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핵.경협 연계정책이 수정될것 같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남한과 북한이 긴장관계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에 북한이 미국및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이들과 경제교류를 확대함으로써 북한의 경제
발전 과정에서 남한을 소외시킨다면 남북한 경제통합뿐 아니라 남북통일에
있어 큰 장애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경제통합을 위한 남북간의 산업과 교역상의 분업체계, 사회간접자본의
연계문제, 시설과 기술상의 표준화문제, 부존자원과 환경자원의 사용문제등
많은 분야의 문제들이 남북간의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핵.경협
연계정책의 수정은 만시지탄을 느끼게 한다.

지금까지의 남북관계에서 경제협력의 과제는 큰 중요성을 부여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북한에만 도움을 주는 것으로 이해되어 온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민간에 의한 교역과 투자는 상호이득이 있을때만이 실행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 교류를 통하지 않고는 통일로의 길을 앞당길 도리가
없다는 사실도 간과할수 없다.

남북한의 경제협력이 필요하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원조형식의 지원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경제통합 혹은 통일로 지향할수 있는 북한의 개혁과 변화가 유도될수 있는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전략은 경제협력에서 민간부문과 정부의 역할을
분명히 구분하는 것이다.

민간의 대북한교역 혹은 투자는 철저히 상호이득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대북교류에 참여하는 기업을 정부가 지원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정부는 민간의 대북한교류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제도적으로 혹은
사회간접자본면에서 교역환경을 개선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을 금융 조세 혹은 기타 보조금을 통해 지원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특별 지원은 북한과의 교역과 투자에서 과당경쟁을 부채질할 것이고
이는 오히려 장기적인 남북경제관계확대에 장애로 등장할 것이다.

북한의 정치경제적 불안정성을 고려하여 북한과의 교류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정부 재정으로 보상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는 북한으로 하여금 지금껏 보여왔던 자의적 행위를
계속하게 할 것이며 남한의 대북한 투자기업들도 정부의 보상에 의존하는
도덕적 해이를 보일 가능성이 있어 적절히 제한되어야 한다.

투자기업이 위험을 줄일수 있도록 교섭단계에서부터 스스로 노력해야 하고
또 북한도 신용과 계약관계, 즉 기본적 거래질서를 제도적으로 확립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만이 북한의 개혁을 유도하는 길이 될 것이다.

남북한관계가 개선되어 직교역이 활성화되고 임가공 교역을 위한 제도적
보장이 이루어지면 북한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경공업분야에서 상호이득의
추구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섬유 의류 생활용품 식료품등의 분야에서 임가공 협력의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그러나 만일 이러한 분야에서 남북협력관계가 성립되지 않으면 북한은
다른 나라들에 해외생산 기지를 제공함으로써 남한의 외국투자와 경쟁관계에
놓일 우려마저 있다고 하겠다.

남북경제협력에서 정부가 담당해야할 역할은 앞서 거론된 북한과의 거래
제도의 확립과 공공투자 그리고 정치적 고려에 의한 원조성 투자라고 할
것이다.

정부의 북한에 대한 투자는 되도록 남북한 경제통합을 촉진시키는 방향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남북한 사이의 교통과 통신망을 구축한다든지, 북한의 자원활용을
위해 남북한간의 분업체제를 고려한 산업이 배치되도록 한다든지, 혹은
북한의 사회간접자본과 자유경제지대의 설치를 지원하는 일등을 생각해 볼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정부차원에서의 북한지원은 북한경제의 개방과 개혁에 대한
정치적 결단을 전제조건으로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지원은 남한국민들의 부담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러나 통일비용의 축소라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이득을 고려한 적극적인
지원자세가 필요하다 하겠다.

정부는 이러한 부문에 대한 투자를 하나의 지렛대로 활용하여 장기적인
경제통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엄밀히 말해 남북관계에서 정경분리란 있을수 없다.

경제협력의 시행 그 자체도 하나의 정치적 결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단순한 흑백논리로서의 정경분리원칙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구분함으로써 민간부문에서는 남북교류에 의한 상호
이득의 추구와 자연스러운 경제통합을 유도하고, 정부측에서는 나름대로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부차원의 수단을 신축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우리가 진정한 민족의 통일을 원한다면 조급함 없이 인내를 가지고 북한의
점진적 변화를 기다리며 또 북한이 개방과 개혁의 정책을 채택할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국제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도와주며 여건의
변화에 따라 북한과 경제적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신축적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