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산목편에 "군자지교 담약수"라는 구절이 있다.

"군자의 사귐은 담담하기가 물과같고 소인인 교제는 감주와 같다. 그래서
담담하기에 오래도록 친할수 있고 달콤하기에 쉽게 끊어지는 법이고 까닭
없이 결합된 것은 까닭없이 떨어지게 되는 법이다"라는 뜻이다.

필자에게도 "담담한 물"과 같은 모임이 하나있다. 69년대말 이문동 외국어
대학안에 있는 미네르바동산에서 만났던 친구 모임이다.

재학중에 군에 입대했다가 돌아온 외사학부 무역과 친구들로 군복무기간
이나, 복학시점이 달라 각기 한번은 달랐지만 연배가 같거나 의기투합하여
자주 어울렸던 몇명이 이름하여 "우맥"이라 불렀다.

시골에서 올라온 친구 하숙방에 진을치고 모여 생각과 입이 있어도
벙어리가 되었던 그시절 목청높여 군사정권타도를 외치기도 했다.

지금 그집 옥호가 생각나지 않지만 학교앞 골목길 선술집에서 시작한
막걸리 파티는 무교동 낙지집과 북창동 생맥주집까지 이어졌고 술값이
부족할땐 고물시계를 잡히는 낭만도 인정도 있었다.

처음에 10명이던 식구가 유명명을 달리하기도 하고 고국을 떠난 친구도
있지만 항상 곁에 있다고 생각한다.

만나면 언제나 분위기를 잡는 회장 지용구(롯데리아)를 비롯, 해박한
현실분석력과 역사관을 갖은 우리의 토론주제 발표자이었으며 동남아의
전자부품시장에서 떠오르는 별인 김영년(피아교역)사장, 재학시 외대학보
편집장 출신으로 실크원단사장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권녕욱
(우남월드)사장, 외대가 최초로 배출한 공인회계사로 모임에 사재를 쾌척
하여 기금조성에 일조한 정동호(우성그룹기조실)상무, 학교시절엔
도서관학파로 교수들의 총애를 받았던 안덕환(럭키석유화학)이사, 무역업무
의 이론과 실제에 있어서 항상 한발 앞서가며 일년의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동수(항진무역)사장, 성실과 끈기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며 최근에
온천개발에 성공한 박창현(한북관광)등이 있다.

이들이 하는일에 더큰 발전을 기대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강이 함께하길
기원한다.

끝으로 도로공사에 근무하다 먼저간 이은필군의 명복과 유족의 건승을
우리모두가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