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세계경제지도를 새로이 그리고 있다.

19세기 산업혁명기의 유럽에서 20세기 북미대륙으로 옮겨진 세계경제의
무게중심이 중국인들에 의해 동남아지역으로 이전되고 있다.

12억인구의 중국과 대만 홍콩을 비롯한 동남아지역을 중심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화교들이 21세기 세계경제의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 어느 지역의 경제규모도 따라잡지 못할 중화경제권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중화경제권의 종주국은 중국.중국은 등소평의 개혁.개방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5천억달러에 육박,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외국인투자는 지난한햇동안 8만3천2백65건 1천1백8억5천2백만달러(계약액
기준)로 92년에 비해 90.7%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이 유치한 외국인투자액(10억4천4백만달러)의 1백배가
넘는 규모이다.

이는 또 개방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한 79년이래 92년까지의 외국인투자총액
과 맞먹는 것으로 미래시장으로서의 중국의 가치가 보다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올들어서도 목표치를 웃도는 10%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
하고 있으며 시장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개방화에 가속을 더하고 있다.

영국의 국가전략연구소는 중국이 이같은 성장속도를 유지할 경우 오는
2010년에 세계최대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실질구매력을 기준으로 볼때 중국이 이미 세계 3대
경제대국의 위치에 올라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만과 홍콩,그리고 동남아지역을 중심으로 산재해있는 화교세력을
포함하면 중국인들의 경제력은 더욱 막강해진다.

세계은행의 예측에 따르면 중국 대만 홍콩등으로 이어지는 중화경제권은
연간 7%대의 경제성장을 지속할 경우 오는 2002년 역내 총생산이 9조8천억
달러에 달해 미국의 9조7천억달러를 제치고 세계최대 경제권을 형성할
전망이다.

일본과 독일 총생산의 2~3배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역시 오는 2030년 중화경제권이 세계GDP의 12%,
무역량의 20%를 점하게 될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전망을 실현가능케 하는 원동력으로는 동남아지역을 중심으로
한 화교세력이 꼽히고 있다.

화교들은 이미 세계경제의 물꼬를 좌우하고 있다. 전세계에 거미줄처럼
연계돼 있는 화교들은 5천7백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 5천3백만명이 대만 홍콩 마카오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전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들은 무서운 속도로 부를 축적하고 있으며 연간 5천억달러이상의 경제적
과실을 일궈내고 있다. 이는 중국본토의 국민총생산(GNP)과도 맞먹는다.

화교경제는 게다가 연간 7~10%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화교들은
그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각지역의 경제를 떡주무르듯 하고 있다.

홍콩 대만 싱가포르등 3개국가의 외환보유고만 보더라도 1천8백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일본과 독일의 외환보유고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중국본토와 세계각국 화교들의 외환보유고를 모두 합하면 무려 3천억달러
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화교들은 이같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아시아각국의 민간경제부문을 완벽히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금융 부동산 물류등 비즈니스의 3요소를 손에 거머쥐고 있다.
정치주도세력과도 줄을 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전체 인구의 3~4%에 불과한 화교들이 70%이상의
민간자본을 굴리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2백여개 대형업체중 1백60개
업체를 화교가 소유하고 있다.

태국의 화교는 전체인구의 10%정도이지만 방콕은행을포함,4개 대형
민간은행 모두를 통제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도 총인구의 1.4%정도인 화교들이 경제활동의 60%를 좌우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역시 전인구의 30%정도인 화교가 80%가량의 경제력을 통제
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화교세력은 또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 필리핀 베트남간의 최대
상호투자자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중국본토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다. 대중외국인투자의 80%가량이 화교
자본으로 사실상 중국의 고도성장을 이끌고 있다.

화교들은 이제 세계경제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힘의 결집을 서두르고
있는 중이다.

지난 91년 싱가포르에 이어 지난해에는 홍콩에서 두번째 화상대회가
열렸다.

중국 역시 화교세력의 힘을 한데로 모아 세계경제 블록화에 대항하는
독자적인 경제권을 구축한다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일본의 종합상사인 미쓰이(삼정)물산에 따르면 중국은 3개의 3각형전략을
추진중이다.

우선 소삼각형전략으로 중국은 대만 홍콩과의 상호의존관계를 확대한후
중삼각형전략으로 동남아국가연합(ASEAN)등 이지역 신흥공업국과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을 갖고있다.

중국은 이를 기반으로 일본의 세력확장에 대응하고 이지역국가들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범위내에 포함시키려는 미국세를 차단,자국을
정점으로한 또하나의 거대경제권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NAFTA,그리고 정치적 통합까지를 염두에 두고 있는 유럽연합(EU)에 맞서
동남아지역 경제권을 주도하는 세력으로서의 위상을 다지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 김재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