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국회. 299명의 의원들 면모는 다채롭다.

전직총리 3명(김종필 노재봉 황인성)을 비롯 장.차관급 역임자도 45명이나
된다. 교수출신 23명과 판사 변호사등 법조인출신도 24명이 포진하고있다.
박사학위 소지자도 36명에 이른다.

이처럼 수준 높은 의원들이 전문지식과 경험을 살려 국사를 다루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운영이 높은 평점을 받은 경우는 별로 없었다.
오히려 정치권의 수준이 유권자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질타를 당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것 같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일종의 직무유기라는 비난도 감수할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의원들도 정치인을 풍자하는 우스갯소리들을 참담한
심정으로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의 정기국회는 달라지리라고 기대해 본다. 특히 문민정부
출범이후 두번째 열리는 이번 정기국회는 정치복원을 기대하는
국민으로부터 예년에 없던 주목을 받고있다. 국민 정치복원 기대 매년
열리는 정기국회가 올해 유독 주목의 대상이 되는것은 문민정부의
정치개혁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때보다도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공직자재산공개 사정 금융실명제실시등 경제.사회개혁에
바빴지만 올해는 정치개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2월 임시국회에서 정치자금법 공직자선거법 정당법등 정치개혁 3개법
이 입법됐고 3월15일엔 김영삼대통령이 이들법에 대한 서명발효식을 갖고
정치개혁을 다짐했다.

선거법개정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8.2보선"은 야당에서도 공정하고 돈
안드는 선거였다고 인정할만큼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8.2보선"이
선거혁명을 위한 시금석이었다면 이번 정기국회는 국회운영개혁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것이다.

최근의 상임위원회운영도 국회법의 개정에 따라 한달에 두번씩 열리고
발언시간제한으로 효율적인 운영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정치권의 변화가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이어져 국회운영의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지기를 국민은 기대하고있다. 당리당략에 따른 소모전이 아닌
국리민복을 위한 생산성있는 국회운영을 보고싶은 것이다.

정기국회는 오는 9월10일 개회된다. 100일간의 회기안에 처리해야할
안건은 모두 210여건이나 된다. 그중에는 국민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부예산안 세제개편안 경제력집중을 방지하기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등이 포함돼있다.

우루과이 라운드(UR)협상에 따른 세계무역기구(WTO)가입 비준동의안도
처리해야한다. 어느것 하나 소홀히 다룰수 없는것들이다.

과거와 같은 파행과 변칙운영,게다가 폭력까지 난무하는 구태가 재연
된다면 법안의 졸속처리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럴 경우 국민의 기대가
큰만큼 실망도 더 커져 정치권은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져들 우려도 없지
않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국회운영으로 이 많은 법안을 시의적절하게 나누어
진지하게 심의,처리해줄것을 국민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오래전부터 "큰정치" "생활정치"를 내세워왔다. 정치인치고
말못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언행일치로 국민에게 신뢰감을 심어주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년에 흔히 볼수있던 행태들이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사라져야 한다.

국민의 세금부담을 낮추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같은 입으로 내
지역구엔 이런 사업을 더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행태, 작은 정부를 지향
해야 한다고 외치면서 다른 한입으로 자기관심분야의 기구는 확대 승격
시켜야 한다고 역설하는 행태등은 더이상 보지않았으면 좋겠다.

언행일치의 생활정치 특히 법안들을 연계시키는 투쟁방식은 지양돼야할
행태로 생각된다. 정치인들이 보는 법안의 중요성은 다를수 있겠지만 모든
법안은 나름대로 가치가 있어 상정된 것임을 잊지말아야한다. 생활정치를
내세우면서도 민생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지닌 예산안처리를 UR비준과
연계시켜야겠다는것이 옳은 일인지 되돌아볼 일이다.

정치얘기를 하다보면 국회의원들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기자는 이런 사람들에게 해주는 얘기가 있다. "한번 출마해보라"고,
"얼마나 표를 얻을것 같은가"라고.

기자의 이 말이 설득력을 갖도록 국회의원들의 분발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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