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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는 19세기엔 유럽, 20세기엔 미국주도로 바뀌었다. 20세기
후반 동북아지역이 강력히 부상하고 있다.

EU와 NAFTA등 지역주의의 반발과 3극 정립시대를 거쳐 21세기엔 동북아
가 세계경제의 중추로 등장할 것이다.

유교적 전통, 대외지향경제, 정부주도형구조등이 동북아지역의 경제를
끌어온 원동력들이다. 앞으로 중국은 일정시점이 되면 사회주의를 포기
할 것이다.

일본은 생산과 소비의 2중구조를 뛰어넘어야 하는 약점을 갖고 있다.

한국은 중국의 공급기지로 기능하면서 이를 약진의 기회로 삼아 선진
경제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도 결국은 중국식 개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통일의 길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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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지역은 5000년전에 황하문명을 일으킨 세계의 발전중심지였다.

그러나 그뒤 금세기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동안 발전에서 주변지역으로
소외되어 빈곤의 역사가 지배해왔다.

중경제력 과소평가 그런데 금세기후반에 들어와 한.중.일등 3개국으로
대표되는 이지역은 세계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성장중심권으로 갑자기 부상
하고 있다.

지난 30년간의 추세로 보면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이 2~3%였던데 비해 이
지역은 6~7%였다. 무역신장률도 다른지역의 배이상을 기록했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이 지역의 경제력은 미국이나 구주에 비교의 상대
조차 되지못했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거의 맞먹은 수준까지 따라붙게 됐다.

이것을 그래프에서 보면 1992년 현재 동북아 3개국의 GDP는 전세계의
19%,그리고 북미주나 EU의 3분의2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세계은행의 조사에 의하면 중국의 경제력은 체제의 차이때문에
과소평가되어 있으며 실제로는 실질구매력이 5배쯤 더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1991년의 GDP는 2조달러,1인당 GDP는 1천9백달러로 계산하고
있다.

만일 이것을 받아들인다면 동북아 3개국의 경제력은 이미 북미나 EU에
대등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수 있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것인가. 여기에는 두가지 유의점이 있다.

그 하나는 동북아의 인구가 월등히 많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최근
한세대동안 유지된 동북아의 고도성장이 다음세기에도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인구규모는 현재 NAFTA나 EU가 각각 3억5천만명내외인데 비해 동북아
3개국은 13억명이 넘는다.

이러한 동북아의 큰 인구규모는 한편에서 보면 현재의 1인당소득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장차 폭발적인 경제력의
팽창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앞으로 경제성장률을 동북아는 6%,그리고 북미나 구주는 2%씩으로
가정한다면 동북아의 GDP는 2004년에가면 북미나 EU와 같게 될것이며
중국GDP의 저평가요인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3분의1이 더많게 될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세기는 동북아주도시대가 될것인가.

19세기는 구주주도시대였다. 1760년대에 산업혁명을 시작한 영국이
세계경제의 중심국이었다. 20세기는 미국주도시대였다.

19세기 후반에 공업화도약을 수행한 미국은 1910년대의 1차세계대전을
계기로 세계경제를 주도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다음세기엔 동북아주도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할 것이며 이것은
토인비와 같은 사가들이 오래전부터 예견해온 바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에 대한 저항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지역주의의 물결이다.

EU의 출범은 구체적으로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필요에서 나왔지만 결국 동북아와 미주를 견제하여 구주주도시대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며 NAFTA의 결성도 같은 맥락이다.

미주주도시대의 자리를 내놓을수 없다는 결의가 담긴 것이라고
할수있다.

그러나 이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질서는 다음세기 초까지
구주 미주 동북아의 정립시대를 거쳐 결국 동북아가 중심이 되는
시대로 이행할 것이다.

그러면 동북아경제는 왜 이처럼 뒤늦게 약진하게 되는 것인가.

여기에는 동북아 특유의 발전모델이 있는데 그 기본구도는 다음 세가지로
집약해 볼수 있다.

첫째로 유교적 전통을 지닌 농경사회라는 초기 부존여건이다.

우선 고도의 교육과 인간개발,그리고 도덕적 기강으로 수련된 인적
자원이 정착생활을 하는 농경사회에서 방대한 잠재실업형태로 부존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편 유교의 정태성,예컨대 물질을 축적수단으로 보지않고 생계수단으로
본다든가,개인주의보다 집단주의,합리정신보다 중용사상을 추구하는 것은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었으며 이때문에 공업화가 지체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단 공업화에 점화된다면 무서운 힘으로 경제적약진이 추진될수
있는 것이다.

둘째로 잠재실업형태로 부존된 인적자원을 생산력화하여 공업화에
점화시키는데 필요한 생산수단,즉 자본 원료 기술 시장등은 국내에서
조달하지 않고 해외에서 해결했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개방체제를 추구하며 외자와 무역의 교류이익을 극대화하려
했던것이며 그 결과 후발주자가 가지는 모방이익을 최대화하며 이른바
압축적 발전을 성취시킨것이다.

끝으로 그러한 개발은 구주와 미국의 경우처럼 시장기능에 맡겨진것이
아니라 정부주도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일본의 명치유신정권,한국의 개발독재군사정권,오늘날 중국의 사회주의
정권등이 모두 유사한 기능을 수행했다고 볼수있다.

지금 동북아지역은 고도성장과정에서 급격한 구조변혁을 겪고 있다.

세계경제에서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을뿐 아니라 동북아주에서의
위상도 변화하고 있으며 성장엔진을 대체해야 하는 많은 도전에
당면하고 있다.

전후 일본경제는 동서냉전의 최대수혜자로서 고도성장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일본식 고도성장의 내용을 보면 고율의 생산성투자를 기준으로
하여 세계에 자본 원료 기술등을 공급하는 공급기지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한편으로 생산물의 판로는 주로 미국에 의존해왔던 것이다.

그결과 일본경제는 고성장 저소비형으로 틀을 굳혀 흡수능력의 만성적
부족과 무역수지의 만성적 흑자에 이르게 된것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일본경제는 두얼굴을 가지게 되었다.

생산과 소비의 순환면에서 보면 생산력은 선진국인데 생활수준은 후진국
이며 저축투자면에서 보면 개인적으로는 자녀교육과 노후대책때문에
고저축하면서도 사회적으로는 사회간접자본의 빈곤등 저저축 저투자국이며
경제구조면에서 보면 소비와 생산은 자기완성적경제이면서 판로면에서는
대외의존적이다.

또한 세계경제와의 관계에서 보면 세계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이웃을 빈곤화시키는 방법으로 스스로 성장하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성의 결과로 인해 오늘날 일본경제는 구조적전환기를
맞게 되었다.

무역마찰과 엔고현상 고물가현상 그리고 성장과 후생의 괴리등이
그것이다.

이때문에 일본경제의 성장률은 1960년대 10.5%,70년대 5.1%,80년대 3.6%,
그리고 90년대들어 지난해까지 2.6%등으로 감속되고 있는데 다음세기에
일본경제가 어떻게 성장할것인가 하는것은 이러한 구조적 이중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 계 속 ...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