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축설계회사들은 세계무대와는 아직 먼 거리에 있다. 역사가 짧은
데다 인원 매출액 자본금등 외형에서도 열세이고 실적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다.

그리고 일부회사를 제외하고는 장비의 성능도 뒤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의 니켄세케이, 미국의 SOM사와 국내의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를 비교해보면 이같은 상황이 그대로 드러난다.

일본의 니켄세케이는 건축 구조 설비 도시설계 환경설계등을 하는 일본
최대의 종합건축설계회사이고 SOM은 초고층빌딩을 주로 설계하는 미국
시카고의 건축설계전문회사이다.

삼우와 정림은 국내의 대표적인 건축설계회사인데 삼우는 엔지니어링도
약간 손을 대고 있다.

건축설계회사의 외형은 설계(디자인)외에 엔지니어링(전기 배관등의 설계
및 시공)분야를 얼마나 더 하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그래서 회사를
직접 비교하는데는 무리가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주소를 가늠해 본다는 차원에서 업무영역이 비슷한 삼우와
일본의 니켄세케이, 정림과 미국 SOM을 단순 비교해 보면 대개 이러하다.

우선 인원수에서 국내업체들은 외국회사들의 약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는 현재 약 3백50명, 정림건축은 약 2백여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비해 일본의 니켄세케이, 미국의 SOM사는 각각 1천8백명, 7백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국내업체보다 4배정도 많은 수준이다.

설계회사의 직원은 회사의 역량을 나타내는 기준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대형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원수를 더 확충해야 한다는 이야기
이다.

매출액을 보면 국내회사의 열세는 더욱 심하다.

삼우와 정림이 밝힌 93년의 매출액은 각각 2백60억원과 1백억원이다.

이에비해 니켄세케이와 SOM의 매출액은 6억달러(4천8백억원), 7천만달러
(5백60억원)이다. 직원수에 비해 매출액은 더 차이가나 외국회사들보다
대형 고부가가치의 프로젝트를 그만큼 적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건축전문지인 미국의 ENR지가 매출액을 기준으로
선정한 세계 2백대 건축설계회사(디자인회사)에는 미국과 일본 유럽의
설계회사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을 뿐 국내 회사는 하나도 없다.

국내의 건설회사나 엔지니어링회사들이 세계랭킹에 더러 얼굴을 내밀고
있는데 비하면 건축설계업계는 그만큼 약하다는 이야기이다.

역사도 일천하다. 삼우와 정림은 각각 지난 79,73년에 설립됐으나 일본의
니켄세케이, 미국 SOM은 각각 지난 1950년,1936년에 설립됐다.

자본금은 삼우가 1억원, 정림이 3억원이다.

미국의 SOM은 합명회사이고 일본 니켄세케이는 4억5천엔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업체가 설계한 작품중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명작품도 적다.

미국SOM은 세계최고층인 미국 시카고의 시어즈타워, 존행콕등을 남기고
있다. 일본 니켄세케이도 서울삼성동의 무역센터 포철경영정보센터등을
설계했다.

건축도서출판공사가 최근 세계 고층 초고층빌딩을 소개한 세계의 현대건축
시리즈에 따르면 미국뉴욕이나 일본도쿄, 홍콩의 초대형빌딩들 대부분이
미국 일본 유럽의 건축회사들에 의해 설계됐다.

또 앞으로 건축예정인 모스크바타워(1백25층), 중국북경의 마오빌딩등도
미국회사들이 설계를 맡았다.

국내에서는 류춘수씨가 지난해 현상공모에서 당선된 중국 868빌딩이 유일
하게 소개되고 있다.

세계무대는 우리와 아직 먼 거리에 있음을 느끼게 하는게 건축설계분야
이다.

외국의 설계회사들은 최근 경제성장으로 초고층, 인텔리전트빌딩의 건축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아시아권역으로 급속히 진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우 삼성등 건설회사들은 국내 건축설계회사를 제쳐두고 이들
외국의 건축설계회사들과 손을 잡고 있다.

외국회사들이 기술에서 앞서다보니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설계회사들은 기술축적, 설계소프트웨어개발등의 측면에서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대건설 백용준이사는 "프로젝트수행후의 기록부족, 자재의 표준화미비
등으로 기술축적과 비용절감이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들어 공항을 설계했으면 다른 프로젝트를 착수하기전에 수행한
프로젝트를 기록으로 남겨두어 다음에 공항을 설계할때 기초자료로 활용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창문의 경우 크기를 몇가지로 규격화해 놓으면 실시설계를 할때 시간이
단축되고 비용도 적게 든다고 제시했다.

백이사는 이와함께 "디자인을 약간 변형시켰을 경우 힘의 방향이 어떻게
변하고 따라서 구조를 어떻게 변경시켜야 하는지를 계산해 내는 설계
소프트웨어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디자인과 구조를 동시에 수행하는 이른바 인공지능설계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감안, 이분야에 힘써야 된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박주병기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