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준 구 <서울대 교수/경제학> ##

어떻게하든 더 많은 세금을 거두려는 과세당국과 갖은 수를 써서 더 적게
내려는 납세자들사이의 숨바꼭질은 인류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게임의 하나
라고 할수있다. 합법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적게 내려고 노력하는 행위를
조세의 회피(tax avoidance)라고 부른다.

이에비해 조세의 포탈(tax evasion)은 불법적인 수단을 통해 납세의 의무
를 벗어나려는 행위를 의미한다.

조세의 회피는 우리가 보통 절세행위라고 부르는 것으로 과세당국의 입장
에서는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측면이 있다. 절세행위에 이용될 수 있는
구멍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고 있는 조세제도가 바람직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아무리 완벽하게 대비를 한다해도 납세자들이 워낙 집요하게
그 구멍을 찾기 때문에 곧 허점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탈세행위는 법을 피해가는 행위가 아니라 명백하게 어기는 행위
이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막을수 있다. 탈세를 시도하는 사람은 이로인한
이득이 이 행위에 수반되는 비용보다 크기때문에 위험한 일을 감행하는 것
이다. 탈세에 성공했을때 생기는 이득은 물론 이로인해 절약되는 세금이다.
그러므로 세율이 40%라고 할때 소득을 1만원 줄여 신고할때 생기는 이득은
4,000원이다. 즉 소득을 1원 탈루시킬때 발생하는 이득은 세율과 같게된다.

탈세행위에 수반되는 비용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실이 적발되었을때
받아야 할 징벌이다. 예를들어 탈세시도가 적발될 확률이 0. 1로 주어져
있고 적발된 소득탈루액 1원당의 벌금이 3원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소득을
1만원 줄여서 신고할때 예상되는 비용은 3,000원(0. 1x3x10,000)이 된다.
이것이 예상이득 4,000원보다 적으므로 소득을 줄여 신고할 유인이 생긴다.
탈세를 시도하는 사람은 이처럼 기대되는 이득과 비용을 비교하여 얼마나
속일지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고 볼수 있다.

적발될 확률이나 벌금률이 아주 높으면 탈세시도는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탈세를 시도하는 족족 적발된다면 아무도 탈세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탈세를 시도한 사람에게 무기징역이라는 엄한 벌이 기다린다고
할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확률이나 벌금률을 아주 높게 만들기는
힘든 점이있다. 적발의 확률을 높이는 데는 행정력이 뒷받침되어야 할뿐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을 간섭하게 될 위험도 따른다. 또한 사소한 탈세범
에 무기징역이라는 중벌을 가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한편 세율의 인하는 탈세시도에서 오는 이득을 적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
온다. 따라서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탈세하려는 경향도 적어질 것이라고
예상할수 있다. 세율이 아주 낮을때 사람들은 구태여 위험을 무릅쓰면서
탈세를 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많은 나라가 이 방법을 통해 탈세를
막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나 그 효과에 대한 확실한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