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5일 국세청은 1가구2주택 양도세 면제요건을 완화한다고 발표
했다.

세입자를 고려해 세가 놓여져 있는 집에 대해선 면제기간을 1년까지
연장해 준다는게 골자였다.

국세청엔 그러나 두달여가 흐른 지난 4월 재무부로부터 회신 하나가 날라
들었다.

"귀청의 양도세 면제기간 연장건의는 불가"라는 내용이었다. 국세청이
오랜만의 쓴 "선심"이 무산됐음은 물론이다.

얼마뒤인 5월엔 또 이런 내부건의를 올렸다. 아파트채권 할인액을 양도세
계산에서 공제해 주도록 소득세법을 개정하자고.

재무부의 반응은 역시 "노(No)"-

국세청이 하자는 것을 번번히 재무부가 "노"한데는 명분이 있다. "1가구
2주택 양도세 면제"는 자칫 부동산가격을 들먹일 우려가 있고 "아파트 채권
공제"는 채권할인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간의 형평상 문제가 있다는 것.

그러나 "퇴짜"를 먹은 국세청의 시각은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르면서
무슨 정책을 만든다고..."였다.

재무부는 정책결정기관. 국세청은 결정된 정책을 시행하는 집행기관.
인체에 비유하면 전자는 머리고 후자는 손발이다.

앞의 예는 그러니까 누가 옳건 그르건 머리와 손발이 따로 놀고 있음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이론과 현실"사이-. 한가지 정책대안을 놓고 본부와 외청은 종종 이같이
티격태격 한다.

티격태격하는 이유는 대충 이렇다. 머리는 "경제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도외시 한다"며 손발의 무식을 나무라는 경우가 많다.

반면 손발은 현실감 결여된 머리의 아이디어를 탓하는게 보통이다. "집행
기관은 사소한 집행상의 편의만을 생각합니다. 제도 하나를 바꾸는 것이
어떤 영향을 주는가는 일단 논외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재무부 세제실
C과장)

"현실을 몰라서 그래요. 세정이란 이론으로 되는게 아닙니다. 그런데 상급
기관이라고 밀어붙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습니다"(국세청 서기관 K씨)

정책이 제대로 되려면 이론과 현실을 조화시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 머리와
손발의 티격태격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문제는 이같은 불협화음엔 흔히 오도된 선입견이 개재된다는데 있다.
"상급기관의 지시니 시키는대로 해라"는 본부의 고압적인 자세와 "우리는
우리식으로 집행한다"는 외청의 버티기 같은것 말이다.

서울시엔 물품구매규정이 있다. 규정은 일선 구청이 필요물품을 살때는
"이러이러한 규격"을 맞춰야 한다는등 10여개의 서류를 받도록돼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규정을 지키는 구청은 거의 없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공진청의 KS규격도 없애자는 마당에 "SS(Seoul Standard)규격"을 고집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서울시는 규정을 둬야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지 모르지만 그런 규정은 이미
사문화된거나 마찬가지다"(서울 성북구청 J씨)

교통부와 항만청간엔 이런 자존심 싸움도 있었다. 지난 5월말 항만청은
"8개 항만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느닷없이 발표된 것도 아니다. 진작부터 교통부의 내락을 받아놓은 내용
이었다.

그러나 왠 걸. "자기들 마음대로 북치고 장구치면 되는줄 알아"(이현석
수송정책실장)

교통부관리들은 이처럼 큰 건을 일개 외청이 언론에 발표한건 그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노발대발했다.

그러나 이에대한 항만청의 반응은 "항만 신설에 관한한 우리가 정책결정
기관이다"라는 식이었다.

교통부는 "권위"를 내세우고 항만청은 "기"가 꺾이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러다보면 신항만건설계획은 "우리부"와 "우리청"의 이해관계로 변질될
수도 있다. "우리집단의 안녕"으로.

정책의 공백은 이런 와중에서 발생한다. 정책공백은 수평기관간의 이견
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수직기관간의 이해관계 다툼에서도 정책은 구멍이 뚤리고 만다.
그러다보면 갈팡질팡하는 건 국민들 뿐이다.

양도세와 관련한 법령개정 작업이 재무부와 국세청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국민들이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지"를 두고 혼란을 겪었음은
물론이다.

정책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고. 머리와 수족간 괴리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건 아니다.

인사교류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지금처럼 본부와 외청
간에 인사가 거의 단절되다 시피한 상태에서는 상호이해는 커녕 불신만
커집니다"(국세청 K과장)라는 말도 인사교류의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여기서 일본의 예를 참고할 필요도 있다. 일본 대장성은 수습을 마친
신임관료들이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세무서에 근무토록 한다.

역지사지를 해봐야 협조도 가능해지고 "이론"과 "현실"사이의 틈새도
좁아진다는 생각에서다.

"이론"과 "현실". 영원히 일치시킬 수 없는 정책의 과제다. 그러나 그
같은 틈새를 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가운데 정책은 이상을 갖고
살아숨쉬는 "선책"이 되지 않을까.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