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정에서 우리가 치러야 하는 비용은 무엇일까.

그것은 두개의 서로 다른 경제체제가 갑즉스럽게 통합됨으로써 나타나는
혼란, 그리고 그로인해 발생하는 유형 무형의 손실이라고 볼수 있다.

독일통합 그리고 러시아및 동구권의 예는 한 경제가 갑작스럽게 체제전환을
경험함으로써 얼마나 큰 혼란을 경험하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어떤 상태에서 경제통합이 추진되어야 혼란없이 경제통합이 가능해질
것인가.

그것은 아마 다음 3가지 조건을 필요로 할 것이다.

첫째 북한이 남한을 포함한 여타 세계의 다른 국가와 시장경제의 테두리
에서 형성된 국제분업구조를 갖춘 상태에서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남한 역시 북한과 국제분업체 입각한 산업구조조정을 마친 상태이어야
한다.

둘째 북한의 재산권제도, 계약제도및 기타 경제관계제도의 내용이 남한의
그것과 같은 것이다.

마지막 조건은 북한 사람들의 윤리구조가 시장경제를 영위하기에 맞는
합리적인 윤리체계로 바뀌고 그 상태에서 경제구조가 정비된후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이 조건을 구비할 때까지 통일을 미룬다면 아마 통일은 영구히 오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조건에서 한반도의 상태가 멀어져 있으면 있을수록 통일로 인한
혼란은 그만큼 심각할수 밖에 없다.

이 세조건은 그것이 완전히 충족되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라도 갖추지
못해서는 안되며 함께 만족되어야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비록 다른 조건이 만족돼 있지 않더라도 한 조건이라도 충족되면
다른 조건이 현실적으로 실현될수 있는 좋은 여건을 조성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예컨대 마지막 두개의 조건은 북한이 사회주의 체제로 지속되는한 이룩
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그러나 첫째의 조건, 즉 북한경제의 개방화는 그 중에서도 추구가능한
조건이며 이를 위한 여건이 조성되어 있다고 볼수 있다.

이렇게 북한 경제의 개방화가 진전되면 북한의 사회경제제도도 점차로
시장 경제를 수용할수 있는 육형으로 변화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북한 사람들의 윤리구조및 사고방식도 국가에 미루지 않고 자기 책임
하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패턴으로 바꾸어 가게 될 것이다.

비록 "북핵문제"와 김일성사후의 후계정치체제를 둘러싼 현재와 같은
정치적 상황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난기류가 흐르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에 표방된 경제정책에서 나타난 북한의 정책의 기조는
조심스러운 그러나 뚜렷한 그들 나름대로의 "개방"노선을 향한 확실한
몸짓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북한은 이미 1992년 외국과의 합작-합영을 장려하고 외국인투자를 보호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헌법규정(제37조)를 신설하였다.

이에 근거해서 1992년10월 외국인투자법제(외국인 투자법 합작법 외국인
기업법)를 정비해 놓았다.

이 법제에는 투자절차 기업운용방식 해산절차 투자유인정책에 관한 시행령
이 포함되어 법제의 투명성과 구체성을 갖추고 있다.

선봉-나진지역의 자유경제무역지대(FETZ)의 설치는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다.

북한은 이 지대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100%의 외국인 직접투자
도 허용하고 있다.

국제무역의 활성화을 위한 자세도 확실하다.

작년12월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6기 제21차총회 이후에 채택된
"신경제전략"은 "무역제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동구 공산권의 몰락으로 전통적인 사회주의무역의 교역파트너를 잃게된
결과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에 봉착하게 되었고 국제경제교류가 얼마나 경제
의 안정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경험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대외경제부 산하 무역기관을 통해서만 허용되던 무역거래가
생산기관및 지방행정기관 산하 무역회사에서도 가능하도록 허용되었다.

그 결과 중국과의 국경무역이 활성화되고 있고 지방의 무역거래실적이
급증하고 있다.

1991~92년간에 격감하던 중국및 러시아와의 무역이 작년에 다시 증가기조를
회복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변화를 미루어 추측할수 있는 것은 북한의 개방정책이
즉흥적인 것이 아니며 국제화의 개방화의 국제조류에 대한 그들 나름의
심각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의 정치체제가 안정된다면 그것이 어떤 모습이든간에 개방화의
추진은 분명한 이들의 선택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의 개방움직임에 대해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함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홍콩등을 통해서 이루어진 북한과의 간접교역이 직교역으로
전환할수 있도록 무역협정이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대북투자의 활성화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분쟁해결절차, 산업재산권보호,
회계처리등에 관한 협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국내의 대북투자
관련제도의 간소화, 남북경협기금의 효율적 운용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