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지난 17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89년
4월1일 1,000.77을 기록한뒤 5년5개월만에 이 기록을 깨고 1,023.61로
장을 마감했다.

바로 전날인 지난 16일 1,000.80을 기록함으로써 심리적 저지선인
1,000포인트선을 돌파한데 이어 하룻만에 22.81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증시주변에서는 이제 본격적인 고주가시대가 열렸으며 앞으로 주가상승세가
지속되리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바로 며칠전까지도 주가관리를 위해 동원되었던
증안기금과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언제 다시 개입할지 모르며 추석연휴이후
통화환수가 강화될 경우 단기급등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앞으로의 주가움직임을 차분히 살펴보아야
겠다.

증시구성과 투자패턴의 변화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하지만 증시사정은 5년전과 크게 다르다.

이른바 "3저호황"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5년전에는 너도
나도 주식투자에 열을 올려 개미군단이라고 불린 일반투자자의 비중이
컸다.

또한 같은 업종의 주가는 모두 비슷한 폭으로 오르고 내리며 주가수준도
비슷했다.

그러나 90년이후 증시가 4년여의 긴 겨울잠에 빠지면서 많은 개인투자자들
이 큰 손해를 보고 증시를 떠났다.

그리고 자금력과 정보수집에서 앞선 기관투자가들의 비중이 35%에
달하는등 훨씬 커졌다.

또한 지난 92년 증시개방이후 외국인투자자들이 수익대비 주가비율(PER)이
낮은 주식들을 집중적으로 매입하면서 시작된 주가차별화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포철 삼성전자 한전등 종합주가지수의 구성비중이 높은 몇몇 대형
제조주및 국민주들을 빼면 금융,건설,중소기업등 많은 주식값이 5년전에
비해 여전히 크게 떨어진 수준이다.

이에따라 일반투자자들의 체감지수는 559.35포인트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비록 같은 업종이라도 경영실적과 성장잠재력이 다른 기업의
주가가 같을수 없다는 입장과 주식투자의 저변확대를 막고 직접금융을
통한 값싼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엇갈
리고 있다.

일본의 예를 볼때 당분간은 주가차별화가 계속되겠지만 점차 정도가
약해져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경제환경도 비슷하면서도 달라 종합주가지수가 5년전과 비슷한
수준인데도 시장구성과 투자패턴이 다르듯이 경제환경도 5년전과
비슷한듯 하지만 다르다.

엔고로 수출이 늘고 기업의 경영실적이 좋아지면서 주가가 오르는
것은 같다.

활황으로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들먹거리는 것도 비슷하다.

그러나 5년전과는 달리 경상수지는 아직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원화가치 절상도 이제 시작단계일 뿐이다.

특히 부동산값이 아직까지는 안정되어 있는 것이 두드러진 차이점이다.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자본의 증시유입등으로 자본수지가
흑자를 보임에 따라 결과적으로 국제수지가 흑자를 보이고 있으나
5년전에 비해 정책당국의 조정여지가 많은 편이다.

또한 금융실명제가 시행됐고 종합과세의 시행이 준비중임에 따라
상당한 자금이동이 예상된다는 점도 중요한 차이점이다.

전체적으로 볼때 5년전에 비해 아직까지는 경기호황의 기간이 짧고
정도가 약하다고 할수 있다.

또한 우리경제의 규모도 5년전에 비해 많이 커졌다.

무엇보다도 정책당국이 3저호황때에 국제수지흑자관리에 실패함으로써
엄청난 부작용을 겪었던 경험에서 교훈을 얻고 적극적인 대응을
할것이 기대되고 있다.

상승세속에 차별화 이어질듯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의 주가전망.특히
올4.4분기 주가가 어떻게 될것인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주가는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의 높고 낮음에
좌우되며 중기적으로는 경기동향에 따라 움직인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국내주가전망이 밝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고
하겠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주식수급물량 통화관리 투자자의 기대심리등이
올 4.4분기 주가수준을 결정지을 것이다.

우선 "수급이 재료에 우선한다"는 증시격언대로 4.4분기 주식공급물량을
보면 유상증자 1조6,894억원 기업공개 700억원등 모두 1조7,594억원으로
증시에 큰 부담을 주지는 않을것 같다.

아울러 최근 고객예탁금이 다시 3조원을 돌파하는등 일반투자자들의
경기호황에 대한 기대감도 강한 편이다.

다음으로 추석연휴중에 약4조원의 현금이 어떻게 환수되느냐가
관심거리이다.

만일 이 돈이 순조롭게 환수되지 못할 경우 정부의 통화관리가 강화될수
밖에 없으며 이렇게 되면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원화가치절상은 수출을 위축시키겠지만 한계가 있으며 4.4분기 주가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UR비준 통화관리 물가상승억제등에 부담을 느끼는 정부가 경영실적
호전과 경기확장에 따른 주가상승세를 어느 정도까지 견제하느냐에따라
4.4분기 주가지수가 결정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 블루칩이외에도 중저가 대형제조주 일부 금융주등에
선별적으로 매수세가 몰릴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