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의 경쟁력 회복은 바로 미국기업의 경쟁력회복에서 비롯되었다.

당연한 이치라 할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나 보조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기업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세계정상의 경쟁력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 주목 받을만하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자동차 철강 반도체등 제조업분야에서 일본기업들에
정상의 자리를 내어주기만 하던 미국기업이 90년대들어 눈에 띄게 경쟁력을
회복하기 시작했을 뿐아니라 21세기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정보
산업 부문에서도 미국은 확고한 우위를 굳혀가고 있다.

멀티미디어 개발경쟁에서 핵심이 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마이크로프로세서
디지털 정보압축기술등에서 미국기업들은 현재 다른 어떤 선진국 기업들보다
앞서고 있다.

미국기업이 잃었던 경쟁력을 제조업에서 되찾고 정보산업에서 선두에 나설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미국기업들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매우 신속하게 적응했다는 점을
들수 있다.

80년대까지 일본등 외국기업들의 거센 추격으로 매우 혹독한 경영환경을
경험하면서 미국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철저한 합리화 과정을 거쳤다.

적극적인 감량경영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최대한 절감했다.

부가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자리는 없어지고 조직계층은 단순화되었다.

해고바람이 불면서 생산직 근로자는 물론 관리직도 대폭 감원되었다.

79~90년 동안 관리직만 1백만명 이상이 감축되었다.

GE사에서는 생산자동화를 통해 81년부터 85년까지 5년동안 종업원의 25%,
10만명 이상이 줄었다.

대규모 감원이 가능했던 것은 종신고용제를 자랑하는 일본과는 달리 소위
"외부노동시장"이 잘 발달되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해고되더라도 다른 곳에 자리를 얻는 것이 다른 나라에 비해 어렵지 않다.

종업원 해고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적은 것이다.

최고경영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영부진을 이유로 최고경영자가 경질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경영이 어려운 기업을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할때는 엄청난
보수를 약속하고 외부로부터 유능한 경영자를 영입하는 방법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었다.

모토로라사의 신화를 창조한 조지 피셔 회장은 이스트만 코닥사로 자리를
옮겨 우리 돈으로 2백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다.

둘째, 최고의 이익을 남기는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비록 적자기업은 아니더라도 핵심사업과 상호 보완관계가 약하다고 생각
되는 사업들은 미련없이 매각해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자본시장이 잘 발달되어 있어 기업의 매수및 합병이 용이했기 때문에
사업구조재편이 보다 쉽게 이루어질수 있었다.

가끔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정상적인 기업이 일시적인 경영실적 부진으로 소위 "침략자"라고 불리는
기업사냥꾼들의 희생물이 되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매수 합병을 통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이 도태되고 경쟁력이
강한 기업만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치열한 경쟁풍토가 유지될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업 매수 합병은 나름대로의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고 볼수도 있다.

셋째, 뛰어난 기초과학의 바탕위에 품질과 생산효율성을 결합하는데
성공했다.

원천기술에서는 우위에 있으면서도 일본기업에 시장을 번번이 빼앗기던
미국기업이 세계최고라는 과거의 영광에서 비롯된 자만심을 버리고 일본
기업의 성공에서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70년대말 복사기시장을 80%이상 차지했던 제록스사는 값싼 일본제품들
때문에 시장점유율이 35%로 급격히 떨어졌다.

직접 일본에 가서 일본 제조업체를 조사한 결과 생산성 측면에서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제록스사는 아예 일본기업을 모델로 생산시스템 자체를 바꿈으로써 생산성
격차를 줄이고 시장점유율을 눈에 띄게 향상시킬수 있었다.

넷째, 경제의정보화 서비스화가 급속히 진행된 것도 미국기업의 경쟁력
회복과 무관치 않다.

독창성과 자유경쟁이 강조되는 미국의 기업문화가 정보서비스 산업에서의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 창의력과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한 무수히 많은 기업들이 미국
에서 탄생했고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PC운영 소프트웨어 도스(DOS)를 개발한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사,
D램을 처음 개발하고도 일본기업의 저가공세에 밀려 D램사업을 포기한후
고부가가치의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과 생산에 전념함으로써 다시 세계
1위의 반도체기업으로 성장한 인텔사, 대학원생이던 벡톨 샤임에 의해
세워진지 10년만에 세계 워크스테이션 시장의 39%를 차지할만큼 성장한 선
마이크로시스템즈사등은 미국이 자랑하는 새로운 초일류 기업들이다.

미국기업의 경쟁력 회복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미국기업의 변신능력 독창성 이것을 가능케 했던 사회환경이 매우 독특하기
때문이다.

미국정부는 제조업에서는 물론 철도 금융 통신등 주요 기간산업에서조차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진입을 더욱 용이하게 하는등 자유방임적인 경제운용
으로 일관했다.

경쟁을 통해 기업 경쟁력이 높아지고 위기관리능력이 커졌다고 할수 있다.

우리의 조직문화 경제제도는 아무래도 미국보다는 일본쪽에 더 가깝다.

경제환경의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정보지식화 사회가 진전될수록
보다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수 있는 유연한 기업, 창의력 있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된다.

그런 면에서 미국기업의 경쟁력 회생경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이근태 < 럭금경제연연구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