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전문가들은 등소평과 12억 중국인들이 21세기를 내다보며 추구하는
목표를 중화로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주중 한국대사관의 정영록박사는 주변국 사람들에겐 거부감마저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이 단어가 시사하고 있는 바는 문화혁명등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과거에 묻고,중원을 지배하는 세계국가로서의 중국이 되찾아야 할
명예와 국력회복을 위해 오늘의 도전과 시련을 극복하자는것 이라고
설명하려 했다.

등소평이 일본의 오오히로수상을 맞아 20세기 말까지 중국잉민의 소득을
1,000달러까지 끌어올려,소강수평(일상생활에 걱정이 없는 수준)에
이르도록 만들겠다는 소박한 포부를 밝힌것은 1979년 12월이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그의 소박한 꿈은 이미 실현되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의 공식적인 1인당 GNP는 지난해 기준 430달러로 아주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 숫자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중국 현실을
잘못 읽고 있는데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북경대학 수학과를 졸업하고 한국무역헙회 북경지부에서 일하고 있는
연변 조선족 석정수씨는 중국사람들 대부분이 월 500원(우리나라 돈으로
5만원정도)이하의 월급을 받고 있지만 이는 사회주의 체제가 제공하는
생활기반, 즉 먹고 자며 일상으로 사는데 흔히 말하는 소득수준으로
평가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했다.

외무부 아주국 정상기 중국과장도 중국에서는 우리돈으로 월 8만원이라는
작은 돈으로도 식모를 두고 살수있는 특수한 체제라며 중국의 실제 소득
수준이 우리가 평가하는 기준과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려 했다.

죽국전문가들은 경제규모도 공식적으로는 93년말 기준 5,3000억달러에
머물고 있지만, 실제로는 1조5천억 내지 1조8천억달러에 이르렀다고
추정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이 이미 미국의 45%내지 60%선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연간 교역규모도 경제개혁을 시작한 79년의 2백10억달러에서 1993년에는
1,958억달러로 늘었고 오는 1995에는 3,000억달러에 달할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은 등소평이 목표했던 소강수평수준을 넘어섰으며,이미 "그 이후"를
논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후"에 대한 전망은 더욱 장미빛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이 연평균 9%의 경제성장률을 지속할 경우(92년과 93년의 실제성장률
은 각각 12.8%와 13.4%였음),16년뒤인 2010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보고있다.

한발 더 나아가 2020년에는 중국의 경제규모가 OECD(선진국경제협력개발
기구)전체의 약80%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다. "옛 중화"
를 되찾자는 "21세기 중국 인민의 비젼"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는 말이
된다.

이런 전망을 배경으로 할때, 중국이 이제 지구상의 수많은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인에게 이르기까지 커다란 "기회의 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세종연구소의 중국전문가인 이홍균박사는 "21세기에 이르러 세계경제가
중국이라는 거용의 등장으로 산업혁명이래 가장 큰 경제질서의 변화를
겪게 될것"이라고 지적하고 "중국은 지구의 마지막 생산기지이자 소비
기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미래를 밝게 보는 사람들은 수천년의 찬란한 문명국 중국이 "미"
개발된 상태로 남아있다는것 자체가 중국이 지닌 최대의 "역설적 장점"
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태평양경제위원회 이재성박사는 "인류의 경제개발사를 길게 늘여 놓고
보면, 일찍(선진)개발되었다고 그것이 반드시 득이 되는 것이냐는데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하고,"인류는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치면 거칠수록 보다 나은 방법을 찾아내 적용하게 되는 바,바로 이점이
앞으로 중국이 폭발적으로 커질수 있는 잠재력의 뿌리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몇백년의 역사를 가진 유럽 선진국의 조선소는 당시 상황에서 최선의
설계에 의한 것이었지만,지금에 와서는 일본,그리고 일본보다도 더 늦게
개발된 한국의 조선소와는 비교가 될수 없이 진부한 시설이 되었다는
사실은 "더딘 개발"이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니라는 "역설"을 설명해주는
대목이라고 할수있다.

중국의 매력을 토지의 국유제에서 찾는 사람도 있다. 한국외환은행
이보우 북경지점장은 도로나 항만 공항등 사회간접시설을 건설하려고
할때 중국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도자와 연필뿐"이라는 말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홍콩에서 북경까지 고속전철을 놓는 경우에도 중국정부가 걱정할 일은
건설비에 불과하지만 그것조차도 외국 투자가들이 서로 다루어 처리해
주겠다고 나서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천문학적 토지 보상비로 고민해야하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되는 대목이다.

삼성물산 상해지점장 신주식이사도 중국이 "홍콩에서 유럽까지 이어지는
고속전철을 건설하고 신비단길(New Silk Road), 즉 중동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도로망을 건설,중국의 경공업 제품을 값싸게 공급함으로써 유럽과
중동을 자기 수중의 소비시장으로 장악하려는 꿈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세계인들의"중국러시"는 줄을 잇고 있다.

이를 두고 효성물산 북경사무소의 정희진상무는 "요즈음 중국을 찾는
외국기업들은 마치 낯선 집 대문밖에 서 "한자리 끼워 주십시요"하고
조심스럽게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 처럼 보인다"고 묘사했다.

중국 사람들은 이들중 마음에 드는 사람만을 골라 선심을 쓰듯" 티켓을
나누어 주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요즈음 중국인들은 그들
특유의 "흡인력"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듯 하다는 말이다.

최혜구대두(MFN)와 인권문제를 연계시키려던 클린턴이 최혜국대우를
연장해준 사례는 요즈음 중국의 잠재력을 무시할수 없는 미국이 "명분
보다는 실리"를 찾는 대표적인 예로 볼수있다.

중국의 장래를 밝게 보는 측이 대세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한편
으로는 중국의 장래를 장미빛만으로 그리려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라고
보는 삼람들도 있다.

도시에 넘쳐 흐르는 배금주의 물결은 "지족자부"에 길들여 있던 만만디
중국인들의 가슴에 억누르기 어려운 바람을 불어 넣었다.

지역간 계층간의 소득불균형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농촌의
빈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밀려드는 이른바 맹유(맹목적인 유민)
현상이 그 실례이다.

도로 항만 공항등 교통시설은 물론 전기 석유 석탄등 에너지문제,그리고
전화등 통신과 관련된 사회간접자본의 태부족은 한창 뛰려는 중국경제의
뒷다리를 옥죄고 가로 막는 가장 큰 장애 요인이다. 중국 상해의 교통은
서울보다도 더 심한 체증을 보인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범경의 인민일보 총편집국장은 중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서슴치 않고 "국영기업의 개혁"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국영기업의 비효율을 뿌리가 깊다.

밀수, 뇌물등 부정 부패의 뿌리가 날로 깊어져만 가고 있을뿐 아니라,
뒤떨어진 금융업에 대한 개혁 조세 무역등에 대한 법체계 정비등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돈만 있다고 되는일도 아니다. 그야말로 시간과 싸우지
않을수 없는 것들이라고 할수 있다.

그뿐 아니라, 도시의 어두운 뒷골목에서는 마약 도박 매춘 강도 거지
사기등의 어두운 그림자가 밤낮없이 두리워지고 있다고 지적이다.

주후문(고위층 부모를 배경 삼알 뒷문으로 들어가 출세를 젊은 부류를
꼬집는 말),양도야(개방에 따른 대외 무역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하는
브로커),관도(권력을 이용해 치부하려는 관료들읠 부패)등,요즈음 중국
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는 중국의 요즈음 세태를 웅변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개방 개혁의 부정적 후유증이 개혁 개방의 대세를 뒤바꿔
놓을만한 요인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중국인들은 97년7월1일이 되면,세계 최첨단의 도시,홍콩을 되돌려 받게
되고 있다. 롤스 로이스,BMW,메르세데스 벤즈를 몰고 다니는 세계 최고
부자들의 도시를 통째로 받아 들이게 되어 있는 것이다.

홍콩뿐 아니다. 중국인들은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대만도
중국 그 자체라고 여기고 있다. 말레이지아 싱가포르의 경제도 중국인들이
잡고 있다는 의식을 갖고있다.

대만 홍콩 동남아의 화교 그리고 중국이 합쳐진 "중화"그것은 가히
공용이라 할만하다는 지적이다.

만리장성을 쌓았던 중국인들은 이를 뛰어넘어 이제 태평양을 아우르는
태평장성을 쌓아 "21세기를 향한 중화"를 이루겠다는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