 만든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 회사를 방문하여 홍보담당자인 에이세이 도넬슨씨에게 왜 그렇게
문어발식으로 많은 물건을 만드냐고 했더니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첫째는 새로운 제품이 무수이 발명되기 때문이고 둘째는 고객의 수요가
다양해지기 때문이며 셋째는 경영이 자율화 되어 있기 때문에 각 부서가
만들고 싶은 물건을 자유롭게 만들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휴렛팩커드사도 2만3천개나 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의 업종전문화정책에 대하여 시사하는 바 크다.

미국기업들의 최근 경기회복은 노사간의 공생의식, 부서간의 팀워크,
다른기업과의 네트워크 형성 등 동양식 공동체의식에 기인하는 바 크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