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베리 (영국스코틀랜드)=김흥구기자]

<>.1977년 턴베리에서의 영국오픈은 1백여년의 영국오픈 역사상 가장
센세이셔날한 오픈으로 꼽힌다. 주인공은 다름아닌 잭 니클로스와 톰
왓슨이었다. 황제와 신황제는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들의 명성에
걸맞게 역사상 가장 치열하게 맞붙었다.

1라운드68타,2라운드70타,3라운드65타로 그들 두명은 라운드별 스코어까지
똑같이 치며 최종라운드를 맞이했다. 최종라운드에서는 왓슨이 65타로
66타를 친 니클로스를 단1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말이 그렇지 당대 최고의 프로들이 똑같이 치며 우승경쟁을 벌였으니
그때의 열기가 오죽했겠는가.

왓슨의 4R우승스코어는 12언더파 268타(파70코스). 12언더파라고 코스가
쉽다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천만의 말씀. 당시 언더파를 친 선수는 왓슨과
니클로스,그리고 니클로스에 10타나 떨어져 3위를 한 휴버트 그린(279타)
등 3명뿐이었다.

턴베리에서 두번째 열린 1986년의 양상은 정반대. 당시 그레그 노먼은
2라운드에서 영국오픈 단일라운드 최저타수타이기록인 63타를 치는등
일방독주끝에 2위 고든 브랜드 주니어(영국)를 5타차로 셧아웃시키며
4R합계 이븐파 280타로 그의 첫 메이저타이틀을 획득했다.

이대회에서는 4R합계에서 언더파를 낸 선수가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곳시간 14일부터 제123회영국오픈이 시작되는 턴베리는 바로 그런
곳이다.

왓슨과 노먼이라는 최고수들이 우승한 곳이자 영국오픈이 돌아가며 열리는
8개코스중 가장 뒤늦은 77년부터 오픈대회장소가 됐지만 가장 어려운
코스이기도 하다.

정확히 턴베리는 글래스고우에서 서쪽으로 90km가량 떨어진 스코틀랜드
에어셔지방의 아주 작은 고을의 지명일뿐이다. 제대로 말하면 턴베리
호텔 앤드 골프코스의 에일사코스(파70,6957야드)에서 영국오픈이 열린다.

턴베리의 에일사코스는 링크스코스중의 링크스코스로 손꼽힌다. 어떤이는
영국의 페블비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에일사코스는 4번홀부터 11번홀
까지가 바다와 바짝붙어 늘어서 있는데 그 경치가 전영오픈장소중 가장
아름답다고 일컬어 진다.

사진에서 흔히 나타나는 등대는 9번홀 왼쪽에 위치한다. 9번홀(파4.452
야드)은 바다를 가로질러 바위언덕을 넘기는 티샷을 해야 하는데 볼이
페어웨이에 안착하려면 200야드를 캐리로 날려야 한다.

프로들이야 별 문제 없겠지만 아마로서는 지레 겁을 먹을만한 거리.

<>.영국오픈개최장소중 턴베리가 가장 어렵다는 것은 통계로 나타난다.
83-94년기간의 영국오픈에서 턴베리는 가장 어려운 10개홀중 5개홀을
차지했고 홀난이도 랭킹 1-3위를 독식했다.

영국오픈장소중 홀난이도 1위의 홀이 바로 턴베리 에일사코스의 파3홀중
하나인 6번홀(222야드)이고 그다음이 14번홀(파4,440야드), 그리고 8번홀
(파4,430야드)이 저 유명한 세인트 앤드루스GC올드코스 17번홀(파4,일명
로드홀)과 함께 공동 3위를 마크했다.

그러면 턴베리는 어떻게 어려운 코스인가. 턴베리의 4일간라운드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있다고 한다.

오늘은 반팔티셔츠차림으로 라운드해도 내일은 스코틀랜드산의 두터운
스웨터를 껴 입어야하며 하루는 줄기찬 비가 내리고 또 하루는 시시각각
방향이 변하는 거센 바람과 맞서야한다는 의미이다.

몇m옆이 바다이고 그바다바람이 수시로 이리불고 저리부는데다 파5홀은
두개뿐이고 12개 파4홀중 11개가 400야드가 넘는다.

<>.그 바람때문에 선수들은 다른 미국대회와 같이 1번홀, 10번홀에서
동시 티오프할 것을 주장한다. 그렇게 해야 티오프배정시간에 따라 어떤
선수는 18홀내내 순풍이고 어떤선수는 18홀내내 역풍인 불합리를 없앨수
있다는 주장.

그러나 R&A의 마이클 보날렉사무총장은 한마디로 잘랐다. "이것은 대회가
아니라 오픈이다" 즉,다른대회를 어떻게 하던간에 세계최고인 오픈만은
오픈의 방식을 고집하겠다는 애기다.

사실 이대회의 공식명칭은 영국오픈이 아니라 "제123회오픈골프챔피언십"
이다. 바로 진정한 오픈은 이것 하나뿐이니 더 이상 무슨말이 들어가야
하는냐는 골프종주국 영국의 자존심인 것이다.

<>.대회를 앞두고 관심랭킹1위이자 우승후보1위이기도 한 선수는 역시
그레그 노먼이다. 노먼은 86년 이곳대회챔피언이자 지난해챔피언으로
턴베리에 돌아왔다.

그도 이같은 분위기를 아는지 시합전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골프는 테니스와 다르다. 샘프라스의 경쟁상대는 사실상 한두명이다.
그들만 결승에서 꺽으면 우승인 것이다. 그러나 골프는 150여명과 이틀
동안 커트오프를 위해 싸워야 하고 나머지 이틀은 실력이 모두 같은
70명과 싸워야 한다"

메이저2승이 모두 영국오픈인 노먼. 홀컵을 1mm스치는 퍼팅하나로 우승이
결정되는게 골프지만 그 1mm가 바로 실력이라는데서 노먼의 코멘트에
의미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