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회계기준으로 전년비 15.9%가 팽창된 새해예산의 정부안이 26일
확정돼 정기국회에 회부되었다.

예산안은 우선 절대액으로 50조를 돌파,재정규모의 방대성을 실감케
한데다 국민담세율 20% 첫 초과,사실상 최초의 흑자예산, 국방예산의
민간 실질심의,일선기관의 민원관련 비용증액등 몇가지 기록성으로
해서 어느해 예산보다 국민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다.

특히 예산당국자의 설명으로는 새해예산의 양대과제를 90년대후반의
선진국진입과 통일기반의 정비로 삼고 이를 풀기 위해 관철시킨 원칙이
재정의 경기조절기능 강화와 재정기반 확충이다.

이런 배경을 감안한다면 여러 이견이 제기되었음에도 끝내 7,000억원의
흑자쿠션을 마련한 당국의 진의를 이해하지 못할바도 아니다.

선진.개방화의 진행에 맞춰 재정기능의 증대가 긴요하다고 판단, 경기
위축이 올때에 적자예산을 짜 부양을 하기 위해서도 활황이 예상되는
내년에 흑자를 내서 정부채무를 상환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견해에는
분명 설득력이 있다.

더구나 빨라질지 모를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준비금 성격의 재정
예축을 갖는다는 것은 선견일수 있다.

그러나 통합선거가 있고 활황이 예상되는 기간중에 그렇게 순수한
정부의 동기가 굴절없이 관절되기 위해서는 팽창.흑자예산이 내포하는
본래적 리스크 외에도 여러가지 대비수단을 갖지 않으면 안되리라
생각된다.

첫째로 세출뿐 아니라 세입면을 아울러 중시하는 일이다.

국민 담세율을 20%대로 끌어 올리는 것을 재정기반의 확충이라고
포장하지만 공교롭게 지금 세금에 대한 국민의 감정은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진국형이 되려면 22%이상으로의 상향이 불가피하다고 하나 꼬박이
원청징수되는 소득세 이외 여러 세목에 만연하는 상습적 탈세에다 이제
세금 도둑질까지 횡행하는 판국에 "왜 나만 내느냐"하는 뿌리깊은
조세저항 심리가 쉽게 진정되진 않을 상황이다.

심각한 국민조세감정 둘째 항용 팽창예산에서 문제되는 것이지만,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을 확대하려 하면 거기 당연히 부수되는 민간투자의 위축효과
(crowding out)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비록 지금 생각으로는 7,000억원을 계획대로 국채상환에 사용하려 해도
선거를 치르는 전후에 추경예산을 편성하여 세출을 늘리려는 유혹을
정부여당이 과연 물리칠수 있을지 솔직히 100%믿기질 않는다.

또 80년대 들어 워낙 뒤졌던 사회간접시설투자를 이제 민자유치로 까지
메우느라 열심이지만,그럴수록 거기서 오는 여파로 시장경제의 본령이
돼야할 민간기업의 확대재생산 투자가 위축될 우려는 적지 않다 할
것이다.

셋째 선거가 있는 해인만큼 공공건설 사업의 정치적 배분을 더욱
경계하지 않을수 없다.

사회간접자본 확충이 종국에 국가에 이롭다고는 해도 소요자금이 워낙
커서 국민부담은 엄청나다.

이부문에 계상된 지출은 전년비 21.9% 증가에 일반회계 비율 13.5%이다.

그 금액은 6조7,000여억원의 엄청난 규모이다.

개방을 대비한 농어촌 지원투자에 버금가는 순위이다.

자금집약도가 높은 공공사업의 의사결정에선 최대다수 최대의 행복
이라는 철저한 비용효과 분석에 입각한 사업우선순위 결정이 긴요하다.

만일 선거전략에 매달려 순위를 뒤바꾸거나 또 국회에서 볼성사나운
추악한 대결을 보인다면 나라를 위해선 소탐대실이다.

넷쩨로 과연 새로운 세계무역기구 체제에의 대비가 충분한가 하는
점이다.

개방의 1차피해자인 농림수산부문 지원에는 무려 39.4%가 증액된
8조123억원이 계상되었다.

아마도 재정이 할수있는 최대한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경쟁력에서 열세분야인 중소기업지원에도 29.1%를 증액하는 성의를
보이긴 했다.

과학기술 진흥비가 22.6%증가해 평균증가율을 상회하긴 했어도 이들
부문에서 중요한 것은 관청의 자의적 시혜배분 관행에서 탈피하여
세항목배정에서 부터 집행에 이르기까지 목적에 부합하는 효율제고가
생명이 돼야 한다.

다섯째 지방자치에 대한 대비이다.

내년6월 선거로 민선 단체장들에 의한 자치지행정은 막을 연다.

여기에는 민주주의 토착화뿐만 아니라 인구분산을 통한 국토의 효율이용,
지방시대 개막등 막중한 국민염원이 걸려있다.

마땅히 중앙정부는 재원배정에서 경쟁 아닌 대아적 견지의 안목을
가져야 한다.

토초세수 감소이유로 내년 지방세비율을 43.6%로 올 보다도 오히려
낮춘 것은 무성의라 본다.

경직성 완화에다가 예산실의 국방비 실질심의를 처음 실현했고,
기업의존이 컸던 경찰 세무원들의 활동비등이 30%대를 웃도는 증액을
보인 것은 정부가 사회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한 증좌로 보아 잘한
일이다.

그러나 연차적으로 더욱 개선돼야 한다.

또한 대의정치의 근원은 주지하다시피"대표없이 조세없다"는 왕권에
대한 민권승리의 소산인데 오랜 권위주의 정부하의 관행으로 우리
국회는 정부안을 최종안으로 간주, 아예 손을 대지 못하거나 아니면
지역유권자를 위한 소탐으로 예산액을 깎기는 커녕 증액하는 대실을
범한다.

이번엔 제대로 하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