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하면 단순히 몇푼 하지 않는 값싼 술로 간단히 치부해 볼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규모를 생각해보면 맥주회사들의 매출을 기준으로
2조원가량이나 되는 만만찮은 상품이다.

맥주회사들이 맥주를 팔아 국가에 바치는 세금만도 1조4천1백억원을
헤아리는 "효자"상품으로 꼽힌다. 1병에 몇백원하는 소비재치고 이처럼
덩치큰 품목도 흔치않다. 올해는 2조2천억원가량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제때인 지난1933년 조선맥주가 처음 설립되면서 산업으로서의 맥주가
뿌리내리기 시작한 이래 60여년만에 맥주는 우리나라 성인남녀 모두의
사랑을 받는 대중주로 성장했다. 작년을 기준으로 보면 국내에서 소비되는
모든 주류의 56.2%가 맥주였다.

지난80년만 하더라도 주류전체에서 점하는 비중이 55.7%에 달해 국민주
로서 절대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던 막걸리가 해를 거듭할수록 침체를
거듭하여 불과 십수년만에 13%정도의 "기호주"로 전락한 것에 비하면
맥주의 저변확대는 자못 놀랍다.

종전에는 소위 "업소"시장에서 팔리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요즘은 가정
소비가 크게 늘어 절반이상을 점하고 있다. 그만큼 맥주가 일반화됐음을
반증한다.

국민소득의 증가, 음주연령의 하향화, 여성음주인구의 증가 등으로 맥주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맥주가 특히 올들어 관심을 끄는 것은 그동안 동양맥주와 조선맥주가
사이좋게 양분하고 있던 이 시장에 진로가 미국의 쿠어스맥주와 합작하여
지난6월부터 맥주를 시장에 내놓기 시작한 때문이다.

진로쿠어스맥주의 참여는 아시아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미국맥주회사
들의 아시아시장진출과 관련,국내 유력소주회사인 진로와 손잡고 미국
자본이 본격적으로 국내맥주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대목이다.

어쨌든 진로쿠어스맥주의 시장참여를 계기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고
불붙는 광고전으로 매일 신문지면을 뒤덮는 요란한 맥주광고들이 소비자
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일은 한국주류역사상 처음 벌어지는 것이며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
보기 쉽지 않은 현상이다.

조선맥주의 최대히트상품인 "하이트맥주"와 이를 둘러싸고 지난해부터
벌어진 동양맥주와 조선맥주간의 공방은 맥주3파전의 서곡이었다.

진로의 시장참여를 앞두고 그동안 동양맥주에 끌려다니던 약체 조선맥주
가 던진 승부수라고 할 수 있는 하이트맥주는 "지하1백50m의 1백%
암반천연수"를 표방,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다.

조선맥주는 하이트돌풍을 계기로 종전에 30%정도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
을 34% 정도로 늘려놓았다.

동양맥주가 이에 맞서 내놓은 OB아이스맥주도 갖가지 화제를 뿌리며
대대적인 광고를 전개했는데 이는 동시에 앞으로 나올 진로쿠어스맥주의
카스맥주를 견제하자는 뜻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진로쿠어스맥주가 지난6월부터 내놓은 카스맥주는 소위 비열처리
맥주를 표방, 일반맥주(라거비어)의 큰 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동양맥주에
정면으로 도전하면서 주목받았다.

어쨌든 이들 신제품은 모두 비열처리맥주로서 우리나라 맥주시장에서
6월말현재 벌써 30%를 차지하는 빠른 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이트맥주로 촉발된 신제품들의 경쟁은 맥주시장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는데 결국 소비자들의 욕구를 파악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도태
된다는 철칙을 3사들이 절실히 깨닫는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깨달음은 3사를 사운을 건 경쟁으로 몰아왔다.

그러나 이들의 경쟁은 최근들어 자사제품홍보의 선을 넘어 타사제품을
비방하는 데까지 발전,급기야는 기존업체인 동양맥주와 조선맥주가 서로
상대방을 고소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이같은 경쟁은 업계자체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못할 뿐만아니라 과다한
광고경쟁이 업계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결국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게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앞으로 맥주산업은 시장개방에 따른 외국유명브랜드들의 수입에 대응,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춰 끊임없이 좋은 제품을 내놓음으로써 경쟁력을
배양하고 이와함께 건전한 음주문화정착에 힘써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또한 맥주를 적극적으로 수출산업으로 육성해온 다른 나라들의 예를
본받아 한국의 맥주업계도 내수시장뿐만아니라 해외로도 눈을 돌려야
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