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환율 7백원의 원고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기업들은 이제 원고를 실감하면서 나름대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은행을비롯한 금융기관들도 외화운용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지난 12일 한때 8백원대가 깨지면서 8백원을 기점으로 치열한 공방을
벌이던 외환시장이 닷새만인 16일 달러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7백원대시대를
열었다.

최근의 원화강세는 기조적으로는 외화자금유입확대, 단기적으로는 수출네고
(외국환어음매각) 물량확대및 정부의 원고용인에 영향을 받았다.

이중 수출네고물량확대는 예전같으면 월말에 일어났을 일이 추석을 앞두고
앞당겨 벌어지고 있는 단기적인 현상으로 볼수 있다.

네고도 많은데다 원화자금사정도 좋지않아 달러를 팔아치우려는 세력이
강했다.

이때문에 추석후에는 네고물량이 줄고 수입결제용 달러수요만 많아져
환율이 다시 8백원대로 오를 것(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하락)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근의 원화강세가 일시적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원화가치의 기조적 상승이 점쳐지고 있다.

외국인주식투자한도가 하반기중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외자유입이
늘 것으로 보이는데다 정부가 굳이 원고를 막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이같은 원화절상은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이는 상태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거품"이라는 지적도 있다.

올들어 7월까지 경상적자는 29억4천만달러는 작년같은기간보다 17억8천만
달러 증가했다.

원화절상은 수출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상적자속에서 원화절상이 이어짐에 따라 수출여건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현대사회경제연구원은 이날 내놓은 "원화절상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라는 자료를 통해 물가 금리 임금등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들이 작년보다 모두 오른 상태에서 원화절상까지 겹쳐 수출기업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수출비중이 높은 전자 자동차 조선 섬유업종은 엔고의 혜택을 채
누리기전에 원고시대가 도래,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경제연구소는 작년 12월결산 상장기업 3백7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원화값이 달러화에 대해 5% 오를 경우 (올들어 실제 절상률은 1%)
4천37억원의 수지악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부는 시장의 수요공급요인에 의해 원화값이 오를 경우 이를
억지로 막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물가오름세를 진정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수입값하락요인이 되는
원화절상을 수출경쟁력에 치명타를 주지 않는 범위안에서 허용한다는 방침
이다.

향후 환율은 기관마다, 또는 정부가 들어오는 외화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전망치도 제각각이다.

은행들은 올 연말에 원화환율이 달러당 7백95원에서 7백97원사이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일은행관계자는 앞으로 원화환율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연말까지 달러당 2-3원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KIET)은 내년에도 원화절상이 이어져 내년 평균 환율을 달러당
7백75원으로 예측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