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머리속에 그려지고 있는 한국과 한국인이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고대 중국인들처럼 "동쪽의 활 잘 쏘는 야만족(동이)" 또는 조선처럼
청조에 동지사(조공사절)를 보내던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월드컵 축구에 나가 아시아인의 긍지를 높여준 "한발 앞선 공업국"
과 그 시민들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일까.

막연하나마 이런 저런 이미지들이 혼재되어 있다고 볼수 있을 것이다.

중국인들은 웬만해서는 속을 내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그 속에 투영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찾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들이 우리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채 우리식으로
행동한다면, 방종에 불과할 것이다.

강일식삼성물산 광주지사장은 "과거역사 현재 그리고 미래를 꿰뚫어 볼수
있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하고 "아직도 백달러짜리를 내보이며 졸부 행세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세계국가의 시민임을 자처하는 중국인들이 상대하는 사람들을 훑어보면
우선 홍콩인, 대만인, 그리고 화교를 들지 않을수 없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앞세울수 있는 그들이 1등석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79년 이래 추진해온 개혁개방도 이들의 힘으로 추진되어 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실제로 개혁개방이 시작된 79년에서 92년 사이 홍콩과 마카오에서 유입된
대중국 직접투자액이 6만4천4백35건, 7백41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체 유입액의 67.1%에 해당하며 같은 기간중 대만의 투자분 89억
달러까지 합하면 그 비중이 75.2%에 이른다.

다시말해 지난 15년간의 개혁과 개방은 순전히 중국인 스스로의 손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봐도 틀림이 없다.

특히 중국 지도부 자제들이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국제신탁투자공사
(CITIC)를 통해 큰 돈이 될만한 사업들은 이미 화교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그 나머지를 가지고 외국인들이 서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이종빈지점장은 "우리기업들은 이들이 다 훑고난후 남은
쭉정이를 가지고 엄청난 자본과 누적된 기술, 그리고 막강한 외교적 역량을
지닌 선진국업체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실정이니 그 어려움이 얼마나
크겠느냐"고 반문했다.

요즈음 들어서는 미국 일본을 위시해 독일 프랑스등 서구인들도 한자리
차지하기 위해 기회만 노리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20년넘게 중국인들과 거래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수교한지 2년도 안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누구를 우선
순위에 올려 놓겠습니까"

현대석유화학 상해사무소 정진철차장의 설명이다.

지난 5월 우리나라 신문들은 한국의 대중국 누적투자액이 5억달러에
달한다는 기사를 큼지막하게 다루었다.

같은날 월 스트리트 저널지는 미국의 GE가 시설투자를 위해 단독으로 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내지에, 그것도 1단크기의 작은기사로
취급했을 뿐이다.

중국인들에게는 한국이 아니더라도 자본과 기술등 모든것을 갖추고 대기
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설명하는 대목이다.

시간만 흐르면 중국이 21세기 세계최대의 경제대국이 될것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이왕걸포항제철 상해사무소장은 "중국이 소득이 낮은 나라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싸구려 물건을 내다팔아볼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오산중의 오산"이라고 말한다.

이소장은 "중국은 이제 싸구려 시장이 아닐뿐더러 크리스티앙디오르
구치등 최첨단 패션제품은 물론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수준의 기술을
바탕으로 벤츠 아우디등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생산기지이자 소비기지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부메랑효과를 운운해가며 기술을 이전해 주었다가
중국인들에게 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물안 개구리식 발상이야말로 하루
빨리 극복해야할 편견일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천안문광장에 ''만주는 우리땅''이라고 한글로 시대착오적인
낙서를 해놓고 아무생각없이 떠들어대는 한국사람들을 대하게 되면 낯이
붉어진다"고 하던 조선족 통역사 김희광씨의 고백은 우리의 중국에 대한
몰이해가 어느 정도인가를 잘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