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준외환은행외화자금부과장. 그의 머릿속은 세계 각국의 주요 경제
현황들로 꽉 차 있다. 뿐만 아니다. 새롭게 나타나는 현상도 시시각각
입력된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성장률, 엔화시세, 독일의 인플레율, 남아프리카의
흑인정부정책등. 이런 정보를 자기 논리로 엮어내지 못하고선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전과장의 업무는 외화증권투자. 이름하여 국제펀드매니저다. 호칭에 걸맞게
전과장의 게임파트너는 국경을 초월해 존재한다. 세계적 펀드매니저인
조지소르소나 "정크본드 킹"으로 유명한 마이클밀켄같은 사람이 어쩌면 그의
라이벌이다.

매일매일 이들을 상대로 머리싸움을 벌여야하는게 전과장의 일. 잠깐이라도
한눈 팔면 깨지기 십상이다.

5명으로 구성된 전과장팀에게 주어진 판돈은 13억달러. 우리돈으로
1조여원에 달하는 규모이다. 투자대상은 수만가지. 각 나라의 주식일수도
있고 변동금리채권이나 고정금리채권일 수도 있다.

규모나 만기 거래방법까지 따진다면 듣도 보지도 못한 것도 수두룩하다.
이중 전과장팀이 주로 참여하는 게임은 1백여가지 정도. 이렇게해서 지난해
1천만달러의 이익을 남겼다. 조달비용을 제하고도 80억원의 이익을 냈으니
여간 짭짤한 장사가 아닐수 없다.

내로라하는 펀드매니저를 상대로 이만한 이익을 남기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나름대로의 교본과 원칙을 갖고 있어야 한다. 로이터 텔레라이트
텔레트릭 블룸버그등. 세계 주요시장의 채권과 주식시황을 시시각각으로
알려주는 모니터들이 1차적인 게임의 교사이다.

여기에다 31개 해외점포와 외국의 대형증권사를 통해 수집하는 정보가
길잡이역할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건 베팅을 결정하는 판단력과
승부력이다. 이는 누구도 가르쳐 주지않는 자신만은 노하우이다.

전과장같은 외화증권펀드매니저들은 국내에 1백여명정도 존재한다. 대형
은행이 10여명안팎이다. 증권사 투신사들도 3-4명씩은 두고 있다.

이들은 전문요원으로 선발돼 철저히 전문교육을 통해 육성된다. 최소 3년은
옆에서 배워야 게임에 참여할수 있다. 5년은 돼야 국제펀드매니저라는
호칭이 어울린다고 한다.

국내의 외화증권펀드매니저들은 아직 아마추어이다. 굴리는 판돈부터가
얼마되지 않는다. 대부분 은행이 5억-6억달러를 넘지 못한다. 외환은행과
상업은행정도가 10억달러를 넘을뿐이다.

일본계은행의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마저도 쉽게 베팅할수 있는게
아니다. "이익극대화"보다는 "리스크(위험)최소화"가 투자의 기본이다.

주식에 대한 투자가 전체의 10%를 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90%이상
이 깔려있는 채권도 마찬가지다. 수익률변동이 심한 1년미만의 단기채보다는
장기채가 대부분이다.

그마저도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발행한 한국물(Korea Paper)일 경우가
많다. 그러니 판돈을 송두리째 날릴만한 위험은 적다.

반면 "투자이익은 리스크감수정도에 비례한다"는 펀드매니저들의 격언대로
얻는 이익도 적을수 밖에 없다.

이런 소극적인 투자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본국인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감각이나 정보가 떨어질수밖에 없다.

포상에는 인색하고 처벌에는 과감한 은행들의 보수성도 주된 이유이다.
한 시중은행의 해외지점장은 3억달러의 채권을 보유한 기업이 파산해 버리자
자의반타의반으로 그만두기도 했다.

국제펀드매니저.

이들은 아직 소수의 전문가에 불과하다. 그러나 금융개방이 진전될수록
이들의 위상은 강해질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전문가다운 자율성과 인센티부가 이들에게 주어져야 한다는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