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항상 거기에 있어 좋다. 우리는 그런 산이 좋아 매달 넷째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만난다. 위로는 은행장으로부터 아래로는 부장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산행모임은 애당초 이름조차 없었다.

그저 산이 좋아, 그 흐르는 맑은 계류가 좋아 만났을 뿐이다. 그러다가
몇몇 회원들의 입에서 산행을 정례화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름도 제법
근사하게 부쳐졌는데 이름하여 "한일은행 일요등산회"였다.

그때가 92년5월. 첫 공식산행으로 청계산을 갔다. 이후 축령산, 마니산
등을 찾았다. 이렇게 산행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역할 분담이 이루어져
회장에는 단연 산행경력이 많은 윤순정은행장이,총무역할은 내가 맡게
되었다.

또 알게 모르게 산행규칙 비슷한게 만들어져 "산행 출발시각은 30초도
에누리가 없다"든지 "비가 오더라도 산행은 한다"든지 하는 조금은
무지막지한 원칙도 생겼다. 우리 모임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산생
점호를 취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산 정상에서 한다. 모두들 정상에 올라 단체 사진촬영을 함으로써
출석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산행"하면 으레 산 정상을 밟는게
정석처럼 굳어지게 되었다.

하산후 마시는 술 한잔의 정취도 빼놓을수 없다. 여기다 그 지방 특유의
별미까지 곁들여 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산행의 피로와 한달 동안의
스트레스가 말끔히 가신다.

어느새 30여회의 산행을 갖다보니 이제 제법 달인(?)이 된 고정멤버도
많다. 특유의 뚝심으로 배번 정상을 오르는 이관우전무, 그 긴 콤파스를
이용해 성큼성큼 앞서 가는 장기팔전무, 수박 한통을 배낭에 숨겨와
마지막 순간에 우리를 즐겁게 한 정남채서무부장 등이 그런 사람들이다.

또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정상을 오르고야 마는 강철사나이 박근식 인력
개발부장과 산행보다 술 한잔이 더 그립다는 유선주 융자부장, 빠른
몸놀림으로 길잡이역을 톡톡히 하는 김재곤상무 등고 빼놓을수 없는
고정멤버다.

세월은 가고 우리 모임의 얼굴도 바뀌리라. 하지만 늘 산이 거기 있고,
한일은행이 있는 한 우리의 ''넷째주'' 산행은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