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리콘 밸리에 있는 휴렛팩커드사를 방문하여 회사소개를 받을
기회가 있었다.

미국 컴퓨터업계 제2위인 회사인데 88서울올림픽때 벤 존슨의 약물복용사실
을 판명하는데 사용된 것과 같은 계측기도 만든다고 했다.

세계 1백10개국에 6백여개의 지사를 가진 초국가적인 기업으로 노조는
없고 창업주와 그 가족들이 회사의 주식중 30%를 소유하며 연구개발투자는
수입의 8.7%나 된다고 했다.

최근 국제경쟁력이 급상승한 미국의 대표적 기업중 하나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오래 근무했다는 어느 한국인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즉 미국회사에서는 종업원은 모두가 회사와 직접 수지타산을 기준으로
고용계약을 개별적으로 체결한후 이를 근거로 근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회사와 계약한대로 돈벌이를 해주지 못하면 당장 떠나야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해고통지를 받는 즉시 회사를 떠나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같은 회사종업원은 모두 한식구라는 생각은 한국 일본등의 기업에서나
찾아볼수 있는 것이지 미국회사에서는 기대도 할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회사는 모두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단기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체
이다.

그러므로 공동체에서 기대되는 장기적인 인간관계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회사직원들이 다함께 모여 부를 사가같은 것은 물론 없다.

종업원은 원칙적으로 모두 개인플레이를 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회사에 득이 되는한 고용이 지속되고 그렇지 못할때는 당장 해고
된다.

미국에 오래 산 어느교민의 이야기이다.

백화점 전자제품판매부서 다소 기능이 복잡한 제품을 살때 성능을 잘 몰라
종업원에게 문의하면 종업원은 자기도 모르므로 매니저를 불러줄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다리다보면 매니저도 안오고 종업원도 안보여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으면 모두 시간제로 일하는데 근무시간이 끝나 집에 갔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경험을 적지 않게 했다고 한다.

사실 미국의 회사나 각종기관들은 종업원을 채용할때 전임으로 하면 의료
보험 사회보장비, 그리고 퇴직금등 부대비용이 많이 소요되므로 가급적
시간제로 채용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미국의 취업자 중에는 시간제 취업자들이 아주 많다.

미국 조지타운대 벤자민 버데스키 경영대학장은 미국 노동부에서 25년간
근무한 분이다.

얼마전 그 대학에서 회의를 한바 있는데 그때 그는 미국회사는 시간제
근로자가 너무 많은 것이 큰 문제라고 하였다.

클린턴대통령 취임이후 미국의 경기상승으로 늘어난 취업자 3백만명중
75%가 시간제 근로자라고 했다.

그리고 이런 말도 했다.

그의 딸이 최근 거대한 회사의 컬설턴트가 되었는데 연령은 불과 18세라는
것이다.

10대소녀를 컨설턴트라는 직책을 주면서까지 시간제로 고용하는 미국기업의
고용제도가 큰 일이라고 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이나 일본회사들의 고용은 거의 종신고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고용하는 사람이나 되는 사람 모두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레스터 MIT경영대교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바 있다.

즉 어느나라의 인적자원이건 세개의 층으로 나눌수 있는데 상층은 각종
천재 수재등 지도층 인사들로 구성되고 중층은 기능인, 그리고 하층은
노동자나 교육을 덜 받은 사람들로 각각 구성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선진국이 된것은 상층이 튼튼했기 때문이고 일본이 선진국이
된것은 하층이, 그리고 독일이 선진국이 된것은 중층이 각각 튼튼했기 때문
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서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는 이혼 가정파괴 청소년범죄 에이즈
등의 증가로 하층은 거의 무너져 내린다고 한다.

심지어 이런 증상이 중층까지 번졌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미국의 상층은 세계 어느나라보다 튼튼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계속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미국의 경기가 되살아나는 것은 상층인재들로 구성된 기업들의
경쟁력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미국의 휴렛팩커드 인텔 모토로라등의 첨단기술회사들이 좋은 예이다.

즉 수재나 천재같은 상층부의 인재들로 구성된 회사들의 경쟁력이 강하게
되었기 때문인 것이다.

미국의 하층인재들이 주로 참여하는 기업은 경쟁력이 낮게 될수 밖에 없다.

미국의 국가경쟁력은 개인주의를 바탕으로한 우수한 인재들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