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체의 당좌대출소진율이 50%를 밑돌고 있다. 지난 15일 현재
14개 시중은행의 당좌대출규모는 총7조2,500억원으로 4월말(8조2,000억원)
보다 11.6% 줄었다.

총당좌대출한도 16조4,772억원의 44%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를 두고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없다고들 해석한다. 매년 이맘때 나타나던 "자금보릿
고개"에 비하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도 한다.

당좌대출은 기업들이 은행의 승인을 얻지 않고도 수시로 빌려 쓸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도 당좌대출소진율이 50%를 밑돌고 있으니 이런 해석이
나온다.

도대체 당좌대출은 무엇이길래 기업 자금수요의 척도로 사용하는 것일까.

현대사회에선 기업들이 일상적인 거래를 일일이 현찰로 할수 없다. 이를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게 바로 수표나 어음이다. 그러나 기업명의로 발행되는
수표나 어음은 신용도에 문제가 있다.

공공성이 있는 은행이 지급을 보증해야만 믿고 받을수 있다. 기업들은 이를
위해 (당좌)수표나 (약속)어음을 발행하기 위한 계좌를 은행에 개설한다.
이것이 "당좌계정"이다.

즉 당좌계정에 돈을 예치해 놓고 수표등을 발행, 은행으로 하여금 대신
지급토록 하는 것이다.

당좌계정을 개설한 업체가 거래하다보면 예금잔액을 초과해 수표나 어음을
발행할 경우도 생긴다. 돈이 모자라면 은행은 지급을 거절한다. 발행된
수표나 어음은 부도처리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 "당좌대출"이다.

당좌대출은 당좌계정을 개설한 업체에 일정범위안에서 돈을 대출해줘
부족한 돈을 메우도록한 제도이다. 은행쪽에서는 빌려준다고해서 "당좌
대월", 기업에서는 빌려온다고해서 "당좌차월"이라고도 한다.

당좌대출은 돈을 한꺼번에 빌려주고 일정기간후에 상환하는 일반대출과는
다르다. 그냥 쓸수 있는 한도만 약정한다. 업체는 그 한도내에서 필요할때
돈을 썼다가 여유있으면 갚으면 된다(한도거래제).

대출한도는 계약시점에 은행과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그러나 일단 당좌
대출을 일으키면 1년동안 갚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의 결제
편의를 위한 것인만큼 단기간에 그 돈을 갚도록 돼있다.

이를 1회전기간이라고 한다. 1회전기간은 지금까지 1개월로 돼있었으나
작년부터 대부분 은행들이 3개월로 연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1회전기간이 3개월인 은행에서 3,000만원의 당좌대출을 일으킨
업체는 3개월후에 반드시 3,000만원을 상환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에도
당좌대출을 쓸 수 있다.

당좌대출은 자금수요가 많을땐 늘어난다. 대출한도에서 실제 얼마나 쓰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것이 당좌대출소진율이다. 종업원 월급날이나 대금
지급일이 몰려있는 월말에 당좌대출소진율이 높아지고 월초엔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작년엔 매달 말일엔 소진율이 60%를 웃돌았으나 월중엔 50%대로
떨어졌었다. 그러나 연중내내 50%이상은 유지했었다.

이런 현상은 작년말부터 변했다. 자금수요가 없어지면서 당좌대출소진율은
40%대에서 머물고 있다. 자금수요가 많은 월말에도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기업들이 굳이 당좌대출을 일으키지않아도 될만큼 자금사정
이 양호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따라서 당좌대출규모는 기업들의 단기 자금사정이 좋은지 나쁜지를 재는
척도로 사용된다.