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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향한 중화''를 꿈꾸고 있는 중국인들이 ''개혁/개방''을 선택
한지 15년이 흘렀다.

그동안 여러가지 불균형과 불투명한 요소들이 상존하고 있는 것은 사실
이지만 세계최대 경제대국으로의 도약은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양봉진편집위원과 정동헌사진부기자를 특파, 이른바
소강수평의 단계를 지나 이미 그 이후를 노하기 시작한 중국을 현지
취재하여 주2회씩 10회에 걸쳐 연재키로 했다.

< 편 집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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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한 중국인에게 등소평의 근황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다. 모른다고 하더니 "하지만 풍문에 등소평동지가 사람들 만나는
것을 자제하는 가운데 외로운 노인으로 지내고 있다는 것은 들었다"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그는 "등소평이 어떤사람을 독대하게 되면 그사람에게
힘(권력)이 쏠리게 될것이고 그렇게 되면 현재 구축된 지도체제를 뒤흔들
수 있기 때문에 등소평 스스로가 자제하고 있다더라"고 대답했다.

현대종합상사 북경사무소 정재관전무도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이선진참사관은 이에 덧붙여 "등소평이 보고싶은 친구가
있으면 종이위에 그 친구의 이름을 써보는 것으로 만족하고,그사람 만나는
것을 자제한다는 이야기까지 있다"고 했다. 사실이라면 감동적인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등소평의 나이 올해로 90이다. 사람나이 90이면 꽤나 오래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가 만나는 사람에게 "힘이 쏠리게 될 것"을 우려할 정도로
그는 카리스마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노인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등이후의 중국을 나름대로 그려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수있다.

등이후 중국은 유고슬라비아와 다를바 없이 분영과 내전으로까지 발전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라오에서부터,군부 핵심세력의 돌출가능성 등
여러가지 형태의 예측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등이후의 시나리오를 그린 가상소설 "황화"가 92년 홍콩 대만과 세계
각지의 화교들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읽힌 것은 사람들의 "등이후
중국"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증한다고 할수있다.

실제로 등이후를 어둡게 보는 요인은 적지않다. 티베트의 반란등 민족분규
등의 가능성을 포함한 지방분권주의,농촌과 연안개방지역과의 경제수준
격차,관료사회의 부패문제등은 정정을 불안으로 끌고갈수 있는 뇌관으로
작용할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들면,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시걸박사같은 이는 지난5월 서울에서
개최된 한 세미나에서 등이후 중국은 "지방정부의 분권주의가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금년들어서도 개방의 혜택이 아직까지 미치지못한 내륙지방의 빈농들이
집단으로 폭동을 일으킨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것은 이를 뒷받침할수 있는
예라고 할수있다.

"등이후 중국"의 기상도를 흐리게 보는 측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중국인과 중국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시각은 등의 유고가
있더라도 중국에는 "큰 변화가 없을것"이라는데 모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유고슬라비아를 다녀온 적이 있다는 북경대 경제학부 부원장인
저국여교수는 "사상 의식 가치관 문화관이 다른 중국을 유고슬라비아와
비교하는 것은 넌센스중의 넌센스"라고 못 박고,"중국은 유고슬라비아와
모든면에서 다르기 때문에 그와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것"이라는
견해를 서슴없이 피력했다.

정사원 전인대 부주임(우리나라의 국회부의장에 해당)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개혁 개방은 문화혁명등으로 빚어진 우리 역사의 암흑시대를 탈피
하려는 역사적 필연이었다"고 강조하고 "향후 어떠한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지금 굴러가고 있는 중국 역사의 수레바퀴는 되돌릴수 없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중국 지도부가 갖는 미래에 대한 신념은
확고한 것이라고 봐야한다.

그는 이어 "진시왕이래 중앙집권체제를 유지해온 중국에서 지방할거주의
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설명하려 했다.

실제로 중국 사람들의 생활은 전보다 윤택해진 것이 사실이고 자동차
왕국이라는 미국 사람들조차도 부러워하는 렉서스 벤즈 캐딜락등 최고급
승요차가 북경과 상해등 주요도시를 누비고 있는 것은 물론 사우나 미용
패션이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중국을 가본 사람이면 누구나
느낄수 있는 현실이다.

상점에는 물건이 가득가득 쌓여 있고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사먹으려면
상당한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CNN NHK 스타 TV등이 아무 제약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등 언론의 보다
자유분방한 보도태도는 물론이고 증권 경마 골프등 가장 브루조아적인
문화생활도 그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지 꽤 오래 되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김시중박사는 "중국의 개혁 개방은 이제 그 관성
때문에도 돌이킬수 없는 대세로 굳어졌으며 여러 의미에서 돌아올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으로 봐야 할것"이라고 분석하고 "등의 유고가 중국의
흐름을 크게 바꾸어 놓을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의 안정과 혼란을 가름하는 관건은 중국공산당에 달려 있고
따라서 중국공산당 내부문제만은 소홀히 취급될수 없다는 관측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듯 등조차도 "중국에 문제가 생긴다면 역시 당내부에서 생길
것이며 당내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한 안심하고 베게를 베고 잠들수 있다"
고 술회한 바 있다.

등은 논쟁이야말로 "당 분열의 씨앗"이라고 못박고 "100년동안 논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까지 한적이 있다.

등소평이 공산당 내부에서 벌어질지도 모를 논쟁의 해악을 지적한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개혁개방추진이후 중국은 이른바 "성사성자"(사씨인가 자씨인가)불리는
논쟁에 휘말린 적이 있는데 이는 여러가지 노선이나 정책이 사회주의에
근거하고 있으면 "사씨"라고 부르고 자본주의에 근거하고 있으면 "자씨"
라고 부르는 이분법적 편가르기 논쟁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극단적인 예가 91년3월에 있었던 북경과 상해언론간의 논쟁이다. 당시
상해시 기관지 해방일보는 "상해시가 사회주의형 홍콩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사씨냐 자씨냐 하는 논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바람직하지 않을것"이라는 논조의 글을 실었다.

이에 대해 북경의 대학이론전선은 즉각적인 비판을 게재 "사씨냐 자씨냐
의 구분에는 성역이 있을수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사태는 더욱 확대
되어 대학이론전선이 해방일보를 공격하는 대열에 북경일보 광명일보까지
가담하게 되었다.

피상적으로 보면 이들의 논쟁이 별 의미를 지니지 않은 것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 공산당 내부의 권력다툼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 중국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등소평은 1992년초 개방을 가속화하고 공고히하기위해 남부지방을 순시한
이른바 남순강화를 행하눈 가운데도 성자성사 등이 야기하는 논쟁의
폐해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논쟁지양을 강조한 등은 나문강화중 후계자 양성문제에 대해서도 언급
했다. 그는 정확한 정치노선은 정확한 조직노선에 의해서 보장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중국의 사조정이 잘 풀리고 사회주의와 개혁 개방이
견지되며 경제가 빨리 발전하고 국가가 장기적인 안정을 누릴 수 있을
것인지의 여부는 모든 관건이 사람(후계자)에게 달려 있다고 했다.

중국은 혁명화,연경화,지식화,전문화의 표준에 따라 덕과 재를 겸비한
사람들을 선발하여 지도적 위치에 올려 놓아야 한다 고 간조한 그는 현재
중앙의 지도자들은 나이가 아직도 많은 편이다.

우리와 같은 노인들은 일에 손대지 말고, 새 사람들에게 맡기고 그들이
서성숙되는 것을 지켜보아야 한다. 노인들은 자리를 물려주고 옆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후계 구도의 조지정착을 암시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등의 후계구도는 강택민의 당정군에 대한 장악으로
이미 그 실체를 드러 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당총서기외에도 국가
주석직을 겸임하게 된 강택민의 당군정 장악은 모택동 이후 처음있는
이로, 등소평후계체제로 보아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시사주간지 파 이코노믹 리뷰 최신호가 등소평과
강택민 두 사람의 단독 조우장면을 표지에 삽화와 함께 강택민은 성공할
것인가 하는 표제를 달고, 등이후 중국은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게 될
공산이 크다 고 보도하면서도,그 집단지도체제의 대표주자가 강택민이라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고있다.

최근 중국 남부지방을 휩쓸고 간 홍수가 지도자 강택민의 이름 때문
이라는 우스게 소리를 하던 택시운전사 조차도 등이후 대표주자로
강택민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데서 중국의 차기구도가 인민들에게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등이후 중국지도부의 분열은 개혁 개방의 속도 에 대한 견해차에서 빚어
질지 모른다는 지적도 있다.

개혁과 개방속도와 관련해, 진운은 새를 손안에 꼭 쥐면(오직 계획에
의해서만 경제를 운용하면), 새가 죽어 버리므로 새가 날 수 있게해야
(재량을 통한 활성화)하지만,하늘로 날아가 버리면 (자유경제를 실시하면)
새를 놓치게 되므로 새집에 넣어 놓고 일정한 범위안에서만 날개 해야
된다는 이른바 새장경제론 즉 조롱경제(조롱경제)를 주장하고 있는것이다.

진운은 이러한 주장을 근거로 1984년 14개 연해성시에 대한 등소평의
개방확대를 반대했는데 이는 개방이나 개혁의 속도를 다소 줄어 "균형
성장"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에 반해 등소평은 "견인차 역할을 하는 성장지역이 있어야 전체적으로
성정할수 있는 기틀(spill-over effect)이 마련된다"고 보고,14기 3중전회
직전,중국공산당 지도부에 대해서 "가속,가속,재가속,개방,재개방"이라는
14자 방침을 지시할 정도로 개혁 개방 속도를 가일층 높혀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등소평과 진운이 "극단적으로 대립되어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평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제기획원에서 주중 한국대사관에 파견 나와있는 현정택국장은 "진운이
균형정장리론을 그리고 등소평이 불균형성장론으로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인 중화의 건설을 위해 개혁 개방을
해야겠다는 원론에 차이가 없다"고 지적하고 "이를 전제로 하는 한,
속도문제를 중요한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중국이라는 거대한 체제는 이제 등소평없이도
자발적으로 움직일수 있는 자생력을 갖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고 말했다.

사실 등소평이후의 중국을 어둡게 본다면 외국인의 투자가 주춤해져야
한다. 그러나 상황은 그 정반대를 나타내,올들어서만도 세계은행이 주택,
도로건설등 15개 개발사업에 30억불을 내년도 집행분으로 공여하기로 한
것을 비롯, 황하강 시오랑디 댐건설에 필요한 자금인 8억4천4백만불에
대한 계약의체결,5억불에 달하는 미국GE사의 단독 시설투자등 뭉치돈만을
추스려도 외국으로 부터의 투자유입이 쉽게 50억불을 넘어서고 있다.

이와같은 통계는 등이후의 중국이 내외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성명하고 있는 예라고 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