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장태일씨(28)는 컴퓨터게임에 능하다.

두번째 장편소설 "겨울숲으로의 귀환"에서 그는 컴퓨터를 통해 가상현실
게임을 즐기듯 현실과 가상의 세계가 중복되고 반전되는 새로운 형식을 만
들어내고 있다.

"2년전 일본 CD-ROM 게임을 접하면서 가상현실게임에 흠뻑 빠졌던게 이소
설을 쓰게된 계기가 됐습니다.

여러가지 상황을 반복해 보여주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진정한 현실은 과연
어느 것인지를 묻고 싶었어요" "겨울숲으로의 귀환"은 세가지 줄거리가 함
께 나타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있다.

첫번째는 이혼한 30대중반의 남자가 다섯살짜리 딸을 키우며 살아가던중
가상현실게임에 빠지는 이야기. 두번째는 또한차례의 빙하기가 지난 5천년
대에 미스터X가 혁명세력을 파괴하는 특수요원으로 활동하는 내용. 마지막
은 두번째 현실속에 등장하는 소년이 벌이는 가상게임이 축으로 등장한다.

장씨는 "여러 세상을 얼기설기 엮어서 진지한것과 아닌것,선과 악,현실과
가상을 이분법적으로 갈라놓는 권위에 대한 은근한 저항과 풍자를 해보려
했다"고 말한다.

가치관의 혼재가 소설의 갈등과 사건전개의 주요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
다는 설명이다.

"문화상품이라는 허울을 쓰고 소비자 뇌수 깊숙이 침투해 잠재의식과
감정을 황폐하게하는 폭력에 대한 비판으로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장씨는
"독자가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할수 있도록 글속에 독자의 몫을 남겨놓았다"
고 얘기한다.

장씨는 강원도 영월 태생.93년 "49일의 남자"로 제2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