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말할것 없고 전세계의 비상한 관심속에 지난 16일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여당이 근소한 차로 승리함으로써 헬무트 콜 총리가 일단은
재집권에 성공했다.

콜총리가 이끄는 3당연정(기민.기사.자민당)은 합계 49%의 지지율을
획득했는데 이러한 지지율이라면 총 656석의 하원에서 현연정은 과반수
에서 2,3석을 상회하게 된다.

이로써 집권 12년째의 콜총리는 어떤 이변이 없는한 오는 98년까지
국정을 수행하게 될 전망이다.

콜 총리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말할것도 없이 통일성취의 업적이다.

여기에 금년 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경제회복이 그의 승리에 결정적인
작용을 한것으로 분석된다.

"이슈없는 선거"양상이 기민당지지율 하락을 막은 점도 간과할수 없을
것이다.

콜총리의 승리는 바꾸어 말하면 지난 4년간 지속된 통일의 후유증이
아직은 상당부분 남아 있긴 해도 서서히 치유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
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가할수 있겠다.

사실 갑작스럽게 닥친 통일의 후유증은 컸다. 경제는 침체를 거듭
했으며 93년 성장률은 마이너스 1.2%였다. 또 연방적자는 675억마르크가
됐으며 실업자는 400만명을 상회하게 됐다.

통일의 장미빛 꿈은 환멸로 바뀌고 "증세없는 통일"이란 정부의 약속은
공약이 되면서 국민의 불만은 고조됐던 것이다.

선거의 결과는 "통일후유증의 잔존"과 "치유의 희망"이란 명암의
혼재현상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연정의 주축인 기민당지지는 90년 총선때 보다 2%포인트정도 하락
했는데 이는 향후 후계문제,야당과의 협력등 여러 과제를 안겨주는
것이다.

반면 구공산당세력이 중심이 된 민주사회당(PDS)은 구동독지역에서
18%이상의 지지를 얻는등 약진을 보였다.

이는 과거의 사회주의체제에 대한 일종의 향수로 풀이된다.

이렇듯 선거결과가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향후 콜총리가 해야할 과제는
"동"과 "서"를 동화시킬수 있는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일이다.

동.서지역 출신 주민간엔 여전히 편견의 시각이 음으로 양으로 나타나
있으며 생활수준의 격차도 현저하다.

옛 동독지역의 실업률이 서독지역 보다 근 2배나 되는 13.8%란 사실은
이러한 격차를 단적으로 표현한다.

독일 통일이후에 전개돼왔고 또 전개될 사태와 이에 대한 독일정부의
정책은 통일독일의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을수 밖에 없는 우리에게
여러모로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