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건강이 염려 되신다고요?"

"그렇소. 어제 보니까 공이 땀을 흘리면서 숨을 몹시 헐떡거리더라구요.
별로 덥지도 않았는데." 전날 메이지 천황이 바깥 행차가 있었는데 그때
근위병을 이끌고 사이고가 직접 수행했던 것이다.

"몸이 비대해서 그런지 곧잘 숨이 차지요"

"그래선 안돼요. 공은 이나라를 이끌어갈 무거운 사명을 띠고있는
몸이오. 내가 누구보다도 공을 믿고있는 터인데, 벌써부터 건강이
그래서야 돼겠소"

"폐하, 황공하옵니다. 더러 한약도 먹고, 뜸도 뜨고 합니다만."

"한 번 양의의 진찰을 받아보도록 하오. 독일인 의사 호프먼이 있잖소"

"예, 폐하, 그러겠습니다" 사이고는 성은에 몇 번이나 깊이깊이 머리를
숙였다.

그래서 사이고는 양의의 진찰을 처음으로 받아보게 되었던 것이다.
사이고를 진찰해본 호프먼은 악성 비만증에 의한 심장쇠약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 상태로 계속 무리한 근무를 하시면 쓰러집니다. 뇌졸중을 일으킬
가능성이 다분히 있어요"

"뇌졸중이라니요?"

"일본에서 말하는 중풍이라는 것이지요"

"아, 그래요? 나도 이제 늙은이가 되었구려. 중풍을 걱정해야 할때가
되었으니."

"올해 몇이신데요?"

"마흔일곱이외다"

"마흔일곱이면 아직 청춘이예요. 우리 서양에서는 그아이면 검술도 하고
승마도 즐기고 한창때라니까요"

"우리 동양에서는 인생오십이라고 하지요. 마흔일곱이면 어지간히
산거요."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된다니까요. 불노장생이라는 말이 어디서
나왔나요? 동양에서 나왔잖아요" "허허허." 사이고는 웃었다.

호프먼은 자기가 처방해 주는 약을 복용하며 두 달 가량 번잡한 도쿄
시내에서 벗어나 한적한 곳에 가서 요양을 하면 지금 현재 다른 장기에는
아무 이상이 없으니 몸이 한결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 권유를 받아들여 사이고는 교외에 있는 동생의 집으로 가서 요양을
하게 되었다. 가까이에 숲이 있고 해서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하며
오래간만에 사이고는 나라일을 좀 잊고 자기 몸을 돌보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어제 해질 무렵 태정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일 중대한 안건
으로 각료회의가 개최도니 나와주었으면 좋겠다는 건갈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