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국가주력산업으로 자리잡은 미래형 산업이다.

단일품목으로 수출액 100억달러를 넘어선데다 국내업체들이 올한햇동안
약3조원을 투입할 정도로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업체들이 메모리반도체분야에서는 세계시장주도권을 잡고
있어 국내업체의 성장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

반도체산업은 이같은 성장세에 따라 엄청난 규모의 신규인원을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설계분야의 인력은 아직 적정인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전자 금성일렉트론 현대전자등 반도체3사의 올해 채용계획은 예년보다
약간 늘어났다.

각회사가 올들어 신규라인을 설치한데다 연구개발에 많은 인원을 투입할
예정이어서 채용규모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생산라인이 자동화되어 있어 생산관리직의 경우 생산규모
에 비해서는 인력수요가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또 연구개발직은 석사급이상이나 경력을 가진 고급인력을 필요로해 대학
졸업자들은 거의 채용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올하반기에 900명의 신규인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선발과정은 그룹공채로 실시되며 이중 반도체분야로는 약230여명정도가
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성일렉트론은 총선발인원 300명중 150명을 재학생중에서 이미 확보했으며
나머지 150명을 그룹공채로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이회사는 선발기준으로 외국어와 전공지식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대전자는 이달중 110명의 신입사원을 뽑기로 했다.

이회사는 특히 그동안 반도체인력을 따로 선발하지 않던 관례에서 벗어나
반도체부분 신입사원을 특별공채키로 했다.

모집부분은 반도체생산직으로 전자 전기 전산 물리 금속전공자가 대상이다.

연구개발직은 그룹공채를 통해 선발할 계획이다.

이같은 신규인력 채용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업계의 인력난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3사의 선행투자에 따른 인력수요는 오는 96년까지 5,000명이다.

그중 연구인력은 1,500여명이다.

반도체관련학과의 인력배출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업계의 인력난 심화는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반도체업계가 필요로하는 인력은 설계및 연구개발인력이다.

한마디로 고급인력이다.

필요한 사람은 많은데 정작 데려다 쓸 사람은 적다는 것이 업계의 고민
이다.

이같은 현상은 대학교육과정이 반도체 물성및 공정에 편중돼 있는 반면
설계분야는 부실하기 때문이다.

반도체관련학과인 전자 전기 물리학과에서는 대부분 반도체설계교육을
대학원과정에서 실시한다.

산업연구원에서 최근 펴낸 자료에 따르면 국내반도체관련학과 대학교수
119명중 설계전공자는 25명에 불과하다.

이들도 상당수가 컴퓨터지원설계(CAD)전공자이다.

현재 반도체3사의 종업원수는 2만6,500명.

이중 연구개발인력은 약 15%인 3,900명이다.

연구개발인력중 메모리분야의 비중이 68%를 차지하고 있어 차세대 주력
분야인 비메모리분야는 연구인력이 취약하다.

생산관리직에 대한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최근 6라인을 완공하고 7라인 착공에 들어간데 이어 금성
일렉트론도 16메가D램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전자는 16메가및 64메가D램 혼합생산공장에 착수, 앞으로 이들 생산
라인을 담당할 생산관리직에 대한 인력수요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업계의 인력난은 대학교육의 양과 질이 향상되고 반도체관련
전문학과가 신설되지 않는한 이같은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 전기학과 졸업생을 끌어들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이들에 대한 교육이 반도체를 위주로 진행되지 않고 전자산업의
일부로 취급되고 있어 기초지식이 없는 학생들을 처음부터 가르쳐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저학년때부터 장학금을 지급하고 취직을 약속받는 사례가 많아짐에 따라
학생들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업계관계자들은 반도체의 특성상 제조공정에도 첨단 지식이
필요한데다 기술적 발전속도가 빨라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고급인력이
아니면 인력충원이 무의미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따라 기초지식이 없는 학생들을 처음부터 가르쳐 생산라인에 투입하기
보다는 다른 부서의 사람들을 데려다 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전한다.

금성일렉트론 윤정세인사담당 이사는 "반도체분야가 무한한 성장가능성이
있는데다 생산관리직이나 연구직 모두 기술개발을 게을리 할 수 없는 분야
여서 직장을 통해 자신을 계발하고 성취감을 느끼기에는 가장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 셈"이라며 미래에 대한 도전의식이 있는 젊은이들이 일해볼만한
직장이라고 설명했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