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구 <대우경제연 소장>

얼마전 헌법재판소가 "토지초과이득세법은 헌법과 불일치하다"라는
결정을 내리자 각계에서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그중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때문에 우리나라의 부동산투기억제가
어려워지는게 아닌가라는 걱정이 제법 많았다. 과연 그럴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토지문제의 핵심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산업시대에서 토지의 중요성은 농업시대보다는 분명히 떨어진다. 그러나
얼마전까지만 해도 농업중심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는 토지에 관련된 우리
국민들의 전통적 의식구조가 독특하다.

또 토지관련소득은 기본적으로 이전소득인데 특히 우리나라처럼 인플레가
심했던 사회에서는 토지가액 상승률은 경제성장률을 훨씬 상회하기 때문에
경제성장의 과실은 토지를 가진 계층의 몫으로 돌아가는 반면 토지를
가지지않은 계층은 상대적으로 빼앗긴 결과가 되었다.

따라서 토지소유의 불균형에서 오는 자본이득을 조정하고 상반되는
입장을 조화시키는 적정선이 제시되어야 했다.

한편 토지거래는 자유경쟁시장에서의 표준형거래가 아니고 거래당사자
간의 특수한 선호를 중시하는 주문형이어서 그 거래의 조건이나 형태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를 객관적으로 포착하여 정확하게 과세하기가
기술적으로도 매우 어렵다.

제반토지관련정책상으로도 정책내용 폭이 다양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충되기도 하며 설령 어떤 정책이 토지소유를 권장하거나 억제할 기준을
제도적으로 설정한다 하더라도 실제 집행단계에 있어서 이들을 구분하여
적용하는데 매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예컨대 토지관련법이 무려 80여개나 되어 토지문제를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적할 책임 전담부서가 없이 건설부 국세청 내무부
상공자원부 지방자치단체등에서 분산하여 토지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또 토지조세의 실제부담을 좌우하는 토지평가도 각 부처기관별로
상이하게 집행되어 지가평가의 객관성이 결여됨으로써 정부시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져서 정책의 실효성이 없게 되었고 이로인한 인력과
경비의 낭비가 많았다.

이처럼 국민정서상 토지정책상 그리고 과세기술상 여러가지 한계가 있는
토지문제를 조세수단에만 의지하여 해결한다는 것은 무리한 의욕에 그칠수
밖에 없다.

그래서 결국 그동안의 토지정책이나 토지조세정책들은 토지문제 해결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어 있거나,아니면 토지관련 문제를 조세의 책임영역에
떠맡김으로써 토지문제 해결을 위한 고통을 외면하고 정책의 잘못을
호도한 결과가 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한편 제도상으로는 토지조세에 대한 구조를 쉽게 만들수 있으나 실제
천태만상의 비규격품인 토지를 평가하기 위하여는 많은 물적.인적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토지조세문제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쉽고 전시효과가
큰 제도적 골격을 갖추는데만 집중되고 토지가액의 평가에 필요한 투자는
등한히 취급되어 왔다.

이런상황에서 토지조세제도를 아무리 완벽하게 제시한다 하더라도 실제
이를 과세단계로 끌어 들이는 토지가액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과표현실화율이 낮거나 지나치게 불공평하면 그 토지세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수 없다.

지금 존폐의 논란이 일고 있는 토초세의 핵심적인 문제중 하나도 바로
이러한 토지평가에 대한 객관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치게 높은
세부담이 적용된데서 야기된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토지조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대안들을 검토하면
할수록 토지문제는 문화적환경요인(예:묘지제도 문중재산제도)과 결합하여
제도나 정책의 집행때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정책이나 제도의 제정뿐9
아니라 집행과정에서의 관찰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부동산관련 조세입법은 경직적이어서 입법이 끝나면 납세자들은 곧
이를 회피하기 위한 거래유형의 변경등 여러가지 조세회피행위를 하기
쉽기 때문에 실제 법을 개별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집행단계에서
부족한 조세입법의 내용을 보충하는 조세행정은 중요한 기능을 할수
밖에 없다.

그런데 토지조세의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토지평가는 양도소득세 특별
부가세 취득세 종합토지세와 같은 재산세등의 실효세율과 실질세부담의
정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토지조세정책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좌우한다.

현재 종합토지세의 실효세율이 0.1%내외에 불과하고 양도소득세의 자본
이득환수율이 1%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들 세목은 세률의
조정문제보다 토지평가의 적정화가 시급한 과제라는 것을 쉽게 알수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토지정책의 근본목적을 어디에 둬야 하는가 재음미
할 때라고 생각한다.

토지는 투자자산으로 불리한 상태로 만들고 지가는 무조건 누르는게
국리민복을 위하는 일인지 아니면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다른 길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토지문제는 지가상승 말고 다른 관점에서
고려할 것은 없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지가가 급등하는 것을 반대하는 의견은 "사촌이 땅사면 배아프다"는 식의
막연한 사회적위화감을 내세우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자원의 배분이 왜곡
되고 소득이나 부의 분배가 불공평(현세대내및 현세대와 미래 세대간)
해진다는 데에 근거를 두고있다.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문제를 일으키는 법이므로 지가상승도 지나치면 큰
일이다.

그러나 그 상승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엉뚱한 대책을 만들어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수 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토지의 가격은 그 토지로부터 생기는 수익(생산성 혹은 효용)에서 세금을
내고 난 순수익의 미래에 걸친 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합계액과 같다.

물론 이 수익은 정부의 개발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단기집중적인 성향을
띠지않을 때라야 어느정도 일정하다는 가정이 성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