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 서울대교수/경제학 >


지난번에 생명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의 문제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이 문제는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과 관련하여 자주 등장하고
있다.

비용편익분석이란 투자사업의 경제성을 평가하기 위한 이론적 방법인데,
정부가 수행하는 공공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하는데 많이 사용된다.

간단히 말해 이 방법은 어떤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과 이로부터 나오는
편익을 비교하여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타당한지의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 분석에서 비용의 계산은 그다지 힘들지 않다.

사업의 수행에 소요되는 자원이나 인력과 관련하여 지출된 여러가지 비용을
더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업에서 나오는 편익은 워낙 다양한 형태를 갖고 있어 이것을
평가하는 데는 많은 문제가 따른다.

만약 시장가격에 기초하여 공공사업에서 나오는 편익을 평가할수 있는
경우라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시장가격에 의존하여 평가하기 힘들거나 아예 시장가격이 존재하지
않는 형태의 편익이라면 문제가 아닐수 없다.

예컨대 우주탐색을 위해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데서 나오는 편익은 주로
국위선양이라든가 과학육성 같은 무형적인 것들이다.

이와같은 형태의 편익을 화폐의 단위로 측정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비용편익분석 그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다.

다음의 예를 보면 황당하게 보이는 분석결과라도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을 알수 있다.

언제인가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여 핵폭발을 능가하는 큰 충격을 유발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문가의 계산에 의하면 지름이 1~2km 정도 되는 운석이 지구에 떨어질
경우 전인류의 4분의1가량이 죽는다고 한다.

그런데 지구를 향해 날아 오는 운석에 미사일을 쏘아 궤도를 약간만 틀면
이 대규모의 참사를 막을수 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이 공동으로 비용을 부담하여 요격미사일을 설치하려 할때 얼마
이내의 비용에서 정당화될수 있을까.

우선 지구에 사는 평균적인 사람이 운석의 충돌로 인해 사망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야 한다.

어떤 한해에 이러한 일이 일어날 확률은 50만분의 1이며 그 경우 전인구의
4분의1이 죽게 된다니 어떤 개인이 죽을 확률은 200만분의1인 셈이다.

이 확률에 기초하여 1년간의 예상 사망자수를 계산하면 2,700명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만약 생명의 가치를 100만달러라고 하면 인명피해의 방지에 연간 27억달러
의 가치를 부여할수 있다.

여기에 재산피해 방지의 가치를 더하게 되면 요격미사일 설치계획의
총편익을 구할수 있다.

이 계획의 연간 소요비용이 이보다 작은 범위내에서 그 타당성을 인정할수
있을 것이다.

이와같은 계산결과에 문제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참고로 할 아무 근거도 없이 공론만 일삼는 것보다는 이나마의
자료라도 갖고 있는 것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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