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실명제가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속에서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금융기관들의 크고 작은 실제위반사건이 잇따랐고 장영자씨 사건같은
굵직한 금융사고도 터졌다.

정부가 최근 발간한 ''실명제백서''에는 25개 금융기관의 임직원 95명과
동화은행등 10개 금융기관이 실명제를 위반한 것으로 공식 집계돼있다.

이과정에서 상무대사건같은 정치적인 핫이슈가 실명제때문에 유야무야되는
경우도 있었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이런 사건사고들이 실명제를 좀더 빨리
정착시키는데 도움을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명제실시후 1년간 일어났던 주요 사건들을 모아본다.

<>.8월12일 실명제발표이후 처음 터진 사건은 동아투금의 실명제위반.

동아투금이 실명제를 위반했는지 아닌지에 대해선 아직 법적으로 최종
판결이 나지 않았지만 당시 정부는 이 사건을 "실명제에 대한 정면도전"
으로 간주, 한때 인가취소까지 검토했다.

은행감독원이 밝힌 사건개요는 "실명제실시 첫날인 13일 동아투금의
고객인 이모씨가 동아투금 강남지점에 찾아와 6월21일 "안창호"란
가명으로 개설한 CD(양도성예금증서)종합통장의 명의를 실명제실시전에
실명으로 바꾼 것처럼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고 동아투금이 전산을 고쳐
소급실명처리해주었다"는 것.

<>.동아투금에 이어 항도투금 대구투금등 일부 지방투금사들에서도 실명제
위반사건이 계속 이어졌다.

항도투금사건은 8월13일 주주(지분율 0.6%)인 조모씨가 서울사무소에
나타나 12일자로 실명CMA(어음관리계좌)통장을 개설한뒤 실명제 실시전인
5월 김규식이라는 가명으로 개설한 CMA계좌에 들어있는 예탁금 5천7백만원
을 12일자로 소급이체시켜 줄 것을 요구했고 회사측에서 전산조작을 통해
요구를 들어준 것.

이 사건으로 서울사무소장이 면직되고 부사장등 임원2명이 업무집행정지
2개월, 서울사무소의 CMA신규취급업무가 6개월 정지됐다.

<>.실명제 위반혐의로 첫구속의 불명예를 안은 사람은 당시 동화은행
종로5가지점의 이모대리.

이대리는 남의 이름을 훔쳐 도명(차명에 해당)계좌를 개설하고 그 계좌를
이용해 불법인출한 혐의로 8월말 구속됐다.

충남방적의 장모계장이 같은회사의 유주형부회장과 이재호상무등의 이름
으로 도명예금을 실명전환,2억3천2백만원의 예금을 동화은행 종로5가지점
에서 인출했는데 금융기관직원인 이대리가 공모한 혐의다.

<>.금융기관의 실명위반외에도 예금주간의 소유권분쟁등 "해프닝"성
사건도 적지않았다.

은행감독원에 접수된 실명제분쟁 제1호도 예금의 소유권분쟁건. 한일은행
을지로지점에 예치된 3천만원의 가명예금을 놓고 그 예금계좌를 개설한
한창섭씨(여)와 진짜 예금주라고 주장하는 김인수씨가 서로 자기돈이라고
싸움을 벌였다.

김인수씨는 정보사땅사기사건의 주범으로 안양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어
특히 관심을 끌었었다.

<>.실명제와 관련된 사건사고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실명제실시 5개월만인
지난 1월 터진 장영자씨 어음부도사건. 2명의 은행장을 날리고 1명의
신용금고사장을 구속으로 몰고간 장씨사건은 연초 금융계를 발칵뒤집어
놓았다.

장씨사건에 실명제위반으로 연루된 금융기관은 동화은행 서울신탁은행
삼보투자금융등 3개금융기관.

동화은행의 장근복전삼성동출장소장은 장씨에게 소개받은 사채업자로부터
1백40억원이라는 거액의 CD예금을 유치하면서 사채업자에 대한 실명확인
절차를 밟지않았다.

서울신탁은행 압구정지점에서도 50억원어치의 CD를 장씨등에게
발매하면서 실명확인을 하지 않았다. 삼보신용금고는 장씨가 개설한 1억
2천만원의 수입부금계좌에 장씨 주변인물 5명의 명의를 차명 또는 도명
으로 사용했다.

장씨사건으로 김영석서울신탁은행장 선우 윤동화은행장등 2명의 은행장을
포함, 은행임원 6명이 경질됐다.

<>.장씨사건이 가라앉자 금융실명제는 또다른 의미에서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킨다. 파문의 진원지는 이른바 상무대사건.

지난 4월중순 민주당이 상무대부정비리와 관련된 국정조사에서 조기현
전청우종합건설회장의 비자금계좌와 수표를 추적하는 문제를 정식 제기
하면서 실명제가 또다른 이슈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돼있는 사건에 대해 수표추적을 하지않으면
특정인을 두둔하는것이라며 국민감정에도 호소했다.

그러나 민자당은 "긴급명령은 금융거래정보를 공개할때 법원의 영장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며 수표및 계좌추적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나중에 국정조사단이 관련은행의 지점을 직접 찾아 나섰으나
지점장들은 "금융실명제 긴급명령위반"이라며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과거엔 상상도 못할 풍경이었다.

<육동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