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는 서울 강남의 종로요 중심이다.

한국 어디에도 역사.정치.문화적으로 그리도 사연 많은 워싱턴로도
모스크바로도 북경로도 동경로도 없는데 어째서 중동 이란의 수도 "테헤란"
이 강남의 기간도로 이름을 차지했을까.

그것은 한국경제의 "압축성장"과정의 돌출현상, 변용을 잘 말해준다.

근대경제성장과정에서 고전적인 구미나 일본에 비교하여 한국은 두가지
현저한 돌출현상을 볼수 있다.

첫째는 해외건설업의 특수한 역할이다.

한국건설업은 국내경험을 축적해서 해외에 진출한 것이라기 보다 외국에서
선진적인 대형 고가 토목.건축 플랜트건설의 경험을 먼저 함으로써 국내
사회간접자본시설과 중화학플랜트건설에 공헌했다.

77년 무역수지가 여전히 적자이던 때 해외건설용역수입으로 역사상 최초로
국제수지 흑자를 기록한 자본축적의 공헌이나 경공업의 성숙을 거치지 않고
중화학공업화를 착수할수 있었던 것도, 인력의 본격적 국제화 경험도 모두
해외건설업의 공헌이었다.

그것도 중동지역 해외건설업 진출이었다.

다른 선진국 근대화 과정에 없었던 특수한 업종의, 특수한 지역에서의
경험과 공헌이 테헤란로란 낯선 이름을 만든 것이다.

두번째 돌출현상은 통신기술의 도약이다.

한국은 통신의 최후진국에서 중진단계를 거치지 않고 선진국으로 직행한
유일한 나라이다.

고김재익 전청와대경제수석비서관의 일찍 눈뜬 정보산업에의 비전과 신념,
이를 행정적으로 실천한 오명전체신부차관의 9년장수, 그리고 국내 최초의
독자대형시스템기술개발인 TDX교환기를 성공시킨 서정욱 전과기처차관의
탁월한 연구개발능력의 합작품이다.

이로써 우리는 전화기 수입국에서 일거에 교환기 수출국으로, 서울에서
부천공장 전화하는데 두시간이나 걸려 차라리 자동차로 연락하던 통신
후진국에서 독일 일본보다 앞선 선진국으로 변용한 것이다.

이 통신선진국의 기반위에서 90년대초반 반도체 돌출이 가능했고
2000년대초 정보화선진국에 도전할수 있게 되었다.

해외건설업의 돌출로써 자동차와 조선의 선진화가 이어졌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성공하려면 중진에 이르기에 성공했던 것보다 더
고질고밀도의 돌출과 변용이 있어야 한다.

겨우 중진상태에서의 한국의 산업구조, 고용구조 변화를 보면 어떤 돌출과
변용이 필요한지를 알수 있다.

부가가치기준으로 산업구조중 제조업의 비율을 보면 60년의 13.8%에서
꾸준히 상승, 88년 32.5%에 이르고는 89년 31%이후 지속 하락, 93년엔
27.1%였다.

76년 27.6%에서 88년 피크에 이르는데 11년이 걸렸는데 27%대로
떨어지는데는 4년밖에 안걸렸다.

고용구조도 마찬가지이다.

제조업 고용비중은 63년 8%에서 89년 27%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늘었다.

그러나 90년 27.2%에서 93년 24.2%로 계속 줄고 있다.

이제 한국은 제조업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사실로 받아
들이고 그 하락을 어떤 속도로 조절하고 이로인한 산업전반의 경쟁력과
고용 후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의 근본 문제에 직면했다.

근대경제성장사를 보면 독일 프랑스 일본 영국같이 견실했던 경제들은
모두 40%전후한 높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오래 유지하다가 서비스
산업으로 이행했다(미국은 예외인데 지리적 특성상 서비스산업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았다).

고용구조상으로도 독일 영국은 40%이상, 프랑스 미국 일본 이탈리아 모두
30%이상에서 피크를 이루었다가 하락했다.

한국을 선진국의 경험과 비교하면 산업.고용구조상 제조업의 비중이 현저히
낮은 선에서 피크를 이루고 그나마 대단히 빠른 속도로 하강하는 조숙.조노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조노는 개방화의 가속, 자본 노동 토지등 생산요소의 해외이동 가속,
국내 3D기피현상의 조숙, 외국인 노동자의 조기도입, 산업과 기업의 양극화
현상가속 등으로 더욱 촉진될 것이다.

선진국의 경제사를 보면 제조업의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낮은 나라에
비해 몇가지 특징이 있다.

(1)사회질서가 안정되고 (2)경쟁력이 높고 무역의존도가 높으며 (3)예외
없이 기계공업의 "꽃"(공작기계 조선 자동차 전기기계등)을 갖고 있으며
(4)그러나 노동조합의 조직률과 수가 많다.

선진경제가 되면 노화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제조업의 비중하락과
서비스업, 특히 개인서비스업의 비중증가와 이 서비스산업(제조업에
비교한)의 고질적 경쟁력 약화때문이다.

한국은 선진경제에 이르기도 전에 농업과 제조업의 급격한 하락과 서비스
산업 비중의 급격한 상승이라는 조숙.노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국제경쟁력을 크게 떠들고 있지만 그 관건은 서비스산업에 달렸다.

그런데 서비스산업이야말로 한국으로서는 가장 경쟁력이 약한 곳이다.

위로는 정치 관료 행정으로부터 중간의 협회 조합 은행 대학 언론, 그리고
아래로는 택시와 음식점에 이르기까지 한국 서비스 경쟁력은 선진국의
상대보다 몇십% 뒤진것이 아니라 몇십배 몇백배 떨어진다.

한국의 서비스산업이 농업 제조업에서 퇴출하는 노동력을 성공적으로
흡수하면서 동시에 선진국과 경쟁할수 있는 제조업보다 더 강한 경쟁력을
배양할 그런 돌출 변용의 길은 없을까.

정보화, 정보기술, 정보의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산업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를 서비스산업에 철저히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50,60년대 대학망국론이 나올만큼 유휴고급인력의 예비군이
넘쳐 중진화성공에 결정적기여를 했듯이 지금 우리는 정보기술자, 정보의
HW SW기술교육을 극대화하여 정보교육망국론이 나올만큼 정보기술 인력이
넘쳐 흘러야 한다.

선진으로 가는 길목에 새 돌출은 정보기술교육의 자유화와 정보기술인력의
잉여를 만드는 것이다.

이들이 21세기의 혁신을 주도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9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