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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전쟁의 소용돌이가 전세계를 몰아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할것없이 소위 가격파괴로 일컬어지는 유통혁명의 물결이
드높다.

이 물결은 한국에까지도 영향을 미쳐 전자제품의 가격인하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저가전쟁의 파고는 특히 미국과 일본에서 더욱 거세다.

이의 주역은 유통업체들이다.

미국의 경우는 월마트, 일본에서는 다이에가 저가전쟁이란 신흐름을
상징한다.

이들 기업은 그동안 그늘에 가려있던 유통업체의 위상을 전면에 부각시킨
업체들이기도 하다.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보다 오히려 우위에 서는 유통신시대를 창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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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저가전쟁은 가장 드라마틱하다.

아무리 싸더라도 1백만엔은 웃돌던 자동차의 최저판매가격이 일시에
80만엔대까지 내려간 것을 비롯 가전제품 식품 주류 의류 할것없이 염가
상품들이 대거 등장, 소비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모으고 있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손을 잡고 다른 업체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배타적
성격의 저가상품을 개발 판매하는 제판동맹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일본이 저가전쟁의 물결에 휩싸인 것은 장기간에 걸친 불황과 급격한
엔고의 여파때문이다.

판매부진의 늪에 빠진 제조업체들이 조금이라도 매출실적을 높이기 위해
잇달아 가격인하에 나섰다.

주머니사정이 나빠진 소비자들도 염가제품을 선호하게돼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졌다.

엔고로 수입품가격이 크게 하락한 것도 이흐름을 부추겼다.

저가전쟁의 불을 붙인 다이에는 연간 2조엔이상의 매출액을 자랑하는 일본
최대의 유통체인이다.

다이에가 막강한 영향력을 입증한 것은 바로 PB(Private Brand)상품을
통해서다.

PB상품이란 유통업체가 자사의 고유상표를 부착하고 자사의 체인점에서만
판매하는 상품을 말한다.

다이에가 취급하는 PB상품은 실로 다양하다.

조그만 일상용품에서부터 식품 가전제품등을 총망라한다.

다이에는 이PB상품들을 동업종타사들이 생각도 하기 힘든 가격으로 판매
하고 있다.

예를들어 다른 업체들이 5만엔이상에 판매하던 20인치TV를 한국에서 납품
받은 PB상품으로 3만엔이하에 판매하고 있다.

비디오테이프의 경우도 수입을 통한 PB브랜드로 3개들이 팩을 6백엔선에
판매하고 있다.

다이에의 PB상품은 비단 수입품뿐만이 아니다.

샤프 산요 NEC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제품도 PB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여타유통업체나 대리점들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과는 상표가 다르지만 품질
은 사실상 아무 차이가 없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판매가격은 여타업체들에 비해 10%가까이나 저렴하다.

소비자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하다.

다이에가 PB상품을 싸게 팔 수있는 것은 아주 단순한 이치다.

다이에는 PB상품으로 판매할 제품을 결정하면 대량으로 상품을 주문한다.

대량으로 주문하는 만큼 대신 가격을 내려달라고 요구한다.

메이커입장에서도 안정된 대량수요처가 확보되는 만큼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

이것이 다이에가 여타업체보다 싸게 물건을 판매할수 있는 원동력이다.

거대한 판매망과 정밀한 시장분석이 자칫하면 큰 손해를 입을수도 있는
이같은 전략의 실행을 뒷받침한다.

다이에의 공세는 일파만파로 영향을 미쳐 일본전역을 저가전쟁의 소용돌이
에 몰아넣었다.

자스코 이토요카도 세이유등 여타유통체인들도 다이에에 뒤질세라 PB상품
개발판매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고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상쿠스등
편의점체인들도 이에 가세했다.

이에따라 맥주 콜라 의류 필름 기저귀 커피 전자제품할것없이 거의 전업종
에 걸쳐 염가의 PB제품들이 줄을 이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문양판점의 위세도 드높다.

아키하바라에 밀집한 전자제품양판점들은 메이커 계열판매점들을 압도하고
있다.

통상10~15%정도 할인판매하는 계열판매점과는 달리 20~30%정도의 할인판매
를 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이들 양판점들의 전자제품판매액은 80년대후반에만해도 전체가전제품판매액
의 20%선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의 경우는 35%를 차지했다.

유통업계에 만연한 저가전쟁의 불길은 메이커들에까지 번지고 있다.

메이커들의 경우는 할인점과의 거래가 이익저하의 큰 요인이 되지만 시장
셰어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이들과의 거래에 나서고
있다.

이에는 고품질 고가격의 대명사였던 소니사까지도 예외가 아니다.

히타치사의 경우는 한걸음 더나아가 아예 염가상품용의 제2브랜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내년부터 선보일 제2브랜드상품은 "히타치"브랜드보다 30%이상 싸게
공급될 예정이다.

고기능 고부가가치화를 지향해오던 일본전자메이커들의 전략에 큰 수정이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업계 역시 흐름을 거역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5월말 닛산이 판매가 88만7천엔의 "루키노"를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도요타 스즈키 다이하쓰 마즈다 미쓰비시자동차등 전자동차업체들이
앞다퉈 저가모델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저가싸움은 수입자동차들의 염가공세와 시장잠식에 큰 자극을
받았다.

포드사의 "무스탕", 크라이슬러사의 "체로키"등이 엔고를 배경으로 가격을
대폭 끌어내리면서 텃세를 자랑하는 일본시장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수입자동차의 일본시장점유율은 아직은 한자리수에 불과하지만 증가율측면
에서는 수십%씩의 신장세를 계속하고 있다.

일본자동차메이커들이 저가모델개발을 통해 시장고수에 나서지 않을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유통혁명이 일본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크다.

공급자의 입김이 드셌던 일본시장이 유통업계및 소비자위주로 재편되는
신흐름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폐쇄적이었던 일본시장이 보다 개방화되고 수입품의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
도 높다.

저가전쟁에의 대응을 위해 기업들의 해외생산이 보다 가속화되는 흐름도
예상할수 있다.

최근 한 언론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일본의 기업경영자들은 "유통혁명은
일본경제전체에는 좋지만 자신의 업계에선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란 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통혁명이 일본경제를 보다 합리화 효율화할 것이라는데는 동의하면서도
자사의 실적악화만은 피하고 싶어하는 이중잣대가 배경에 깔려있다.

그러나 경영자들의 우려와는 상관없이 가격파괴로 대변되는 일본의 유통
혁명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짙어 보인다.

현재 미국 유럽등에 비해 50%이상이나 높은 일본물가가 시장이 개방되면
될수록 국제수준으로 접근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엔고로 수입품이 값싸졌을 뿐아니라 기업들도 생산비용절감을 위해서는
수입품사용을 늘릴수 밖에없는 점도 이런 전망을 가능케 한다.

"초가격파괴의 시대"의 저자인 하세가와 게이타로(장곡천경태랑)씨는
"비가격경쟁력이란 단어는 이제 통하지 않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까지
말한다.

기업의 다국적화등 글로벌시대경제에서는 어느 한 국가만이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 고가에 판매한다는 것은 있을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 도쿄=이봉후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