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업체들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울타리속에 안주해온 국내 인쇄업체들은 96년1월 외국인투자가 전면 개방
됨에 따라 새로운 경영환경을 맞고 있다.

벌써부터 일본의 대형 인쇄업체들은 한국시장에 눈독을 들이며 시장조사에
나서기 시작했고 이중 몇몇 업체들은 빗장이 풀리면 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국내업체들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재무구조나 인력도 취약,
외국업체의 상륙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업체들이 본격 진출하면 대형인쇄물량의 잠식은 물론 소비자의 외제
선호심리에 편승해 급속도로 시장을 장악해 나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따른 중소인쇄업체들의 연쇄도산이나 휴.폐업도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인쇄업체들의 평균 종업원수는 17명에 불과하고 업체당 평균 매출은
6억1천5백만원에 머무는등 대단히 영세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대부분의 매출을 내수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인쇄업체는 사무용인쇄물업체가 7백91개사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상업및
선전용인쇄물업체 책자류제작업체 기타인쇄물업체의 순이었다.

이가운데 특기할만한 것은 종업원 19인이하의 소규모업체는 대부분 사무용
인쇄물업체인 반면 중규모업체는 책자인쇄물 상업용인쇄물업체들이 차지
했다.

조직형태는 개인업체가 85.5%의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중소제조업체의 평균 법인비율 35.5%에 비해서도 대단히 낮은 수준
으로 주식회사라는 근대적 경영체제가 보편화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앞으로 닥칠 시장개방과 관련, 경영체제를 강화하는 노력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인쇄업체들이 겪는 경영애로는 자금부족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거래처
확보난 기능공확보난 과당경쟁 인건비증가 원자재가상승을 꼽았다.

이밖에 시설노후및 부족 기술수준저위등도 애로로 나타났다.

인쇄업개방과 관련해 국내시장에 가장 관심을 보이는 나라는 일본이다.

이들은 한국 인쇄시장이 유망할뿐 아니라 인쇄가 문화수출과 직결된다는
차원에서 진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인쇄기술이나 관련기계및 종이기술이 세계 최고수준을 나타내고
있어 인쇄와 관련한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일본 최대인쇄업체인 대일본인쇄의 경우 한업체의 연간매출이 국내
전체인쇄업체의 외형과 맞먹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하지만 대일본인쇄를 비롯한 돗판인쇄 교토인쇄등 3대인쇄업체들보다는
중견업체들의 국내시장진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국캘린더등 고급인쇄물을 전문제작하는 삼성문화인쇄의 조영승사장은
지난 8월 중순 일본의 중견인쇄업체 대표들이 내한해 여러가지 한국실정을
파악하고 갔다며 이들은 한국의 고급인쇄시장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형인쇄업체들도 대학교재 어학교재시장등을 겨냥해 진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쇄연합회 소병식이사는 외국업체들이 우수한 기술과 자본력 마케팅능력을
동원해 대량인쇄물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내다본뒤 대표적인 분야로 학교
교재 카탈로그 달력등 홍보용 인쇄물시장을 꼽았다.

국내 업체들이 우려하는 것은 단순히 외국업체들의 규모나 우수한 기술과
마케팅능력만이 아니다.

소비자들의 뿌리깊은 외제선호사상을 더 걱정하고 있다.

국내업체들은 독자적인 힘으로는 외국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고
판단, 공동으로 협동화단지조성에 나서는등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이를 위해 약 1백개 인쇄업체가 경기도 파주에 약 60만평을 매입, 대단위
단지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매입한지 3년이 되도록 수도권정비계획에 묶여 사업허가가 나지
않아 아직 첫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쇄업을 잘 육성하면 홍콩이나 대만처럼 수출산업화할수 있는데도 단지
조성을 못해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낙훈기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