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지난달 20일 직장폐쇄한지 28일만인 17일 0시를 기해
전격적으로 직장폐쇄를 철회하게 된 것은 회사가 한발양보해 장기파업
사태를 자율협상으로 마무리짓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로써 노조집행부는 불법점거농성을 풀고 정상조업을 하지 않을 명분이
사라졌으며 조건없이 협상테이블에 나와야할 것으로 보여 현대중공업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현중의 이같은 조치는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조합원들의 파업이탈자가
속출하자 사측이 수습의 자신감을 가진데서 비롯되고 있다.

무노동무임금원칙을 철저히 고수해 파업으로 인한 손실은 조합원이 스스로
책임져야한다는 인식이 심어졌고 이것이 파업불참 선언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정상조업을 원하는 조합원이 의외로 많다게 회사측의 판단이다.

즉 일부 강성조합원들로 인해 2만2천여명이라는 선의의 대다수가 피해를
입는 것은 회사가 원치않으며 정상조업을 선언하면 이달중으로 대부분
조합원이 작업현장에 복귀할 것으로 보고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이나 공권력투입등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누차 밝혀와 어떻게 하던지 사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노사가 이번 사태를 직접풀어야 앞으로의 노사관계 정립이
확고해지며 그 고리는 회사측이 풀어야한다는 것이다.

현중의 이번 직장폐쇄 철회 결정은 노동부 청와대등 정부와 사전조율없이
현대자체가 내린 판단이라데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 들여진다.

지난87년이후 매년 되풀이되는 노사분규가 현대가 공권력등 정부개입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라는 비난이 제기돼 올해를 노사분규 치유의 근원적인
해로 삼고 어떤일이 있어도 스스로 분규를 해결하겠다고 천명해왔다.

정세영현대그룹회장과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그동안 노동정책부재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어왔다는 인식을 굳혀왔고 올해 노사분규도 노동부등
정부에 더이상 노사문제를 맡길 수 없다는 판단아래 결국 홀로서기를
해야한다는 결론을 내려 직장폐쇄를 철회한 것이다.

대안없는 직장폐쇄가 오래갈 경우 노사양측 모두 큰피해를 입게되고 결국은
비난의 화살이 회사로 돌아오게 되는 것을 피하자는 것도 한이유로 보인다.

노조와의 어떤 의견조정없이 직장폐쇄철회를 단행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짚어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에 직장폐쇄철회라는 큰 명분을 던졌으므로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작용한 것이다.

직장폐쇄가 철회되고 정상조업을 재개하면 조합원정서가 회사쪽으로
급격히 기울게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조가 이를 그동안 투쟁의 성과로 부풀려 조합원에게 선전하고 더
강경하게 회사쪽을 밀어부칠 가능성도 높아 사태해결이 오히려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이곳 현지 분위기다.

문민정부의 노동정책 흐름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이는 현대중공업사태는
이제 노사가 막다른 골목에서 빠른 시일내 스스로 해결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쏟아지는 비난을 피할 수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울산=김문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