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동화가 금융기관의 경영혁신(비즈니스리엔지니어링)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은행을 중심으로한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현금자동인출기(CD) 현금자동
입출금기(ATM)등의 자동화기기를 늘리고 종합정보통신망등을 구축해
나가면서 금융자동화는 이제 금융기관의 경영혁신 정도를 가늠하는 잣대로
까지 인식되고 있다.

금융자동화 기기와 시스템, 즉 전산시설의 양과 질이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국내 금융자동화는 은행을 중심으로 점차 기틀을 다져왔다.

69년 외환은행이 보통예금을 온라인처리하면서 시작된 국내은행의 금융
자동화는 농협 국민 한국 기업 주택은행등 특수은행들과 5대시중은행들이
70년대 중반에 잇달아 수신업무를 온라인화, 컴퓨터단말기를 은행창구에
선보이면서 점차 제모습을 갖춰 나가게 된다.

91년에는 대부분 은행들이 여수신업무를 전산화하는데 성공했으며 이에앞서
87년엔 은행간 전산망이 구축됐다.

이같은 변화는 CD나 ATM의 사용을 촉진, 지난 2월말 현재 창구업무의 40%
정도가 CD와 ATM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국내 33개은행의 CD및 ATM설치대수는 지난해말기준으로 1만2천4백84대로
최근 5년간 연평균 34.9%씩 증가하고 있다.

특히 CD와 ATM을 이용한 서비스도 다양해져 올들어 타행간 계좌이체및
다른은행으로의 정기적금 대출원리금등 정기불입금의 자동이체도 할수 있게
됐다.

CD와 ATM의 설치가 늘고 동시에 이용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행원이 없는
무인자동화점포가 금융자동화의 새로운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많은지역에 점포를 내 서비스를 강화해야 하는 필요성과 자동화기기및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결합, 행원이 없고 기계만 있는 무인점포가 늘고
있는 것이다.

무인점포에는 보통 CD 2대, ATM 1대, 통장정리기 1대등이 10여평의 좁은
공간에 설치 운영된다.

카드한장만 있으면 입출금은 물론 계좌이체등 기본업무가 가능하다.

무인점포내 자동화기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현금이 부족하지 않은지등이
원격조종모니터를 통해 일괄 통제돼 사람을 두지 않고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에따라 무인점포를 통한 금융자동화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데 지난해말
현재 국내은행이 설치한 무인점포는 모두 1백2개.

신한은행이 42개로 가장 많고 39개를 설치한 조흥은행이 그다음이다.

신한은행은 지하철역등을 중심으로 올해 1백5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조흥은행도 연말까지 1백개로 늘리고 3년내에는 무인점포수가 유인점포수를
앞지르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무인점포는 좀더 철저한 보안성을 요구해 다양한 보안설비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어 관련 장비업계의 기술개발을 자극하고 있다.

전산처리용 단말기가 크게 늘고 있는 것도 금융자동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한 단면을 보여준다.

지난해말현재 국내 33개은행이 보유한 전산처리용단말기는 8만7천2백10대로
전년대비 25.1% 증가했다.

이중 PC는 2만5백53대로 전년보다 52% 늘었다.

관련장비업계가 금융시장 선점에 힘쓰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휴대용PC를 영업직원이 갖고 다니며 업무전산화를 꾀하는 금융자동화도
대한 삼성 교보등 생명보험업계를 중심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5천여대를 도입했으며 올해중 5천여대를 신규구입중인 대한
생명의 경우 올해초 보험설계사의 휴대용PC를 본사 호스트컴퓨터에 연결
시켜 계약자가 원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할수 있도록 했다.

또 보험계약과 동시에 청약서를 발급해주는 원스톱시스템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영업활동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쓰이기 시작한 휴대용PC가 계약관리
조직관리등 경영에까지 활용되면서 올한해에만 생명보험업계에 3만대이상이
보급될 것으로 예상되는등 보험업계의 휴대용PC를 통한 금융자동화가 빠른
행보를 하고 있다.

금융자동화는 종합정보통신망 구축을 통해 이뤄지기도 한다.

조흥 국민 신한은행등이 종합정보통신망을 구축, 실시하고 있는데 돌발적인
장애사건에 대비한 기간통신망의 백업체제 구축및 멀티미디어 수용이 가능할
수있도록 하는데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자동화의 골격인 전산망이 과거의 중앙집중식에서 분산처리방식의
다운사이징시스템으로 바뀌고 있어 관련장비업계의 발빠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올해초 다운사이징시스템을 국내에서 제일먼저 개통한 광주은행을 시작으로
동아증권및 체신부가 금융자동화를 위해 다운사이징시스템 구축을 적극
추진중이다.

동아증권은 지난8월 다운사이징증권정보시스템 가동에 들어갔으며 국내
금융기관가운데 가장 많은 2천7백여점포(우체국)를 가진 체신부는 최근
우체국전산망으로 다운사이징시스템을 도입키로 결정했다.

체신부는 오는 96년까지 2백50억원을 투입, 전국 우체국의 금융업무를
분산처리방식으로 전면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다운사이징 시스템의 보급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대형컴퓨터보다
서버급의 중형컴퓨터 수요가 더욱 커지고 있다.

중형컴퓨터 워크스테이션 PC등을 하나의 통신망으로 묶어 분산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하는 다운사이징시스템의 확산은 컴퓨터업계등에
큰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간 1조5천억원에 달하는 국내 금융전산망시장은 한국IBM등 외국의
대형컴퓨터업체들이 주도해 오고 있다.

그러나 다운사이징시스템의 등장으로 휴렛팩커드 선마이크로시스템 오라클
등 중대형 컴퓨터업체들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중형컴퓨터인 "타이컴" 생산업체들도 다운사이징시스템을 중심으로
재편될 금융전산망 시장에서의 우위확보를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산부채종합관리(ALM)시스템, EIS(경영자정보지원시스템), 영업정보지원
시스템, CASE(컴퓨터이용소프트웨어개발)용 저작도구등 이른바 전략정보
시스템(SIS)의 구축도 금융업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금융자동화의 하나로
적극 추진되고 있다.

특히 CASE용 저작도구의 경우 모든 금융자동화 업무의 개선을 관련시스템
공급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해 오던 데서 탈피, 금융기관 스스로 능동적인
금융자동화를 추진키위해 이용하고 있다.

주변환경변화나 고객의 요구에 즉시 대응할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주요은행들은 이같은 금융자동화 기술개발및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전산
자회사까지 두고 있다.

한일은행의 한일은시스템이 지난89년 세워지는 것을 시작으로 제일은행의
일은시스템, 조흥은행의 조은시스템, 신한은행의 신한은행시스템, 국민은행
의 국민데이타시스템등이 잇달아 설립돼 금융자동화를 진두 지휘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정보화교육이 활발해지고 전산인력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것도
금융자동화를 과거처럼 외부업체에 맡겨 놓거나 일부전산실직원만 알아서는
치열한 금융자동화경쟁에서 낙오될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국내 33개 은행의 총직원은 지난해말 15만2천3백49명으로 전년말보다
3백50명 줄었으나 전산인력은 5천3백28명으로 전년말보다 1백88명 늘어
전산인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산인력의 증가추세로 총직원중 전산인력비율도 93년말 현재 3.5%로
90년말에 비해 0.7%포인트 높아지게 됐다.

투자금융업계에서는 이같은 일이 두드러진다.

동양투금의 경우 수년전까지만해도 업계에서 3,4위수준이었다.

그러나 이회사의 작년말현재 수신고는 4조5천억원으로 투금업계 선두이다.

동양투금의 성장은 금융자동화에 주력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87년부터 경영정보시스템(MIS)을 추진한 동양투금은 92년에 1인1PC개념을
도입하는등 금융자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92년 관계형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RDBMS)을 구축한 신한투금은
투금업계의 후발사이면서도 이 RDBMS때문에 선발사에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기관 스스로 금융자동화에 나서고 있는 한편으로 금융의 사회간접자본
이라 할수 있는 한국은행의 "한은금융결제망"이 오는 12월 가동될 예정
이어서 국내 금융자동화 수준은 한단계 높아질 전망이다.

한은금융결제망은 은행간 결제를 전자방식에 의해 "즉시" 이뤄지도록
하는게 특징이다.

현재 금융기관간결제는 금융결제원을 거쳐 한국은행 당좌계좌를 통해
이뤄진다.

금융전산망과 금융결제원을 통한결제는 소액의 대량거래용으로 계속
이용되고 거액의 소량거래는 한은금융결제망을 통해 이뤄지게됨으로써
지급결제제도가 더욱 발전하게 됐다.

각종 자동화기기및 정보통신기술을 수단으로 비효율적인 경영전략및 조직
운영과 업무흐름을 뜯어 고치는 금융자동화는 이제 단순한 업무처리중심
에서 정보관리중심으로 더욱 발전하고 있다.

관련 장비및 시스템공급 업계가 금융자동화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
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금융자동화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 이에 적합한
장비를 개발 공급 하는데 적극 나서야 할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오광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