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마르크는 동양의 일본이라는 나라에는 온 사절단에게 호의를 베풀었다.

연회에 초대하기까지 했는데 민주주의와 입헌제도를 싫어하는 전제정치가인
그는 사절단원들에게도 힘의 논리를 설파하였다.

수많은 나라가 뒤섞여 있는 유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힘을 기르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힘이 곧 정의라면서 만국공법, 즉 국제법이라는 것도 약소국으로는 반드시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법률이지만 강국은 자기들에게 유리할 때는 지키고
불리할 경우에는 언제든지 무력을 앞세워 그것을 짓밟아 버린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약육강식이 국제정치의 어쩔수 없는 기본 틀이니 일본도 그점을
명심하고 동양에서 먹히는 나라가 아닌 먹는 나라가 될수 있도록 힘을
기르라고 역설했다.

말하자면 침략국가가 되라는 충동질이라고 할수 있었다.

당시 비스마르크는 오구에였는데 불과 이년전에 통일독일제국의 수상이 된
터이다.

그 당당한 위세가 외모에서도 물씬 풍겼다. 장대한 체구에다가 유난히 큰
머리가 훌렁 벗겨져서 번들거렸다.

그런 유럽 제일가는 권력자가 자신의 오늘이 있기까지의 고난의 역정을
되새겨가며 늘어놓는 열면에 일행은 크게 감명을 받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오쿠보와 이토는 감동과 함께 흥분을 느끼기까지 했다.

오쿠보는 앞으로 새로운 일본을 건설해 나가는데 크게 참고가 될 얘기를
들은 것 같아 가슴이 벅찼고 소년시절부터 도요토미히데요시를 숭배하여 큰
야망을 품고 있는 이토는 전형적인 서양의 영웅을 눈앞에 보는 것 같아서
흥분을 금할 길이 없었다.

비스마르크의 열변이 끝나자 오쿠보가 물었다.

"각하, 각하께서 먹히지 않고 먹기 위해서는 힘을 기르라고 하셨는데
어떻께 하는 것이 강국이 되는 길인지 구체적으로 좀 말씀해 주시지요"

그러자 비스마르크는 싱그레 웃음을 떠올리며 오른손을 불끈 주먹쥐어
쳐들어 보였다.

"바로 이거요"

"힘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그 힘을 어떻게 해야 기를 수 있는지 그게
알고 싶다니까요"

그러자 비스마르크는 그 주먹으로 이번에는 내리누르는 시늉을 해보이며
말했다.

"강력한 정치를 펴야 돼요. 첫째가 그거요"

"강력한 정치를 편다고 반드시 강국이 될까요?"

"다음은 쇠요, 쇠"

"쇠라니요?"

"무기 말이오. 그리고 세째는 뜨거운 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