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조사한 최근 국.공.사립 대학의 교육여건 지표는 한국 대학
교육의 기반이 여전히 저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7일 국회를 통해 밝혀진 이자료는 몇가지의 지표를 시점대비 없이 대학
간에 단순 비교한 것이어서 그것만으로 대학교육 추세의 동태적 파악은
어렵다.

이 한가지만 봐도 정부나 국회가 국가의사결정의 관건인 제반 지표를
파악함에 있어 긴 기간의 여러 시점을 대비, 입체적으로 검토하는
자세가 근본적으로 결여돼 있음을 미루어 알수 있다.

더구나 국경없는 경쟁시대에 있어 대학이 담당해야 할 역할이 얼마나
막중한지를 안다면 판에 박은 교육논쟁만 연례행사처럼 반복할뿐 실질적
개선여부를 따지지 않는 잘못을 계속하진 않을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는 교수의 연구실적이나 학생의 학업성적 분석 등
대학우열의 직접기준 지표들이 아니라 교수의 1인당 학생수와 정원대비
확보율, 학생 1인당 교육비와 도서구입비, 기준대비 교사확보율과
사립대의 재단전입금등 외형적 지표들이 91~92년,또는 93년도 시점으로
집계되어 있다.

더구나 국제간의 비교자료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 나타난 지표들이 대학교육의 질을 결과적으로 좌우하는
결정적인 선행조건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국내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간,중앙소재 대학과 지방소재 대학간,
각개별 대학간의 여건비교에는 이 지표들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공개된 교육부 자료에는 물론 최근 중앙일보와 그밖의 사설기관 조사
에서도 계속 밝혀져 오듯이 근년 대학사회에서 일어난 가장 시사적인
변화는 포항공대의 괄목할 약진이라는데 주목할 가치가 크다고 본다.

개교 10년이 안된 사이에 이미 사회적으로도 여러모로 주목을 받아
왔지만 이점은 누구보다도 문교정책을 다루는 고위 정책가들에게는
많은 참고가 돼야 마땅하다고 본다.

이번 자료에서도 포항공대는 국.공.사립 모든 대학을 제치고 전7개
지표에서 단연 수위 점수를 휩쓸었다.

그러나 좀더 살펴보면 각 지표들은 서로 깊은 인과관계로 연결되어
있음을 안다.

주어진 인자는 무엇보다 국고지원이 제약된 사립대중에서 포항공대가
재단전입금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 것이다.

포항공대에 전입된 금액은 630여억원으로서 2위인 고려대의 232억원,
13위인 연세대의 68억원에 비하면 재단의 출연이 엄청 크다.

매듭은 여기서 풀린다.

1인당 교육비,교수확보율,교사및 도서의 확보등 나머지 6개항목은
예외없이 자금지출에 정비례할수 밖엔 없는 성질의 항목들이다.

재원이 부족한데 교수를 정원대로 채용할수 있을리 없다.

근년 교수요원의 수급이 공급초과로 바이어어 마켓인 상황에서 질을
떠나 교수의 수적 충족여부는 오직 가용재원 하나가 말을 한다.

대학의 재원에는 무엇이 있는가.

단순화하여 분류한다면 학생의 등록금,국고나 재단의 지원금,그리고
외부 찬조금의 세가지일 것이다.

이 가운데 현 국내 형편에서 대학마다 가장 큰 차이가 날수 밖에 없는
것은 사립대 재단전입액의 다과 뿐이다.

국공립대학에 대한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에는 대단한 경직성이 있다.
그러나 사립의 경우 재단의 형편에 기복은 있을수 있는 것이다.

예의 포항공대를 공사립 기준으로 일별하는데 있을수 있는 이견을
차치하자.

중요한 것은 실제 국영기업으로서의 포항제철이 개교 훨씬전부터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를 꿈꾸고 초일류 공과대학 설립을 치밀히
구상, 실현한 배경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지 않으면 안된다.

한마디로 그것은 자연인 누구를 떠나 추진한 주역들의 의지요,소신이
중요했다고 본다.

가령 자신의 경륜 또는 훌륭한 참모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어느 대성한
기업그룹의 총수가 됐건, 또는 적절할지 몰라도 전.현직 대통령이 됐건,
10년전쯤에 포철이 결심하고 추진했던 확신을 가지고 같은 일을 시도
했거나 앞으로 시도한다면 같은 결과가 나올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요컨대 사립대학이든 국립대학이든,뜻있는 사람의 철두철미한 의지가
훌륭한 결실의 관건이라는 말이다.

국공립 불구하고 보편적으로 한국의 대학이 오래 파인 구령텅이에서
헤어나 개방하의 세계의 대학으로 다시 태어나려면 몇가지 단안을
내려야 한다.

첫째는 학생의 교육비부담을 과감히 높여야 한다.

6.29이후 등록금 인상이 학생들의 폭력적 반발로 몇차례 좌절했지만,
솔직히 이런 등록금 수준으로는 더 훌륭한 대학교육을 요구하기가
불가능하다.

둘째 장학제도의 확충이다.

사립대에는 장학금 제도운영에 완전한 재량을 주고 국립대에는 대학
등록금의 대폭 인상이후 가난한 인재를 국고나 기타의 장학금으로
수용토록 해야한다.

셋째는 사학의 창설과 운영에 제약을 줄여 교육에 뜻이 있는 기업가의
참여 길을 과감히 트는 일이다.

막말로 학위를 팔거나 범죄술을 가르치지 않는한 넓은 길을 열어줘야
경쟁시대 대비가 가능하다.

끝으로 과거 40여년 개발시대의 양적 교육전략을 국제화 선진화에 맞는
질의 교육으로 전환해 마땅하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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