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2000년 사이에 현재의 10대 재벌중 3개 정도가 탈락하고,2000~2010년
사이에 다시 3개 정도가 탈락할 것이다. 따라서 2010년 한국의 10대 기업
집단은 1990년의 10대중에서 3~5개 정도가 남아있을 것이다"

지난5월 21세기위원회가 이같은 내용의 국가장기정책 종합보고 "21세기의
한국"을 발표한 이후 각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1세기위원회의 이같은 예측은 다양한 변수가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기업
집단들이 현재 영위하고 있는 업종의 미래성을 바탕으로 한것이다.

물론 70년대이후 10대 그룹의 멤버들이 큰폭의 자리바꿈을 했다는 것도
가설의 한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에대해 일부 긍정하면서도 다소 냉소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느 기업이든 과감한 경영혁신과 함께 21세기를 주도해 나갈 미래업종에
대한 신규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등 21세기에 능동적으로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이미 반도체분야에 성공적으로 진출한데 이어 일관제철소
건설을 통해 제철사업에 나서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고 삼성그룹 역시
승용차사업에 신규참여하기 위해 준비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대우그룹은 반도체사업에 새롭게 뛰어들었고 럭키금성그룹과 선경그룹은
21세기에 가장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정보통신사업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했다.

21세기 산업계의 새로운 지도는 산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크게 바뀌겠지만
이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모습에서 미리 그려볼수 있다.

산업연구원(KIET)의 전망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각 산업군 가운데
2010년까지 가장 급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업종은 일반기계 전기.전자 수송
기계 정밀기계 금융등과 함께 정보서비스등 기타서비스로 요약된다.

이들 업종은 앞으로 20년간 매년 10%이상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들이 국내총생산(GN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자.전기제품이 2.8%에서
4.9%로, 수송기계가 2.8%에서 4.1%로 확대되는등 급팽창이 예상된다.

이와함께 산업계의 가장 큰 변화는 역시 국제화이다.

국내제조업에서 10%에 불과한 외국기업의 비중은 국내시장의 개방과
함께 2010년이면 20%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현재 유럽의 선진국 경제에서 다국적 기업의 비중이다.

지난90년 한국기업들의 해외투자 누적액은 수출액의 5%에 불과하다.

이는 대만과 비교해도 절반이하 수준이다.

앞으로도 경쟁력 약화에 따른 이민형 해외투자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이지만 각기업들의 국제화가 뒤늦게나마 강력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상황은
달라질수도 있다.

국내기업중 국제화에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삼성그룹의
경우 도쿄와 싱가포르에 지역본사를 세운데 이어 미국 유럽 중국등에
각각 지역본사를 세울 계획이다.

또 중국 소주 멕시코 유럽 미국등 세계 각지에 생산단지를 구성, 본격적인
다국적기업으로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럭키금성그룹도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전기.전자 석유화학분야의 집중투자와 함께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북경에 현지 그룹본사를 짓기로 했다.

이본사에는 계열사가 입주해 국내본사와는 별도로 현지 경영을 관리하게
되며 앞으로 이같은 형태의 해외본사체제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코오롱그룹도 최근 홍콩에서 그룹국제화전략위원회 회의를 갖고 중국
베트남 동유럽지역을 해외거점시장으로 잡아 섬유 건설 금융사업을 집중
전개, 현지화된 지역별 소그룹체제를 구축키로 했다.

대기업의 이같은 노력은 90년대 후반기에 보다 활기를 띠면서 21세기
국내기업들의 다국적기업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무한경쟁과 글로벌산업의 등장은 기업들에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리한 생산입지를 통한 원가 우위, 높은 기술수준을
통한 제품력과 강력한 마케팅활동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기업들은 적정 규모에 달성하지 못할 경우 인수와 합병을
통해 기업규모를 키우고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거나 생산이나 마케팅분야에서
의 약점을 강화하기 위해 다른 다국적 기업과의 보완을 강화할 것이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서 비교적 성숙된 산업인 철강 조선 타이어 석유화학
목재 제지등의 산업은 90년대에 일본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고
중간정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자동차 가전 반도체 컴퓨터 정밀기계등에서는
2000년께 일본의 기술수준에 육박할 것이다.

조선 철강 가전부문에서 한국기업들이 이미 세계 상위권의 위치에 있고
2000년이 되면 자동차 반도체 타이어등의 산업에서 세계 10위권의 기업이
상당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2010년께 중요 첨단산업이 될 생명공학 재료공학 우주항공등의
분야에서는 그때에도 상당한 기술격차를 감수해야할 것이다.

< 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