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5월11일. 일본의 도쿄은행 서울지점이 외환은행에 개설한
"자유원계정"을 통해 한국의 평화당인쇄에 9백만원을 원화로 지급했다.
사상 처음으로 원화가 대외거래 결제수단으로 이용되는 순간이었다.

지난6월9일 일본의 니치도 재보험사도 충남방적에 대해 6백55만원의
보험금을 원화로 줬다. 이렇게 상품수출입과 재보험거래등 대외거래에서
원화로 결제된것은 지난6월말까지 23건 2억6천8백만원에 달했다. 원화가
국제통화로 발돋움하기 위해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원화국제화는 대외거래때의 원화결제허용과 외국기업이나 금융기관등이
원화표시채권을 발행할수 있는 것등을 포함한다. 원화만 있으면 세계
어디서나 별다른 불편없이 경제활동을 할수 있고 외국기관들도 원화로
자금을 조달할수 있게 되는게 원화국제화라는 얘기다.

이렇게되면 한국기업들은 굳이 달러나 엔 또는 마르크화등 "국제통화"를
갖고 있을 필요가 없게 된다. 원화만 있으면 외국에서 상품이나 기술등을
수입할수 있게 된다.

그러나 원화국제화는 하려고 해서 할수 있는게 아니다. 경제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한 원화의 신인도가 없어 교역상대국에서 원화취득을 원하지
않는다. 화폐의 "교환수단"기능이 없기 때문에 화폐구실을 못하는 것.

외국인이 볼때 원화는 "돈"이 아닌 셈이다. 지난해부터 원화국제화가
논의되고 있는 것은 한국경제가 그만큼 성장했고 원화의 대외신인도도
높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재무부는 지난해6월 발표된 3단계금융개방계획(블루프린트)에서 3단계
원화국제화 추진방안을 마련했다.

국내금융시장이 개방되고 외환거래와 자본거래가 점차 자유화되는 동시에
한국경제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원화를 달러.마르크.엔등과 같은
국제통화로 발돋움시키기 위해서였다.

자유변동환율제로 이행하는 것에 맞춰 기업들의 환율변동위험을 다소
줄여준다는 뜻도 담겨있었다.

우선 1단계로 지난해10월1일부터 건당10만달러이하의 수출입거래와
해외재보험거래를 원화로 결제하는 것이 허용됐다. 수출입이나 재보험
계약을 맺을때 원화도 결제통화의 대열에 설수 있게 된 것이다.

건당10만달러이하의 무역거래는 수출이 전체의 38%(금액기준),수입은
32%에 달하는 수준. 원화결제가 정착되기만하면 원화국제화가 자연스럽게
진행되는데 충분한 규모이다.

이와함께 수출입거래에서 취득한 원화자금을 예치할수 있도록 비거주자
(외국인)를 대상으로 한 자유원계정을 새로 도입했다. 다만 국내고금리를
노린 단기투기성자금의 유입을 막기위해 예치금리를 요구불예금금리인
연1%로 제한했다.

2단계로 지난6월부터는 원화결제대상 수출입거래가 건당 30만달러이하로
확대됐다. 또 수출입거래와 관련된 운임과 보험료도 30만달러까지는
원화결제가 허용되고 재보험거래는 한도제한을 없앴다.

당초 계획에서는 94~95년중에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었으나 금융개방과
외환자유화속도가 가속화되면서 최대한 앞당긴 것이다. 이와함께 내년
중에도 수출입거래 대상을 더 늘리고 원화결제를 점차 무역외거래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비거주자 자유원계정의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예치요건도 다소 완화해
수출입과 관련되지 않은 거래에서 취득한 원화도 자유원계정에 예치할수
있도록 허용하되 인출때만 수출입거래로 완화할 방침이다.

재무부는 나아가 오는96년부터는 마지막단계로 원화결제대상을 모든
수출입거래는 물론 무역외거래등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일정을 잡아두고
있다. 이럴경우 대외거래에서 원화국제화는 일단락을 짓게 되는 셈이다.

외국기업이나 금융기관등의 원화표시채권은 내년초부터 발행되기 시작
한다. 우선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세계은행(IBRD)등 국제금융기구에
대해 원화표시 채권발행이 허용된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으나 올해말까지 방안을 마련,
내년초부터 발행할수 있게 한다는게 재무부 방침이다.

외국금융기관의 원화표시채권발행은 원화국제화의 커다란 진전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71년에 처음으로 엔화표시채권인 사무라이본드가 발행된
이후 엔화가 국제통화의 자리로 뛰어올랐던 것이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외금리차가 커 국제금융기구의 원화채권발행이 허용돼도
당분간은 활성화되지 않을 것이나 수출입거래의 원화결제와 함께
원화표시채권발행은 원화가 국제통화로 자리잡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홍찬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