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근 동부제강 사장은 임금협정조인식에 참석한 것을 빼고는 올해
임금협상에 단한차례도 나서지 않았다.

지난달중순 노조가 협상결렬 선언과 함께 파업에 돌입하고 "자보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던 그룹이 이미지실추를 우려,조속한 타결을 촉구해도
윤대근사장은 회사측 협상대표(정형수전무)가 알아서할 일이라며 평상의
업무만을 집행했다.

정형수전무를 회사측협상대표로 지명해 전권을 위임한만큼 양보를 하든
계속 버티든 그것은 그가 결정할 사항이지 파업을 한다고해서 사장이
나서는 전례를 남겨서는 경영의 원칙이 서지않는다고 윤사장은 판단했다.

통상급기준 14.89%(노조)와 기본급4.1%인상(회사)으로 팽팽히 맞서던
동부제강의 입금협상은 결국 정전무선에서 기본급5%와 성과급 1백%로
지난달24일 타결됐다.

경영의 성과가 좋으면 성과급은 얼마든지 지급할 수 있으나 적자를
감내하면서까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윤사장의
경영관이 협상의 결과에 그대로 나타난 셈이다.

작년11월 송0호사장의 뒤를 이어 동부제강대표이사에 취임한 윤사장은
"기본과 원칙의 확립, 질적 생산성의 향상, 도전적.창조적 사풍조성"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2000년대 비젼과 같은 꿈같은 목표보다는 룰이 중시되는 도전적 분위기를
만드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품의 고급화와 사업다각화를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윤사장이 임금협상을 끝까지 정전무에게 맡긴 것도 따지고 보면 스스로
제시한 이같은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동부제강이 철제가구인 "다고"의 제조.판매에 나서고 조립식 건축물인
프리엔지니어드빌딩 사업에 참여키로 결정한 것도 마찬가지로 윤사장의
경영방침을 반영하는 것이다.

윤사장은 미국생활을 오래한 합리주의자다.

그런만큼 권위와 형식을 싫어해 때로는 한국적 풍토에 익숙해져 있는
다른 임원들의 애를 먹이기도 한다.

실례로 윤사장은 투자와 같은 중요한 결정사항도 김준기그룹회장과
사전협의를 하지않는다.

사장으로 임명해 일단 경영의 전권을 맡겼으면 평가는 주총에서 하면되지
회장이라고 해서 일일이 간섭을 해서는 않된다는게 윤사장의 지론이다.

따라서 김회장과의 사전협의라는 어려운 일(?)은 다른 임원들이 알아서
해야한다.

윤사장이 이같은 특이한 경영관을 펼칠 수있는 것은 그가 김준기회장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실세사장이기 때문이기도하다.

윤천주전서울대총장의 아들인 그는 김준기회장과는 동서지간.

미국에서 공부하던중 손위동서인 김회장의 요청에 따라 비서실로 들어와
달라는 청와대의 요청까지 뿌리치고 77년부터 미륭건설(동부건설)의
해외자재구매를 맡아 그룹에 몸담았다.

그런만큼 김회장도 윤사장에 대해서 만큼은 특별한 배려를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윤사장은 그러나 88년 동부제강상무로 귀국하기까지 무려 15년이상을
계속 미국에 머물러 국내사정에 밝지 못하다는 취약점도 있다.

동부제강의 임원진은 일신제강시절의 공신들을 그대로 대접함과 동시에
윤사장의 이같은 약점을 보완하도록 짜여져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재희부사장이다.

삼성에서 한양유통을 거쳐 동부그룹으로 옮겨온 이부사장은 경남고
서울법대출신으로 동부제강내에서는 발이 가장 넓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당초 백화점사업을 염두에 두고 김준기회장이 그를 스카웃해왔으나
윤사장이 국내사정에 밝지못하다는 점을 감안, 동부산업에서 동부제강
으로 자리를 옮겨 윤사장을 도와주도록 했다는 후문이다.

나머지 임원들은 일신제강시절 입사한 엔지니어와 기획 자금 신사업등을
담당하는 미륭건설및 동부산업출신으로 크게 나뉜다.

이중 올해 회사측대표로서 임금협상을 마무리한 정형수전무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냉연엔지니어.

동부제강이 설비능력이상의 생산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그의 덕이다.

그는 외국에서 도입한 설비를 개조, 공칭능력이상의 생산이 가능토록
하는데 귀재로 알려져있다.

한경섭상무는 윤사장을 대신해 김준기회장에게 회사의 돌아가는 상황을
직보할 정도로 신임을 받고있는 인물이다.

강릉상고 고대상대를 거쳐 기업은행에서 10년간 국제업무를 다뤄온
국제금융통으로 중동건설붐때는 그룹의 해외자금조달을 전담했다.

한때는 파견형식으로 동부투자금융에 나가 동부투자금융의 증권사전환을
총지휘했으며 동부산업근무시절에는 해외현지법인 설립을 주도, 동부산업
의 해외현지법인은 지금도 상당수가 그를 대표로 등재해 놓고있다.

배무남상무는 일신제강시절부터 판매업무를 보아온 판매및 원료전문가
이며 김준기회장과 경기고 동기동창인 정홍용상무는 다결정실리콘의
개발을 성사시킨 숨은 주역이다.

정상무는 고비때마다 김준기회장을 설득, 개발자금을 얻어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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