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축구 열풍이 불면서 전국민은 잠자는 것, 밥먹는 것조차 잊고
한국팀에 열화같은 성원을 보냈다. 세계16강이란 목표가 마치 축구실력
순위가 아니라 국력순위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얼마전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한 부부의 얘기를
들었다. 남편이 건축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사업자등록을 하기 위해서
미국시민권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별수없이 미국시민권포기를 위해 해당관청에 갔느데 놀랍게도 부인도
함께 국적을 바꿔야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원래 한국인이었던 사람에게조차 이렇게 까다로운 우리법은 외국인에게는
더욱 차별적이다. 아무리 능력있고 한국에 필요한 사람이라도 한국에 귀화
하지 않으면 법적권리를 거의 가질수 없다. 이러한 어려움때문에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에 필요한 사람들이 결국 정착하지 못하고 이땅을 떠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한국인의 권리,한국근로자의 권익보호차원에서 필요한 제도라고 하겠지만
단순히 국적을 바꾸고 안바꾸고의 문제라면 그것이 그렇게도 중요한
것일까.

일본디자이너 겐조는 20여년전에 프랑스에 진출해서 이제는 세계적인
톱디자이너가 되었다. 프랑스인들은 아무도 그를 일본인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 많은 시간을 프랑스에서 보내고 생활했으면 그는 이제 프랑스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겐조가 국적을 바꾸었다는 얘기를 아직 듣지 못했다.

우리사회에는 "보호"해야될 것과 "육성"해야될 것의 개념이 혼돈되고
있는 것 같다. 때문에 "보호"라는 미명아래 육성되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많다.

한국의 건아들이 미국 달라스운동장을 누비며 세계강호들과 겨루는 것을
보면서, 저렇게 당당히 세계인들과 겨룰수 있는 또 무엇이 우리에게
있을까 의심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