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 >

우리나라의 인력정책은 60년대에는 고용기회의 창출에, 70년대에는 직업
훈련제도의 도입을 통한 산업인력의 공급확대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심한 경제불황을 겪으면서 인력
양성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가 80년대 후반에 들어와 심각한 인력난에
봉착하면서 인력양성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졌다.

경제개발계획이 노동력이 풍부하고 임금은 낮은 시기에 수립되어 지금까지
그 골격이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인력문제에 대한 정책당사자들의 관심이나
인식이 낮다.

따라서 노동력의 양이나 질은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내생변수인데도 불구
하고 정책변수로 간주되어 왔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에서 인력문제는 산업구조뿐 아니라 기업의 경영전략
까지 바꾸게 만드는등 그 중요성이 경제의 어느 부문보다 커지게 되었지만
인력이 경제활동의 가시적인 창출물이 아니라 생산을 끌어내는 요소이기
때문에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인력공급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노사관계가 불안정하고, 임금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등 인력문제로 제조업이 위축되었다.

또한 동시에 제조업 내에서도 인건비절감 차원에서 영세하청기업이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고 영세 도소매업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 자영업주나 무급가족
종사자의 비중이 취업자의 40%정도나 차지하고 있다.

국제화되는 경제질서 때문에 이러한 고용구조의 취약성은 잠복된 상태에서
벗어나 심각한 문제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외국기업의 국내진출,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진출, 중국등 후발개도국의
급성장 등 세계경제질서 변화는 결국 각국이 가지고 있는 노동력의 양과
질에 따른 국제분업체제의 개편으로 볼 수 있다.

미국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현상때문에 경쟁력 저하와 심각한 실업
문제, 이에따른 소득격차의 확대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주요선진국에서는 인력개발이야말로 경쟁력 제고의 궁극적 수단
이라는 인식하에 그 기능을 대폭 강화, 국제분업체제의 개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과 노사관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매우 많은데 그중
에서도 인력정책 차원에서 몇가지만 추린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력개발에 있어서 학교교육이 주된 역할을 하지만 교육제도의
경직성과 경쟁력 낙후 때문에 산업사회에서 요구하는 양질의 인력을 공급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직업교육과의 연계기능도 취약하다.

이것은 우리나라 청소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지나치게 낮고 실업률은
지나치게 높으며 대학졸업자 특히 지방대, 여성, 인문계대졸자의 실업률이
매우 높은데서 알수 있다.

둘째 고용기회의 양적확대에 계속 매달림으로써 실업률은 낮을지 모르나
고용구조의 질적인 내용은 매우 취약하다.

기업규모가 영세화되고 있고 영세도소매업의 인력흡입력이 너무 높아
제조업의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수도권에 인구가 밀집되어 있어서
인력확보문제 때문에 공장이 수도권을 떠나지 못하고 영세성을 탈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셋째 인력정책에 사회보장적인 의미를 지나치게 부여한 결과 고용관행이
경직화되었다.

따라서 인력활용도의 제고를 기하기 어려워 교육훈련 투자등을 통한 능력
개발노력이 그만큼 위축되며 반면 근로자들은 자기계발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작아진다.

넷째 사업체의 98%,취업자의 65%이상을 점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경영의
핵심적인 애로요인으로 인력난을 겪고 있지만 인력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것은 중소기업지원정책에서 인력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미미한데서
알수 있다.

중소기업이 유능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술력을 제고하기
어렵고 기술력이 낙후되어 있기 때문에 시장력의 열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보호주의에서 개방주의로, 또 인력과잉시대에서 인력부족
시대로 바뀌고 있으며 자동화 정보화등 기술혁명기에 놓이게된 상황에서
인력정책의 설계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 인력정책이 인력의 양적공급확대차원을 뛰어 넘어 인력의 질과
활용도를 제고하는 인력개발차원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둘째 인력개발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필요로하므로 정책의 최고
책임자가 인력개발에 대한 신념과 의지를 보이고 인력개발주체들이 인력
개발에 대한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셋째 인력개발을 체계적으로 추진할수 있도록 인력개발법과 인력개발기금을
도입하고 국가인력개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인력개발제분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관련 정책과 부처간의 협조를 제도화
시켜야 한다.

또한 인력개발에 관련된 법들을 정비해 인력개발주체들간의 이해관계조정을
원활하게 할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