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자연을 정복하고 그것을 인간의 목적에 맞게 변경시킨 것 가운데
걸작품을 들라고 한다면 도시를 꼽을수 있을 것이다.

도시는 인간이 창조한 문화의 상징물과도 같은 존재라 할수 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엔가 이 도시가 거대화되고 복잡화되면서 인간을
소외시키는 장소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수많은 집과 사람들,이웃과 친지들이 있지만 따스함을 느끼기는 커녕
스산한 고독감만이 스며들고 수많은 창과 불빛들이 있지만 음침한
동굴을 연상시키는 느낌에 빠져들게 마련이다.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고향의 내음을 찾을수 없는 곳이 도시라는 얘기다.

또 그곳에는 경쟁과 대결,음모와 질시,살상과 범죄의 그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마치 전쟁터와 같다는 착각을 일으키게도 한다.

도시는 사람들을 지치고 병들게하는 곳이라는 점도 빼놓을수는 없다.

공간마다에 넘쳐흐르는 사람과 자동차의 행렬, 철이 바뀌어도 항상
그대로인 도심의 모습, 날마다 되풀이되는 삶의 여로, 꽉 짜인 일과에
마냥 쫓기는 분주함이 도시인들을 지치게 한다.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자동차의 매연과 소음,도시의 광역화에 따른
환경파괴는 도시인들로 하여금 죽음에 이르는 병을 앓게 한다.

현대도시의 일그러진 상을 반추해 보게 되면 독일의 서정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읊은 "기도집"의 한구절을 떠올리게 된다.

"도시는 진실이 아니고 진실을 속인다/낮을, 밤을, 동물과 어린이를/
도시는 침묵으로 속이고/소음과 순종하는 사물을 속인다"

현대의 도시인들이 아담과 이브가 노닐었던 에덴동산과 같은 목가적
전원을 그리워하는 것도 인간답게 사는 인간으로 되돌아 가고자 하는
갈망의 소산인 것이다.

그런데 세계은행이 최근 환경문제 국제회의에 제출한 보고서는 비인간화
를 재촉하는 도시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90년현재 14억명이었던 개발도상국의 도시주민수가 향후 연평균 4%씩
늘어나 2005년께에는 지구인구의 절반이 도시인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지구상의 대기와 수질오염등 환경파괴가 최악이라는 경고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현시점에서 10여년뒤의 도시화 모습을 상상만해 보아도
끔찍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지구촌이 인구폭발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할지 모든 지혜를 모아야할
때가 바로 지금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6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