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근 <연세대교수/국제금융>

향후 경제전망과 정부의 경제정책추이와 관련하여 몇가지 우려와 불안감을
떨쳐버릴수 없다.

첫째는 현재의 경제흐름이 조만간 내수의존형으로 굳어질것에 대한 우려
이며 둘째는 자본및 금융시장개방과 국제화조치의 일환으로 추진될 외환
관리완화가 초래할 환율및 통화관리면에서의 불안감이다.

금년들어 상반기중에 기록된 8.5%의 고율성장이 과연 지난 86~88년의
경우와 같은 수출주도형인가 아니면 지난 90~91년처럼 내수주도형인가,
여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몇몇지표들은 우리경제의 흐름이 조만간 수출보다는 내수의존형
으로 기울고 말것이라는 점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금년들어 상품수입중 내수용수입의 증가율이 수출용수입
의 증가율을 크게 웃돌고 있는것은 앞으로의 경제상황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수출용수입의 증가율(4.7%)은 내수용수입 증가율
(마이너스 0.4%)을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올해들어 상반기중에는 내수용증가율(20%)이 수출용수입증가율
(5%)을 압도하기 시작했고 그러한 상황은 하반기에 와서도 지속되고있다.

물론 수입의 대부분이 국내투자증대와 연관된 것이라고는 하나 그것이
주로 내수용투자와 관련된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경제의 흐름이 수출보다는 내수의존형으로 되는것을 크게 우려하지
않을수 없는 까닭은 산업구조의 특정상 내수의존형 고율성장은 무역수지와
물가의 일방적 희생만을 초래함으로써 곧 장벽에 부딪치게되고 급격한
정책전환과 그에 따른 경기의 급속한 냉각을 불가피하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보세가공형산업구조하에서 한국경제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오직 수출증대와 그에 입각한 적정성장인 것이다.

다시말해서 현재와 같이 부품소재및 기계류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상황
에서는 수출만이 성장,물가및 국제수지의 조화를 이룰수 있는,따라서
지속성을 갖는 성장요인인 것이다.

결국 경제성장률이 수출증가율과 좀더 긴밀히 연계되도록 하는 정책
운용이 아쉬운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당초 예상한 성장률 수준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특히 과거에 우리경제는 7%의 성장률을 2년이상 지속한 경험이 없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할것이다.

최근 구체화 되어가고 있는 자본시장개방및 외환관리 완화계획들은
사실상 새로운것은 아니다.

환율문제만 하더라고 이미 신경제5개년계획의 텍스트에서 계획기간중
연평균 2~3%의 환율하락이 예상되어 있고 오는 96년에 가면 자유변동환율
로 이행될 것임이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정책의 시행계획과 관련하여 불안감을 갖게
되는 것은 현재및 향후 예상되는 경제상황에 비추어 볼때 매우 우려되는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막대한 자본유입에 따른 통화관리상의 어려움
과 외환시장에서의 불안정적투기의 위험성이다.

자본 생산성과 인플레이션율의 국제적차이로 인해 존재하는 현재의
내외금리 차이에 더하여 원화가 연간 2~3%씩 평가절상 될것이라는 전망은
외국인들은 물론 내국인들의 자본도입에 추가적인 유인으로 작용하게된다.

따라서 자본도입촉진과 환율하락간의 상승작용이 우려됨은 물론 이를
차단하려는 정책당국의 개입의지가 통화운용의 불안으로 인해 곧 한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되면 원화에 대한 국제적인 투기까지도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

한 나라의 금융위기가 과연 어떠한 동기와 과정을 거쳐 발생되는가의
예는 결코 적지않다.

가장 가까운 예로서 금년 5월 EU회원국으로서는 마지막으로 외환관리
철폐 방침을 발표한 그리스를 들수 있다.

그리스의 경우에서 알수 있는것은 잠재된 위기요소가 외환관리완화
조치를 계기로 급격히 현재화 될수도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적한대로 경제성장의 추진력이 주로 수출부문에서 나와야하는
상황하에서 가격경쟁력을 저해하는 원화의 지속적 절상도 문제지만
원화절상이 초래할 금융면의 불안요소를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이와관련하여 지적하고 싶은것은 원화절상이 수입품의 국내가격안정을
통해 국내물가안정에 기여하는 정도가 과대평가되어서는 안된다는 점과
외국자본도입의 자율화가 국내금리안정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는 주장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외자도입의 자유화는 국내도입자에게는 자금조달비용의 절감효과가
있으나 그렇다고하여 국내금리가 곧 국제금리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기대할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외자도입규모가 무한히 커서 국내에서 자본의 한계생산성
이 현7%수준에서 선진국들의 3%수준으로 떨어지고 또한 상품수입이 크게
증대되어 물가상승률이 현재의 6%수준에서 선진국수준인 2%정도로 하락
해야 되기 때문이다.

결국 자본시장의 개방과 그의 전제가 되는 외환관리완화등의 조치가
주어진 스케줄에 따라 추진되어야 하는 극히 불가피한 것이라면 우리
경제의 현상황(특히 우리의 실물부문)에 비추어 볼때 우리는 그만큼
운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하여 운수타령만 하고 있을수도 없는 것이 아닌가.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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