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3일이면 독일이 통일된지 만 4년이 된다.

통독4주년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요즘 독일경제에는 ''새로운 봄''이라는
말이 따라 붙고 있다.

통독의 후유증과 때마침 찾아온 세계경기침체에 휩쓸려 지난 3년간 휘청
거렸던 독일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약 2조달러로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3위의 경제
대국인 독일의 경기회복은 세계경제의 회복을 알리는 청신호이다.

특히 유럽경기를 좌우하는 독일경제가 오랜 잠에서 깨어나 도약대에 발을
들여 놓음으로써 전체유럽경제의 부흥도 멀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있다.

정부와 민간연구소들은 올해 독일경제가 낮게는 2%, 높게는 2.5%의 성장률
을 기록할 것으로 낙관한다.

독일이 마침내 어둡고도 긴 경제불황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고 정부와
연구소들은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은 마이너스 1.2%의 성장률로 제2차 오일쇼크가 발생한
80년대초이후 최악의 해를 겪었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기대이상의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본격적인 성장
가도를 향한 워밍업을 하고 있다.

올 1/4분기에 구서독경제는 실질GDP기준으로 전기대비 0.5%, 전년동기대비
2.1%의 경제성장을 기록, 회복의 시동을 걸었다.

전년동기대비 2.1%라는 실적은 예상밖의 양호한 성과이다.

이로써 GDP는 91년수준으로 회복됐고 92년부터 93년초까지 계속된 생산
감축분의 약 절반가량을 만회하게 됐다.

이어 2/4분기에는 전년동기대비 서독지역 2.2%, 동독지역 8.9%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 전체적으로 2.8%의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다.

독일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데는 세가지 이유가 있다.

수출호조와 산업생산증가, 그리고 물가안정이 경기회복을 이끄는 3두마차
이다.

올상반기중 수출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7.5% 증가한 2,165억달러
(3,339억마르크)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수출이 10% 감소했었다.

상반기중 수입은 6% 증가한 1,932억달러로 이기간중 233억달러의 무역
흑자를 올렸다.

작년 같은기간보다 무역흑자를 43억달러나 늘린 이같은 수출호조는
사실상 독일경제회복을 이끄는 기관차역할을 하고 있다.

산업생산의 경우 지난 6월 서독지역은 1%, 동독지역은 20% 가까이 증가
했다.

특히 동독지역의 산업생산은 올들어 매달 두자리 숫자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동독의 제조업체질이 대폭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동독경제와 서독경제간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음을 알려주는 징표
이다.

인플레율은 3%이하로 물가는 상당히 안정돼 있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물가불안에 대한 큰 걱정없이 경기회복을 위해 금리를
내릴수 있었다.

독일중앙은행은 지난 5월 금리를 내려 경기회복세를 가속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밖에 고용사정도 나아져 독일경제가 제대로 회복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실업률의 경우 지난 6월 서독지역이 전달의 8.1%에서 8%로 떨어졌다.

동독지역도 14.8%로 5월의 15.4%보다 낮아졌다.

이처럼 독일경제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것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경쟁력
강화에 힘쓴 덕분이다.

물론 미국과 영국등 일부 선진국들의 경제가 먼저 회복되면서 이들의
독일제품수입이 증가한 것도 독일경제를 회복시킨 주요인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보다는 내부적인 노력에 의해 독일경제가 통독후유증을 딛고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보는게 옳을 것이다.

정부는 연초에 경제회복과 고용확대촉진을 위해 정책을 수립, 경기회복을
앞에서 끌어가고 있다.

이 정책은 기업에 대한 정부규제완화, 신규사업에 대한 자본지원,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30개 항목으로
돼 있다.

이 조치들은 경쟁력제고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고통분담으로 요약되는 노/사/정간의 연대협정을
체결하고 초긴축예산편성으로 재정적자를 줄여 나갔다.

업계도 정부의 경제성장노력에 맞춰 기술혁신과 사업재편, 첨단산업투자
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영합리화를 위한 종업원삭감은 처음에는 실업자증가와 그에따른 국내
소비감소의 부정적 결과를 냈다.

그러나 경영합리화로 기업체질이 개선되면서 경기회복을 유도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독일땅을 생산기지로 삼아온 경영전략을 수정, 국제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경기회복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

BMW의 영국로버자동차인수와 미국현지공장건설 등으로 대표되는 기업들의
국제화는 기업경쟁력을 한층 높이면서 국내경기회복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등 아시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작년가을 업계수뇌들은 아시아/
태평양위원회를 발족시켰고 정부도 아시아/태평양시장전략을 수립, 아/태
지역을 경기회복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독일의 경기회복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민간소비를 비롯한 내수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 진정한 회복으로
보기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최근의 회복세는 금리인하에 따른 것일뿐 구조조정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들 비판론자들도 독일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는데는
동의한다.

이제 일단 회복의 관성이 붙었고 세계경기회복도 진행되고 있어 독일경제
는 앞으로 좀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금 새봄을 맞고 있는 통일독일경제는 제2의 라인강기적을 꿈꾸면서
재도약의 발판에 서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