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큰손"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돈에 꼬리표가 붙지
않아 이에대한 정확한 궤적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가명이나
차명예금의 실명전환실적을 보고 대강의 얼개만 추측할수 있을 뿐이다.

실명제실시이후 지난 6월말까지 실명으로 전환한 가.차명예금은 6조
2,834억원. 이중 1,500만원(20세미만)3,000만원(20~30세미만)5,000만원
(30세이상)을 초과, 고액예금으로 분류돼 국세청에 통보된 금액은 3조
3,951억원에 달했다. 1만6,527건(1만1,583명)이다. 이기간중 실명으로
전환된 예금의 54.4%(금액기준)에 해당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는게 금융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자금출처조사"의 위험을 무릅쓰고 지상으로 나온 돈은 고백할 과거가
거의 없는 "깨끗한" 돈이고 과거가 두려운 돈은 아직도 지하에 머물러
있을 거라는 얘기다.

아직까지 실명으로 전환하지 않은 가명예금이 557억원에 달한다는 점도
이와 관련이 깊다. 이중 100만원이상의 비교적 고액예금이 468억원으로
79.4%나 된다. 시간이 지나면 최고 60%를 과징금으로 빼앗기는데도
실명을 하지 않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게 분명하다는 설명이다.

차명예금을 감안하면 이같은 얘기는 더 설득력을 갖는다. 정확한 추계는
불가능하나 차명예금이 30조원안팎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실소유자를 가리지 않고 계좌명의자에 대해 이자.배당소득세를 매기는
명의자과세제도나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시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선
실명제가 시행됐다 하더라도 차명거래는 아직도 성행하고 있다는데 토를
다는 사람은 없는 실정이다.

실명제이후에도 큰손은 아직도 관망세를 보이며 지하에 머물러 있을거라는
얘기다.

<홍찬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