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이맘때 만학의 생도로서 보스턴에 머무른 이래 다시 보스턴을 찾게
되었다.

이번에는 학생으로서가 아니라 그때의 은사였고 지금도 미국 증권시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하버드대의 싸뮤엘 헤이즈교수와의 회견및
오찬약속을 위해 뉴욕에서 한나절 일정을 잡은 것이다.

5년만에 찾은 보스턴과 하버드는 모두 변해 있었다.

로건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서는 오입에 새로운 생명공학공장이 들어서고
그전에 폐쇄되었던 화학공장을 개조하여 전자통신등 첨단의 공장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었다.

새벽 서틀비행기가 비즈니스맨들로 만원을 이루고 기내 좌석마다 신용카드
만 넣으면 세계 어디에라도 통화할수 있는 전화기가 부착된 것도 전에 없던
변화이다.

하버드도 변했다.

경영대안에 새로운 건물이 세채나 들어서고 경영자과정의 분위기도 5년전
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그때는 미국제조업체의 침몰과 미국기업의 국제경쟁력상실이 케이스
스터디의 단골메뉴였고 약진하는 일본기업의 성공사례에 고무되어 "배우러
온것이 아니라 놀러왔다"는 일본인 학생들의 방자한 언동에 미국학생들이
분통을 터트리던 우울한 시기였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다.

적자에 허덕이던 포드자동차의 가동율이 1백%로 2차대전직후 이래의
기록이고 미국기업의 경쟁력회복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국 증권시장은
연일 주가가 기록경신을 하고 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헤이즈교수의 대답은 명쾌하다.

지난 5년간 미국기업의 뼈를 깎는 경영혁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제일이라는 자존심도 버리고 겸혀하고 진지한 자기성찰과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이들의 환공탈신사례를 배워야 한다.

다시 미국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